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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강원나무기행]700년간 묵묵히 마을 지켜온 수호목

화천 동촌리 느티나무

 

 

 

물 밑 세상에 살다가 육상으로 터전을 옮긴 하루살이는 몇 시간에서 길면 1주일까지 산다고 한다. 그러나 하루살이 생애를 들여다보면 알-애벌레-아성충-성충으로 구분된다. 이 기간을 모두 합하면 하루살이의 생애는 훨씬 길어진다. 애벌레 시기는 1~3년 정도로 이 기간 동안 50번 정도 탈피 과정을 거쳐 아성충이 된다. 그러므로 하루살이가 이름처럼 하루만 살진 않는다.

하루살이같이 짧은 생애주기를 갖고 있는 생물이 인간처럼 자기보다 긴 생애를 사는 생물의 삶을 알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인류가 식물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수준도 하루살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식물은 지구 행성에 35억 년 전에 도착해 지구 지표면을 99.5~99.9% 점유하고 있다. 사실상 지구의 주인은 식물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생존하는 수명 또한 100년 정도인 인간에 비해 수만 년 이상 살고 있다. 그것이 식물과 사람 중 어떤 생물이 더 진화했는가?라는 질문에 인류라고 답하기 쉽지 않은 까닭이다.

몸의 95%가 제거돼도 재생 능력을 갖춘 식물이 진화의 최강자가 아닐까?

인간은 다섯 가지 감각기관을 통해 주변 사물을 인식하고 지적 능력을 향상시켜 왔다. 식물도 이런 다섯 가지 감각 외에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더 많은 감각기관을 지니고 있다. 특히 다른 생명체의 무의식 세계에도 마음대로 오가며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식물도 있다. 답사를 통해 사람들의 무의식 영역인 꿈에 찾아와 도움을 청한 나무 두 그루를 찾았다. 산재한 설화나 전설을 꼼꼼히 살펴보면 더 많은 사례가 나올 것이다.

화천 산천어축제장을 가로질러 북쪽 방향으로 난 산길을 향해 간다. 화천군 내에서도 산골 마을인 동촌리는 월하 이태극 시인의 고향이다. 마을엔 시조시인으로 국문학계 거목인 월하의 작품과 일생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문학관이 조성돼 있다.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한참을 달려 가다 보면 태극기가 게양된 건물이 나오는데 이태극문학관이다.

찾아가는 느티나무는 강원-화천-3호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으며 수령은 700년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나무 둘레는 8m이며 수고는 15m로, 폐교된 동촌초교 교정을 장승처럼 지키고 서 있다.

나무 주변은 학생들의 추억이 스며든 피사체들이 남아 있다. 세종대왕상은 어느 학교에서나 흔하게 보는 동상이다. 그러나 이곳의 호국소년 이면수는 출처를 알 수 없다. 38선 이북지역이라서 특별한 사연이 숨어 있을까 생각해 봐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폐교에 남아 있는 여러 상징물들은 학생들의 추억을 상기시키고 있다.

옛날 마을 한 노인의 꿈에 백호가 나타나 살려 달라고 애원을 했더란다. 그 꿈이 너무 생생해 노인은 아들을 서낭당에 내려 보냈더니 나무속이 불이 붙어 타고 있었다. 놀란 아들은 계곡물을 퍼 날라 불을 껐다. 그 이후 아무 탈 없이 잘 자라고 있다고 한다. 이 나무는 마을의 성황목으로 주민들과 삶을 함께하고 있다.

나무는 아주 특별한 능력이 있는가 보다. 자신의 주변 사람들 중에 나를 도와줄 사람을 정확히 가려서 그 사람의 무의식 세계에 들어와 자신의 의사를 전달해 관철시켰으니 말이다.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식물이 갖고 있는 능력은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주민들은 이 나무를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생각하고 매년 10월9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고 있다. 꿈에 찾아온 백호를 기리기 위해 매년 호랑이 축제를 열어 호랑이와의 인연도 이어가고 있다. 또 마을길도 호랑이 흔적이 남아 있어 호랑이 울음도로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글·사진=김남덕 사진부장 kim67@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