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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강원 나무 기행]과거시험 낙방 후 귀향하던 선비가 꽂은 지팡이 나무로 자라

동해 나안동 느티나무

 

 

가장 오래된 나무 위치한 나안동 야산서 나뭇잎 화석 발견 등 지질학적 가치 높아
지역주민들 매년 단옷날 제사 지내…수령 730년 나무 옆 성황당 짓고 제기 보관


강원도는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영동과 영서로 구분된다. 양 지역을 이어주는 오솔길이 지금은 확·포장돼 있다. 온정령(북강원도), 진부령, 미시령, 한계령, 구룡령, 진고개, 대관령, 닭목재, 삽당령, 백봉령 등이다. 이 길은 어떤 이에게는 혼삿길이기도 하고, 나뭇짐을 실어 나르는 삶의 현장 길이기도 하고, 약초와 생선을 교환하기도 하는 등 소통의 길이었다. 강원의 고갯길은 도민의 삶과 희로애락을 같이해 왔다.

백봉령은 정선과 옥계, 동해를 잇는 교통로다. 영동과 영서를 잇는 고개로 예로부터 사람들의 기쁨과 한숨 등 삶의 무게를 실어 날랐다. 1937년 42번 국도가 열리기 전까지는 주요한 교통로로 조상들의 애환과 숨결이 담겨 있는 고개다. 지명과 관련된 자료 ‘척주지'에는 백복령(白卜嶺), 여지도서에는 백복령(白福嶺), 1972년 지방지도에는 백복령(白伏嶺), 대동여지도에는 백복령(白福嶺)으로 돼 있다. 현재 사용하는 백복령은 소나무 뿌리에 자생하는 복령 중에서 흰 복령을 뜻하는 것으로 귀한 한약재 이름이다. 백두대간의 중심에 있으며 소나무와 관련된 이름으로 산림유산으로 남길 만한 이름이다.

백봉령(白鳳嶺)이 일제 때 백복(엎드릴 伏)령으로 바뀌었다는 말도 있다. 희복현(希福峴)이란 지명이 희다는 뜻의 백(白)을 써서 백복령(白福嶺)으로 변형되고, 다시 백복(百福)으로 되었다고도 한다. 흰 봉황이 노니는 고개란 의미의 백봉령(白鳳嶺)은 상상력을 초대해 운치를 주니 더욱 반갑다. 백두대간은 백복령에서 자병산으로 이어졌으나 석회산 광산 개발로 인해 대간이 잘려 있다. 탐욕과 편리함을 축구하는 현대인들은 자연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존 터전조차 망가뜨리는 무지를 드러내고 있다.

동해시는 11개의 보호수를 갖고 있다. 향나무, 갈참나무 각 한 그루씩에 나머지 아홉 그루는 모두 느티나무다.

느티나무 아홉 그루 중 가장 오래된 느티나무는 나안동(동해시 나안동 67-2)에 자리하고 있다. 나무가 위치한 지역은 자연부락이 있던 곳으로 예전부터 사람들이 살아왔던 북평이다.

이 지역은 특이하게 야산에서 나뭇잎 화석이 발견되기도 한 의미 있는 장소다. 화석이 발견되던 야산은 북평산업공단 조성으로 파헤쳐 평지가 되면서 사라졌다. 지질학, 생물학적 관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장소이지만 수익을 얻으려는 자본이 진입하면서 흔적을 잃은 것이다.

나무가 있는 행정명은 나안동이다. 전형적인 시골로 마을 진입로가 비좁아 적당한 곳에 주차해 놓고 걸어서 답사를 해야 한다. 이 느티나무는 성황목으로 샘물농장 주인이 대를 이어 해마다 나무제사를 주관하고 있다. 샘물농장 주변에 주차하고 나면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동네 풍경이 무척이나 정겹다. 동해선 철도가 나무와 7~8m가량 떨어져 있어 개발의 광풍을 비껴 가지 않았나 싶다.

7번 국도를 사이에 두고 백봉령 방향의 마을은 아파트와 상가들이 점령해 옛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 않다. 나무 둘레는 8m, 높이는 15m로 수형이 참으로 멋지다. 제 의지대로 자란 가지가 자유로이 펼쳐져 허공을 점령하고 있다.

매년 단옷날이면 마을 주민 10여명이 모여 제를 올린다고 한다. 나무 바로 옆에는 성황당이 지어져 제사에 필요한 제기를 보관하고 있다. 수령은 730년가량이며, 동해 북평에 살던 한 선비가 과거를 보러 갔다가 낙방해 귀향하던 중 먼 거리를 걸은 탓에 다리가 아파 다리쉼을 하다 백복령에서 가지고 온 지팡이를 꽂아 놓아서 자란 나무라는 전설이 있다. 나안동도 지금은 도시화되면서 아파트가 들어서서 옛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나안동 경로당을 찾았다. 종지윷을 던지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윷이 담요에 떨어질 때마다 어르신들의 표정이 바뀐다. 누가 제사를 주관하는지, 언제 지내는지는 알고 있지만 아쉽게도 나무에 대한 유래를 아는 어르신들이 없다. 나무 주변은 언제 도시화의 물결에 동참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옛 사람들의 손때가 남아 있는 나무가 이 지역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오래도록 동네 주민들과 함께 공존하길 빌어 본다.

사진·글=김남덕 사진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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