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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신비의 북극을 가다] <7>'북유럽의 베네치아' 스톡홀름

노벨상 뒤풀이는 1900만개 금박 모자이크 '황금의 방'에서

 

◆ 아름다운 자연 속, 동화 같은 물의도시

 

스웨덴은 숲과 호수의 나라로 불리는 곳이다. 덕분에 북극을 향하는 내내 광대한 대지 위에 끝없이 펼쳐지는 겨울 원시림의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진 또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수도 스톡홀름은 발트해와 멜라렌(Mlaren)호수가 만나는 지점에 있다. 14개의 섬들은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뽐내며, 물과 숲이 어우러진 이 도시를 '북유럽의 베네치아'로 부르게 한다.

 

중앙역 인근의 민박집에 배낭을 풀고 스톡홀름 최고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시청사로 향했다. 중앙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의 멜라렌 호숫가에 우뚝 서 있는 시청사의 모습은 관공서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800만개의 붉은색 벽돌이 견고하게 외관을 감싼 시청사는 1923년 라구날 오스트베리의 설계로 완공되었다. 중세 북유럽풍 디자인이 특색인 고딕양식 창문과 금색 장식이 눈길을 끈다.

 

 

 

시청사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 인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내부로 들어서니 매년 노벨상 수상 기념 파티가 열리는 황금의 방은 1900만개 금박 모자이크로 장식돼 화려하고 우아함이 가득하다. 북유럽의 신화와 역사, 전통을 표현한 다양한 벽화와 모자이크로 장식돼 있어 북유럽 건축미의 진수를 보여준다.

 

중앙의 블루 홀과 시의회 회의실, 좌우 대칭의 미를 보여주는 왕자의 방, 호수의 여왕 신화를 형상화한 대형 모자이크로 벽면을 장식한 황금의 방 등이 인상적이었다. 106m높이의 시청사 탑에 올라서니 멋스럽고 낭만적인 스톡홀름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묻은 고풍스런 건물과 광장, 바로 앞의 운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다시 중앙역을 지나 도심부의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스톡홀름의 중심지 세르옐(Sergel)광장으로 행했다. 광장을 중심으로 모든 길이 뻗어 나가고 있어 여행자들에게는 휴식처이자 이정표 같은 곳이다. 스톡홀름의 고풍스런 분위기와는 다르게 현대적 느낌이 물씬 묻어난다. 광장 중앙에는 8만개의 유리로 된 타워가 있으며, 길이 160m의 유리로 만들어진 문화회관이 남쪽에 자리하고 있다. 광장은 전쟁이나 환경, 인권과 노동에 관련된 집회가 수시로 열린다.

 

한편 도시 곳곳을 이동할 때 편리하게 이용하는 지하철 역사는 '세계에서 가장 긴 갤러리'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다양한 작품이 전시돼 있어 즐거움을 더해준다. 100여 개의 역은 각각 그림과 조각, 벽화, 모자이크 등의 예술 작품들이 있다. 아름다운 자연과 건축 그리고 예술을 통해 사색의 공간을 열어주는 스톡홀름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한다.

 

 

◆ 운치 가득한 고풍스런 구시가지 감라스탄

 

다음날 스톡홀름에서 여행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장소라는 13세기 중반 조성된 구시가지인 감라스탄(Gamla Stan)지구의 올드 타운을 찾았다. 스톡홀름 여행의 보석은 감라스탄을 걷는 것이다. 운하를 잇는 다리를 건너자 마치 성곽 안으로 들어가듯 국회의사당 건물을 지나면 연륜의 흔적이 묻어나는 골목이 이어진다. 중세도시를 연상시키는 골목골목에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집들은 상점, 음식점, 갤러리 등 다채로운 가게들로 여행자들을 끌어들인다.

 

오래된 건물이 즐비한 구시가지로 구불구불 이어진 골목 사이를 지나다 보면 마치 16세기 유럽의 어느 마을 속으로 들어간 듯한 착각에 빠진다. 세상에서 가장 좁은 골목길 등 미로 찾기 하듯 이곳저곳을 거닐다 보면, 모든 골목들이 방사형을 이루다가 모이는 곳에 스토르토리에트(Stortorget)광장이 나온다. 스톡홀름 시민이나 여행자 모두에게 가장 사랑받는 곳이다.

