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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내 차례 언제쯤" 수백m 검사 행렬…포항 코로나 행정명령 대혼란

시민들 "허술한 대책" 분통…진료소 검체 인력 태부족, 몰리는 시민들 감당 안돼
2m 거리두기 안지켜지고 역학조사서 작성 줄 엉켜
검사소 곳곳서 고성·욕설

 

경북 포항시민 1가구당 1명 이상 코로나19 검사가 시행된 지 하루가 지난 27일에도 전날의 혼란이 이어졌다. 이른 이침부터 수백 m 이어진 검사 행렬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새치기 시비도 여전했다.

 

이날 오전 10시쯤 '우창동 진료소'가 설치된 포항시 북구 우현동 유성여고 운동장은 'S'자로 줄지어선 시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줄은 검사 시작시간인 오전 9시 훨씬 전부터 이어져, 시간 맞춰 온 시민은 1시간을 기다렸어도 줄의 중간에도 가지 못했다.

 

이곳 진료소엔 검체팀이 전날보다 한 팀이 늘어 있었다. 전날엔 두 개 팀이 시민들의 검체를 채취했는데, 고작 한 팀 늘었다고 해서 검사 속도가 개선될 건 아니었다.

 

한 공무원은 시민들의 타는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1개 팀이 1시간당 50~60명 정도를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속도면 몰리는 시민들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장담했다.

 

전날은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의 대부분이 노인과 주부였다면, 이날은 직장인들이 많았다.

 

40대 남성은 "아내나 아이가 검사를 받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회사에 연차를 내고 검사를 받으러 왔다.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 몰랐다"며 "오전 안에 검사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래 기다리다 보니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새치기 시비가 붙을까 자리를 뜨지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장에선 검사를 받기 전 작성하는 '코로나19 기초 역학조사서'를 집에서 프린트해온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대기 시간을 최대한 줄이려 미리 준비해왔지만, 이 때문에 문서 작성 부스에서 검사 부스로 이어지는 줄이 엉켜 혼란을 빚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2m 거리두기도 제대로 지켜질 리 없었다. 현장에 배치된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등이 협조 요청을 하기도 했지만, 추운 날씨에 오랜 시간 줄을 서서 검사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귀에까지 닿지 않는 듯했다.

 

북구 장성동 장량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장량동 진료소'나 양덕한마음체육관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의 모습도 전날과 달라진 건 거의 없었다.

 

전날 검사키트 부족으로 시민들을 돌려보내 시민들의 원성을 샀던 장량동 진료소는 정상 운영되고 있었지만, 거리두기에 애를 먹는 모습이 역력했다.

 

체육관 선별진료소는 경찰까지 동원해 1개 차선이던 진입 차선을 2개 차선으로 늘렸는데도 밀려드는 검사 행렬을 모두 통제하기엔 힘에 부쳐 보였다. 이곳에선 오전 한 때 새치기를 시도하는 차량 운전자 탓에 욕설이 난무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혼란에 포항시는 이날 진단검사 기간을 연장하고 검체팀과 검체 장소를 확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시민들은 아직 검사 대상 약 20만 명 중 90% 넘는 시민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서 대책의 효과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60대 남성은 "애초 허술하게 계획된 검사였는데, 대책이라고 급조된 것이 아니겠나"라며 "이런 시 행정에도 협조하려고 집에서 나와 줄을 서고 있는 시민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했다.

 

 

배형욱 기자 ship@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