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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강원나무기행]으스스함과 신비로움의 경계

춘천 송암동 성황림

 

 

신앙의 대상이 된 두 개의 숲

숲을 신성시하는 문화는 그 연원이 지극히 깊고도 멀다. 인간이 숲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얻던 시절부터 숲은 신앙의 대상이자 삶을 이어가는 생명의 원천이었다. 현재 숲이 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은 원주 신림 성황림이 유일하다.

춘천 송암동 성황림(춘천시 송암동 산 62)은 보호수 소나무의 오른쪽 능선에 있다.

이 숲이 춘천에서는 유일하게 남·여 성황림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매년 음력 10월 3일이면 숲의 성황당에서 동제를 지낸다.

동제는 저녁부터 산 아래에서 음식을 준비하며,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돼지를 제물로 올린다. 자정이 되면 몸을 정갈하게 한 사람이 주도해 제사를 지낸다.

이튿날 거리제사는 밤 9시에 마을 입구 삼거리에서 지낸 후 주민들은 모두 마을회관에 모여 제사 음식을 골고루 나눠 먹는다. 마을 주민들 덕분에 숲 문화의 원형이 훼손되지 않고 보존되고 있다. 숲을 통해 사람들은 마을의 안녕과 평온을 기원할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단합도 이루어 내고 있는 것이다.

혼자 가기엔 살짝 용기가 필요

성황숲은 약 20m의 거리를 두고 두 개의 당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위쪽 당숲은 십여 그루의 소나무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으며 그중 노거수는 다섯 그루 정도다. 상황당 내부엔 토지지신의 위패가 보이지 않고 한지 한 장이 접혀서 걸려 있다. 그리고 초 두 개가 놓여 있다. 성황당 바로 앞엔 오래전에 죽은 소나무가 있으며 대체로 빛이 잘 들지 않아서인지 음습하다. 당숲은 혼자 장소를 찾아 가기엔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사람들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다. 햇살이 비치는 맑은 날은 그런대로 답사할 만하지만 비가 오거나 흐린 날 찾아가는 것은 어릴 적 마당 건너 있는 뒷간을 한밤중에 찾아가는 것에 필적할 용기가 필요하다.

아래 당숲에는 소나무 스무 그루 정도가 있으며 그중 거목은 열 그루쯤이다. 노거수 중 특이한 것은 두 개의 소나무가 하나로 붙었다가 다시 두 개로 갈라진 소나무다. 당숲은 마을의 수호신으로 주민들에게 특별한 대접을 받으며 잘 보존돼 있다. 다만 햇빛을 좋아하는 소나무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조성된 잣나무 조림지가 그늘을 만들어 소나무 성장 식생에 장애가 되고 있다. 잣나무를 간벌하는 등 소나무를 살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살아있는 산림문화 ‘당숲'

수호신을 모시는 당숲은 전통마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그러나 산업화로 인해 마을 공동체가 해체되다 보니 성황림을 유지하며 현재에 이르는 숲은 흔치 않다. 문화의 원형을 잘 간직하고, 매년 당제를 지내고 있는 송암동 성황림은 춘천의 대표적 문화유산으로도 손색이 없다. 도시 속에 위치한 당숲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는 것은 불가사의한 일이다. 이곳은 춘천에 남아 있는 산림문화의 대표적인 현장이다. 지금까지 마을 주민들과 호흡하며 당제를 지내고 있으며 주민들의 신성을 받고 있는 숲으로 보존 가치가 아주 크다. 혹시 자치단체에서 지정하는 지정문화재가 있다면 1순위로 추천할 만한 곳이다.

당숲 주변은 축구장, 야구장, 빙상장, 양궁장, 테니스장 등이 잘 정비돼 있는 송암스포츠타운이 있다. 그리고 강변 옆으로는 카누를 이용해 물 위를 가는 물레길과 두 바퀴로 가는 자전거길 그리고 걷는 길이 조성돼 있다.

사진·글=김남덕 사진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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