 

 

광장 한 켠에 고풍스러우면서도 섬뜻한 느낌마저 주는 분수대가 보인다. 1520년 스웨덴을 지배하던 덴마크 왕 크리스티안 2세는 자신에게 협조하지 않는 스톡홀름 귀족 90명의 목을 쳐서 묻은 자리가 이곳이다. 분수대는 당시 우물이었는데, 피로 가득차서 '피의우물'이라고도 불린다.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건물들이 바로 대광장의 랜드마크다. 하지만 가운데 빨간색 건물 정면에 점점이 박힌 흰색 벽돌은 이곳에서 참수당한 사람들의 수를 뜻하며, 왼쪽 진 옥색 건물에 1자로 패인 자국들은 당시의 참사를 기억하자는 의미라고 한다.

 

분수대 맞은편에 노벨박물관이 있다. 2001년 노벨상 100주년을 기념해 노벨박물관으로 새롭게 꾸몄다. 안에는 노벨상의 역사와 역대 수상자들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와 사진들이 전시 돼 있다. 우리나라 유일한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에 관한 기록도 보인다.

 

 

북쪽의 왕궁은 60여 년의 오랜 공사 끝에 1754년 완공된 3층 건물로 이탈리아 바로크 양식과 프랑스 로코코 양식이 어우러져 외관부터 무척 고풍스럽다. 왕들의 보물을 전시해 놓은 보물의 방에는 700여 개 보석으로 장식된 에리크 14세의 화려한 왕관도 볼 수 있다. 왕궁을 나서면 널찍하게 펼쳐진 광장에서 매일 정오에 펼쳐지는 왕궁 근위대의 교대식도 좋은 볼거리다.

 

감라스탄에서도 가장 오래된 건축물은 1480년 이탈리아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대성당이다. 이곳에서는 스웨덴 왕실의 결혼식 같은 중요한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골목마다 디자인의 도시답게 독특하고 예쁜 소품도 많고 앙증맞은 기념품도 가득하다. 색다른 간판은 거리를 더욱 멋스럽게 만들어준다.

 

 

◆ 박물관의 섬 유르고르덴의 바사 박물관

 

스웨덴의 자랑은 유르고르덴(Djurgarden) 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톡홀름의 볼만한 박물관들이 이 섬 안에 집중되어 있다. 무려 100여개의 크고 작은 박물관들이 모여 있어 박물관의 섬으로 불린다.많은 박물관중 단 한곳만 가야 한다면 '바사(Vasa)박물관'을 추천한다. 구스타프 2세 아돌프는 해양 강국의 면모를 뽐내기 위해 전체길이 69m, 최대 폭11.7m, 높이48.8m, 탑승 가능 인원450명, 탑재 가능 대포 64개에 이르는 강력한 화력을 지닌 전함 바사호를 건조 한다.

 

바사호는 1628년 처녀항해 때 침몰한 비운의 전함이다. 그로부터 300년이 흐른 1956년, 해양 고고학자들은 스웨덴 항구 앞바다에서 바사호를 발견해 5년에 걸친 작업 끝에 인양했다. 선체는 기적적으로 17세기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외부에 노출되면 부식이 진행되기에 거대한 덮개를 씌운 듯한 건축물로 만들었다. 180개의 조각품들로 엄청난 장식을 한 호화로운 유람선 같은 배가 볼만하다. 관람객들은 배의 선박 바닥을 받치는 재목인 용골에서부터 꼭대기까지 총6곳의 서로 다른 위치에서 바사호를 감상할 수 있다.

 

 

'스칸센'(Skansen)은 1891년 문을 연 30만㎡ 규모의 세계 최초 야외 박물관으로 17~19세기 생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눈길을 끈다. 인근에는 '말괄량이 소녀 삐삐'를 사랑하는 여행자는 놓칠 수 없는 '유니바켄(Junibacan)'이 있다. 그밖에 '댄생 퀸', '워털루', '허니허니', '페르난도' 등 수많은 명곡을 남긴 가수 '아바'가 출생한 곳이어서 세계적인 4인조 그룹 아바의 모든 것을 만날 있는 '아바 더 뮤지엄', 팝 아티스트 로버트 라우센버그가 써내려간 건물의 캘리그래피와 야외 공간에서 칼더의 조각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현대미술관, 스웨덴 건축의 역사가 모여 있는 건축박물관, 북방민족박물관도 재미가 있다.

 

2010년 오픈한 스톡홀름 사진박물관은 자체로도 볼거리가 넘치지만, 바로 앞이 절경 중에 절경으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밤11시까지 오픈하고, 다양한 테마와 분위기 멋진 전시관의 작품에 매료되어 빠진다. 그곳에 들어서니 마침 여행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여행자를 유혹한다. 이 박물관 카페에서 바라본 잊을 수 없는 일몰의 추억을 안고 키루나(Kiruna)행 야간열차를 타러 중앙역으로 향했다.

 

안용모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 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

 

매일신문 특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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