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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슬기로운 광주 탐구, 광주학-대중가요에 비친 광주

‘무등산’ ‘5·18’로 시대의 아픔과 광주의 마음 노래
1950년대 이후 노래 가사에 등장
1980년 이후 저항과 슬픔 노래
전일빌딩 245서 ‘광주노래 전시회’
1970년대 광주 포크음악 역사 시작
요절한 김정호도 사직동에서 활동
전일방송 전국단위 대학가요제 개최

 

‘나 전라남도 광주 baby 내 발걸음이 산으로 간대도 무등산 정상에 매일 매일 내 삶은 뜨겁지 남쪽의 열기 이열치열 법칙 포기란 없지 나 KIA넣고 시동 걸어 미친듯이 bounce 오직 춤 하나로 가수란 큰 꿈을 키워 이젠 현실에서 음악과 무대 위에 뛰어 다 봤지 열정을 담았지 내 광주 호시기다 전국 팔도는 기어 날 볼라면 시간은 7시 모여 집합 모두다 눌러라 062-518’ (2015년 BTS의 ‘Ma City’ 중에서)

세계적인 그룹으로 거듭난 BTS가 지난 2015년 발표한 ‘Ma City’에 광주와 무등산, 5·18이 등장한다. 광주 출신 멤버 제이홉이 직접 작사한 부분이다. 광주에 대해 적은 이 노래로 세계 많은 팬들이 광주에 관심을 갖게 됐고 광주를 찾아오기도 했다.

 

◇광주 노래에 담긴 광주 이야기

‘목포의 눈물’, ‘이별의 부산정거장’, ‘대전 블루스’, ‘서울의 찬가’…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가요사에 지명을 넣어 사랑받은 히트곡들은 꽤 많다. 그렇다면 광주는? 안타깝게도 광주를 대표할만한 노래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찾아보면 광주 노래가 꽤 나올텐데 ‘이거다’하고 꼽을 만한 곡이 없다는 얘기다. 과연 광주를 노래한 곡은 얼마나 될까. 대중가요 속에는 광주의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40여년 DJ로 활동하며 광주를 노래한 곡들을 모아왔다는 주광 한국방송DJ협회 기획이사는 광주를 노래한 우리 대중가요를 찾아 시대별로 정리하고 분석해 온 자료를 대중들에게 공개했다. 금남로 전일빌딩245 4층 전일생활문화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는 ‘광주노래 전시회’를 통해서다.
 

“안타깝게도 30~40년대 일제 강점기 때까지도 광주 노래는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목포의 위세에 눌렸다고 할까요. 목포 유달산이나 영산강 노래는 굉장히 많았지만 광주를 노래한 곡은 없었어요.”

광주노래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1950년대 이후다. 1949년에 인구 12만의 시(市)로 승격되면서 이후 본격적으로 세를 불리기 시작하면서부터다. 50년대 이후 60년대에 광주를 소재로 한 노래가 가장 많이 나온 시기로, 무등산, 수박, 딸기(한때는 무등산 수박보다 유명했던 게 지산동 딸기였다), 증심사, 충장로, 극락강이 노랫말에 자주 등장했다.

가장 처음은 1956년에 나온 오경환, 차은희의 ‘달려라 유람마차’(야인초 작사 이정화 작곡)로 본다. 이전에 무등산이 언급된 노래가 있었지만 여러곳의 지명 중 하나로 언급됐기 때문에 광주를 노래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게 대중음악학회 회원들의 의견이다.

50~60년대 광주 노래에는 무등산이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최병호의 ‘호남의 사나이’, 최정자의 ‘무등산 처녀’, 문성원의 ‘대답없는 고향’ 등 60년대 후반의 노래에서 많이 나온다. 대부분 타지역에서 만들어진 노래다.

“한국 대중가요를 살펴보면 지명이나 산, 강을 노래한 게 많아요. 1만장이 넘는 LP판을 분석해 본 결과 산 중에서는 남산, 금강산, 유달산, 한라산에 이어 무등산이 다섯 번째로 많이 등장했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타 지역에서도 무등산을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70년대까지 우리 가요는 작곡가의 작곡집 형태로 음반이 발매됐다. 작곡집에 여러 가수가 노래를 나눠 불렀는데, 히트하면 유명가수가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내 잊혀지고 말았다. 60년대에 만들어진 광주 노래의 대다수도 작곡가에 비해 작사가나 가수의 면면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1970년대는 유신 군부 독재시절로 호남에 대한 차별이 극심하던 때다. 이 때문인지 70년대에 나온 광주 노래는 전무하다시피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이영숙, 김정호, 정윤선, 김영애, 김연자 등 광주 출신 가수들이 중앙 무대에서 맹활약을 했다는 점이다. 1972년에는 광주 MBC 라디오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를 진행하는 소수옥, 이장순, 국소남의 주도로 광주 포크음악의 역사가 시작된다.

