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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강원나무기행]빼앗긴 시절에도 우리겨레와 애환 같이했던 나라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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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방동리 무궁화나무

 

 

강릉박씨 재실에 자리해 문중서 추앙
매년 광복절 즈음 만개 고운자태 뽐내


1945년 이후부터 우리나라는 매년 광복을 기념하는 행사를 연다. 그 가운데 강릉 사천면의 광복절 행사는 전국의 기념행사 중에서 가장 남다르다. 일제강점기의 어둠의 크기를 쟀다면 이곳의 어둠은 아마도 블랙홀보다도 더 농도가 짙은 어둠이었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강릉시 사천은 바다와 인접해 있지만 어업보다는 농촌 풍경이 눈에 익숙한 마을이다. 사천의 바다 주변에는 허균(1569~1618년)의 애일당과 시비가, 입구에는 ‘파초'로 이름난 초허 김동명(1900~1968년)의 시비가 세워져 문향을 뿜어내고 있다.

초허는 시인, 문학평론가, 정치인, 대학교수 등 많은 수식어가 뒤따른다.

암울한 시대에 태어난 시인은 격동의 근현대를 살면서 시대의 상처를 온몸으로 부딪치며 살았다. 민족의 운명을 외면하지 않고 광복의 걸음을 멈추지 않은 시대의 선구자이기도 했다.

김동명 선생님의 장남 김병우(92) 전 한남대 철학과 교수가 증언한 아버지에 대한 평이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아버지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종이 위에 펼쳐 놓으면 시인이 되었고 행동으로 옮겨 놓으면 정치인이 되었다'고 증언했다. 그래서인지 초허의 고향 강릉시 사천면의 일제강점기로부터 광복은 더 뜻깊어 보인다.

초허 김동명 시비 옆으로 사천면사무소가 있다. 그 아래 7호선 국도 아랫길을 따라 좁은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간다. 구불구불 언덕길을 몇 차례 넘는다. 도로 주변은 산불 피해를 입었던 지역이다. 키 작은 나무들이 연이어 나온다.

농가 주택들이 띄엄띄엄 자리를 잡고 있다. 지금은 차량도 들어가는 이 길이 예전에는 사람들만 왕래하는 오솔길이었을 것이다. 서슬 퍼런 일제강점기, 수많은 감시의 눈을 피해 100년 세월을 바친 무궁화를 찾아가는 길이라 더욱 감회가 새롭다. 지금까지 살아줘서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일제의 감시를 피해 지금까지 살아난 무궁화나무는 강릉시 사천면 방동리 346번지에서 강릉박씨 재실을 지키고 있다. 서슬 시퍼런 시대에 조상님 모시듯 무궁화를 심어 지금까지 정성껏 가꿔 온 강릉박씨 후손들의 마음이 전해진다. 강릉 박씨 역사는 신라의 건국 시조인 박혁거세의 후손인 박순(朴純)이 강릉에 정착하면서부터 시작된다. 박순은 혁거세 4세손인 파사왕의 후손으로 신라하대 강릉김씨 시조인 김주원이 강릉으로 낙향할 때 함께 온 박린(朴麟)의 후손이다.

강릉박씨 종손들의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는 재실 안에 이 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재실은 강릉박씨의 중시조인 박수량(1475~1546년)을 모신 사당으로 건물은 1970년 수리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향현사는 강릉 성현 12분을 기리는 장소다. 그는 성현의 한 분으로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강릉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무궁화는 한옥과 어울려 눈맛이 즐거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보통 40~50년 자라는 무궁화보다 오래된 증거는 강릉박씨 종부인 조길자(85)씨가 “16세에 시집왔을 때도 이 나무가 있었는데 그때도 나이가 든 나무였다”고 증언한 것을 봐 알 수 있다.

이 무궁화는 천연기념물 제520호로 지정돼 강릉박씨 차원을 넘어 국가 차원의 보호를 받는다. 동해 바다를 옆에 끼고 낮은 구릉지에 위치한 재실 안 담장 한쪽에 자리 잡고 있는데 조상님을 뵙는 것처럼 강릉박씨 문중의 추앙을 받고 있다. 그러므로 이 나무는 강릉박씨 조상님과 동격이다.

나무의 높이는 4m, 뿌리 부근 둘레는 1.46m이며 3개의 줄기가 균형미를 만들고 있다. 줄기는 지상 0.2m부터 두 줄기로 갈라졌고, 0.85m부터 다시 세 줄기로 나뉘어 하늘을 향해 있다. 무궁화 종류로는 홍단심계로 분류되는 이 나무는 아직도 광복절 즈음해 많은 꽃을 피워내며 고풍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사진·글=김남덕 사진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