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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강원 나무 기행]조상들 삶 속 스며들어누에 치고 옷감 만들며 600년간 더불어 살아와

정선 상유재 뽕나무

 

 

국내 수종 중 가장 오래돼…호조참판 고순창이 식재
현재 후손이 나무 옆 고택 상유재서 조상처럼 보살펴

뽕잎 따기 등 다수의 농민들 손 거친 비단 귀한 대접
지배계층 의식주도 해결…사람과 삶 공유했던 나무


지구상에서 다양한 생물이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그중 식물은 인류의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살고 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고 살아온 식물 중에 나무는 친척보다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삶을 공유해 왔다.

강원도에서 지정한 문화재로 기념물은 79종이 있다. 이 중 산림과 직접 관련된 것은 일곱 가지다. 정선의 뽕나무 두 그루는 도 기념물 제7호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다.

예전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위치에 있으면 방귀 좀 뀐다는 표현을 한다. 방귀를 뀌는 것도 함부로 하지 못하던 시절에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내키는 대로 방귀를 뀐다는 것은 권력을 갖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곤 했다. 뽕나무는 '방귀나무'라고 불리기도 한다.

600년가량 된 정선의 뽕나무(정선군 정선읍 정선로 1321)는 우리나라에 자라고 있는 같은 수종 중에 가장 오래된 뽕나무로 알려져 있다. 남쪽 뽕나무의 규모는 높이 13m, 가슴높이둘레 2.5m, 밑동둘레 3.2m이고, 가지는 동서 20m, 남북 12m 뻗어 있다. 북쪽 뽕나무의 규모는 높이 16m, 가슴높이둘레 2.5m, 밑동둘레 3.2m이고, 가지는 동서 16m, 남북 13m 뻗어 있다.

단종은 삼촌에게 죽임을 당한 비운의 왕이다. 영월, 평창, 정선, 태백지역에서 단종은 수호신으로 사람들의 의식 속에 남아 있다. 삼촌에게 왕위를 뺏기고 단종이 폐위되자 조선의 선비들은 하늘의 도가 무너졌다고 생각해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 단종을 추모하며 권력의 덧없음을 한탄하며 세월을 보낸다.

고순창(호조참판)도 역시 벼슬을 버리고 정선으로 내려와 뽕나무를 심고 백성들과 어우러져 살아갔다. 지금도 제주 고씨 후손이 뽕나무 옆에 터를 잡고 있다. 제주 고씨 34세손 고종헌씨는 나무 옆 고택인 상유재에 살며 나무를 조상 뵙듯 보살피고 있다.

뽕나무는 아주 옛날부터 특별한 대접을 받던 나무다. 비단의 원료가 되는 실을 뽑는 누에를 기르던 나무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다.

조선시대 누에를 치고, 옷감을 생산하는 일은 여인들의 몫이었다. 왕궁에서도 누에를 치며 옷감을 짰다는 기록이 있듯이 일반 백성도 옷 만드는 일은 여자들의 일이었다. 100년 전만 해도 여자들의 집 밖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시절이 있었다. 중동의 여자들이 차도르를 입고 얼굴을 가리며 외출하듯 조선시대 여성도 장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아주 특별하게 외출할 정도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나 특별한 허락 없이도 드나들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있었으니 바로 옷 만드는 과정의 일이다. 뽕나무 밭과 누에 치는 일 그리고 물레로 실을 뽑아 옷감을 만드는 일은 여자들의 고유한 영역으로 출입이 자유로운 편이었다. 옷감을 생산하기 위해 뽕나무를 기르고 뽕잎을 따고 누에를 기르고 실을 뽑아 옷을 만드는 모든 일은 여자들이 도맡았다.

뽕나무를 의미하는 한자는 상(桑)이다. 누에를 기르기 위해 뽕나무 잎을 다수의 사람이 손으로 잎을 따는 모양이다.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만들어지는 비단은 그래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지배계층은 농민들의 손을 거쳐야 비로소 의식주가 해결됐다.

600년 넘게 강원도 정선 땅에 뿌리를 내린 뽕나무에서 조상들의 숨결이 느껴진다.

글·사진=김남덕 사진부 부국장 kim67@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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