지역 민영 라디오방송인 전일방송의 역할도 컸다. 광주일보의 전신인 옛 전남일보를 모체로 1971년 4월 개국한 전일방송은 광주에서 생산된 노래를 청취자들에게 전달해 문화적인 소비를 할 수 있게 했다. 78년부터 3년동안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전국 단위 대학가요제를 개최해 히트곡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광주를 쓰고 광주를 노래한 사람들

5·18의 아픔을 겪은 1980년대부터 광주에서도 많은 노래가 만들어졌다. 서슬퍼런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에 광주를 직접적으로 노래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 은유적인 표현의 곡이었고 무등산과 충장로에 빗대어 음울한 느낌이 나는 노래들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1981년 대학가요제 대상곡 정오차의 ‘바윗돌’은 5·18 때 죽은 친구의 묘비를 의미했고, 1982년에는 ‘님을 위한 행진곡’이 만들어졌다.

 

 

 

1984년에 나와 전국적으로 히트한 김원중의 ‘바위섬’은 철저히 고립된 광주의 상황을 담았다.

‘여기가 어디냐 꿈 속에 그리던 곳 꿈을 버리고 무엇을 찾아 나 여길 떠났던가 정든 내땅 다시 보자 눈물이 앞을 가리네 나 떠난 뒤에 누가 너를 이렇게 아껴 주었냐 여기가 어디냐 추억이 숨쉬는 곳…정이 그리워 꿈이 그리워 나 여기 다시 또 왔네 광주 광주 다시 보자 내 어찌 너를 잊으랴’ 인순이가 불렀던 ‘여기가 어디냐(광주)’(1984년 서판석 작사 박인호 작곡)다. 원제목은 ‘광주 광주’다.

목포 출신으로 작사가와 음반 제작자로 활동하던 서판석은 1984년 ‘광주 광주’를 작사하고 곡을 인순이에게 줬다. 하지만 신군부 시대에 이 곡은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가사의 첫부분 ‘여기가 어디냐’를 제목으로 하고 광주는 괄호 안에 슬쩍 집어넣어서 발매한다. 그러나 그마저도 각 방송사에 선곡을 꺼려해 묻히게 된다. 서판석은 훗날 이 노래가 5·18 이후 미국으로 망명한 김대중의 입장에서 광주를 위로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80년대는 포크음악이 전성기를 누리던 때이기도 하다. ‘별이 빛나는 밤에’, ‘예림’, ‘꼬두메’ 등 포크 동아리가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광주 포크음악이 전성기를 누린다. 광주 포크음악에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남구 사직동이다. 사직동에 기반을 두었던 가수들은 이곳을 광주음악의 중심지로 만들었고 1983년 광주 천변에서 사직공원으로 올라가는 언덕은 ‘사직 통기타거리’로 조성됐다. 지금도 포크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들이 여러 곳 있다.

광주 포크음악 1세대 싱어송라이터 고 이장순(1946~2012)은 충장로에서 기타 하나만으로 공연을 펼치기도 하고 음악다방이나 뮤직홀의 DJ로도 활동했다. 2012년 세상을 떠나자 그가 마지막까지 통기타 무대를 지켰던 남구 사직공원에서 ‘광주 대중가수장(葬)’ 노제를 지냈으며 이때 고인의 대표곡 ‘충장로의 밤’이 불려졌다.

이장순이 통기타 음악의 씨를 뿌린 덕에 80년대 많은 포크가수와 포크음악이 사랑을 받았다. 김만준의 ‘모모’, 김원중의 ‘바위섬’, 하성관의 ‘빙빙빙’, 소리모아의 ‘저녁 무렵’ 등은 광주 사직동의 자랑스러운 무형문화자원이다.

33살에 요절한 천재 음악가 김정호도 사직동에서 활동한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다. 70~80년대 ‘이름 모를 소녀’, ‘하얀나비’ 등이 유명세를 탔다. 김정호는 대학생들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한국 포크음악을 일반 대중들이 즐길 수 있는 음악으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가수로 주목받는다.

2000년대부터는 광주 출신 아이돌 가수들이 많이 등장했다. 그룹 ‘동방신기’의 유노윤호(2004년), ‘원더걸스’의 유빈(2007), ‘카라’의 구하라(2007), 홍진영(2009), ‘미쓰에이’ 수지(2010), ‘인피니트’ 이성종(2010), ‘나인뮤지스’ 혜미(2010), ‘러블리즈’의 베이비소울(2011), ‘B1A4’ 바로(2011), ‘버스커버스커’ 장범준(2012), ‘EXID’ 혜린(2012), ‘레이디스코드’ 김주미(2012), ‘BTS’ 제이홉(2013) 등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많은 가수들이 광주의 자랑이 되고 있다.

한편, 광주시와 동구, 동구행복재단이 주최한 ‘광주노래전시’는 전일빌딩245 4층 전일생활문화센터 특설 전시실에서 연말까지 이어진다. 전시장 곳곳에 시대별로 정리된 음반과 지역 출신 가수들의 악기, 축음기와 유성기판, 광주노래가 소개된 80년대 대중잡지와 2000년대 CD까지 함께 전시돼 볼거리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QR리드기를 통해 모든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해 종일 이곳에 머무르며 음악 감상을 하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