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각 병원의 혈액 수급에 또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18일 도내 한 대학병원은 70대 환자의 응급 수술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수술을 위한 O형 혈액 수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당시 수술에 필요한 혈액은 15유닛(1회 헌혈용 포장단위)이었지만, 경남혈액원이 공급할 수 있는 양은 5유닛에 불과했다. 경남혈액원은 부산혈액원에서 O형 혈액 10유닛을 지원받아 병원 측에 긴급히 공급했다.
21일 0시 기준 도내 혈액(적혈구제제) 보유 현황은 3.5일분으로 혈액 적정 보유량인 5일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A형이 2.8일분으로 가장 부족하고, O형 3일분, B형 3.9일분, AB형 6일분이다. AB형을 제외한 모든 혈액형별 혈액 보유량이 전국 보유량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21일 전국 기준 혈액 보유 현황은 4일분(O형 3.2일분·A형 3.6일분·AB형 4.5일분·B형 4.9일분)이다.
혈소판제제는 경남 전체 1.5일분(A형 1.2일분·B형 1.7일분·O형 1.7일분·AB형 2.3일분)으로 전국 1.6일분(A형 1.4일분·AB형 1.5일분·B형 1.6일분·O형 1.8일분) 보유 현황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이 역시 적정 보유량인 2일분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혈액 보유량 부족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외출·집합 자제 권고 등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강화의 영향으로 헌혈의집 방문 헌혈은 물론 예약됐던 단체헌혈 취소 급증에 따른 결과다. 특히 지난 18일에는 도내 혈액보유량이 적정량의 50%에도 못 미치는 2.3일분까지 떨어지는 등 제대로 된 혈액공급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치달았다.
수술 횟수가 적은 주말 동안 혈액보유량이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도내 혈액 수급 전망은 여전히 어둡기만 하다. 코로나19에 이어 한파에 따른 유동인구 감소 등 계절적 요인이 더해지면서 단체헌혈 섭외가 되지 않아 아파트 단지 등으로 헌혈버스를 운행하는 ‘가두헌혈’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혈액원 등에 따르면 도내 혈액 보유량이 적정량인 5일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일 300명 이상의 헌혈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일주일간 일 평균 헌혈자는 210명 수준으로, 900명 이상의 헌혈자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경남혈액원 관계자는 “이번 달 헌혈 실적은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해 2월 대비 19.7%(1306명) 감소했다. 당장 22일에도 가두헌혈을 실시하는데, 단체헌혈이 잡히지 않는다면 도내 혈액 보유량이 수일 내에 3일분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도민 여러분의 관심과 헌혈 참여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혈액수급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경남혈액원은 코로나19 안전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니 감염 걱정은 말고 적극적으로 헌혈에 참여해 주시기를 간절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이한얼 기자 leehe@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