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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네카라쿠배당토직 가자” 문송해서 코딩도 배운다

 

 

4년제 대학 심리학 전공자인 이 모(26) 씨는 올해를 ‘코딩의 해’로 정했다. 한 해 동안 기업 채용에 지원하지 않는 대신 코딩 공부에 매진하기로 한 것. 이 씨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관련 교육 경험이 전무하다. 그런 그가 지난달부터 유료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하루 6시간씩 익숙하지도 않은 코딩 공부를 한다. “취업 준비를 해 봤는데 죄다 프로그래밍 역량이나 개발자와의 협업 경험을 물어보더라고요. 코딩을 할 줄 모르는 게 엄청난 약점이었습니다. 올해도 어차피 코로나 때문에 취업이 안 될 건 뻔해서 차라리 올해 코딩 실력이나 키우려고 합니다.”

 

코로나로 사상 초유 취업 한파

문과 졸업 취준생은 더욱 막막

IT 관련 업종은 그나마 숨통

동아리·학원서 처절한 몸부림

재학생도 ‘컴공’ 복수 전공 급증

 

경영학과를 졸업한 박 모(25) 씨는 뒤늦게 프로그래밍을 공부 중이다. 마케팅 직무를 원하는 박 씨에게 구직 업체마다 데이터 분석 능력을 요구한 탓이다. 박 씨는 “서울에서 대학을 나온 취업준비생과 경쟁하려면 필요할 것 같아 지난해 말부터 스스로 프로그래밍을 공부했다”며 “올해는 국비지원 프로그램에 지원해 본격적으로 교육을 받을 계획이다”고 밝혔다.

 

취업준비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네카라쿠배당토직’이라는 신조어가 화제다. 올해 대규모 채용을 예고한 기업(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토스, 직방)의 앞 글자를 딴 단어다. 네이버가 지난달 ‘전공에 관계 없이 올해 개발자 900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이들 기업은 개발자 위주로 공채를 할 것으로 전해진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인문계 출신 취업준비생까지 코딩에 뛰어드는 이유다.

 

통계청이 지난 14일 발표한 ‘2021년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국내 구직자는 84만 4000명으로 지난해 3월 대비 3만 1000명 증가했다. 올 2월 구직자가 85만 3000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찍은 것보다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이번 달에도 ‘역대급’을 유지한다. 구직자는 넘쳐나는데 코로나가 몰고 온 불황에 상당수 기업은 채용의 문을 닫은 상태이고, 그나마 대규모 채용을 예고한 곳은 모두 컴퓨터 개발자나 코딩 경험자를 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송하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는 말이 유행어가 되면서 캠퍼스 내에서도 선호 전공이 달라지고 있다.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을 하는 학생들도 대폭 늘고 있는 것이다. 부산대학교에 따르면 2016학년도 전기컴퓨터공학부 복수전공생은 6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복수전공생은 39명으로 6배 넘게 증가했다.

 

당장 코딩 능력이 급한 졸업예정자는 복수전공 대신 학원이나 동아리를 찾는다. 부산대에서 코딩 학습 동아리를 운영하는 이진호(25) 씨는 “3월 동아리 신입 부원 15명을 뽑는데 96명이 지원했다”며 “그 중 80%가량은 지난해 취업 준비를 했지만 코딩 역량이 전무하다는 것에 한계를 느껴 코딩으로 취업 경쟁력을 쌓으려는 이들이었다”고 전했다. 이 동아리는 타 대학의 학생들에게도 문이 열려 있다.

 

고용 전문가들은 인문계열 전공자의 처절한 발버둥이 ‘일자리 미스매치’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지역 청년의 눈높이는 높아졌는데 그에 걸맞은 양질의 일자리는 줄고 있는 상황이 이 같은 현상을 더 부채질한다는 것이다. 부산연구원 서옥순 연구위원은 “10년 전보다는 청년들에게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지역 일자리가 많이 알려진 편”이라며 “지역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야 하겠지만 청년들도 지역 일자리에 맞는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네카라쿠배당토직’이란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토스, 직방의 앞 글자를 딴 신조어. 취업준비생들이 선호하는 국내 IT 기업 8곳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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