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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무방비 돌풍에…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농심

대기불안 따른 농사 피해 급증

 

"비도 그런데, 바람이 걱정이야. 봐요. 시꺼멓게 변색한 거."

1일 찾은 화성시 장안면의 한 농지. 수도권 최대 곡창지대 중 하나인 이곳에선 광활한 농지를 활용한 대규모 벼농사가 이뤄진다.

평생 여기서 벼농사만 짓고 있다는 농민 A(90)씨는 잡초를 베어내느라 입가에 묻은 풀 조각을 '퉤'하고 털어내며 말을 이었다. 그는 "이삭이 채 여물기 전에 바람에 상처를 입으니 까맣게 변색하는 것"이라며 "수확량이 줄어드는 게 제일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화성 곡창지대 곳곳에 '벼 쓰러짐'
벼알 검게 변하는 '흑수'도 나타나


곳곳엔 도복도 눈에 띄었다. 절반가량이 쓰러진 논이 보이는가 하면, 전부 쓰러져 시꺼먼 논물에 벼알이 잠겨 있는 논도 쉽사리 찾을 수 있었다.

도복은 어느 정도 익어 무게가 나가는 벼가 바람에 의해 쓰러지는 현상을 말한다. 벼를 다시 일으켜 세워도 이미 논물과 빗물을 잔뜩 머금은 벼알은 곧 썩어버리게 될 위험이 있어 농민들을 괴롭히는 현상 중 하나다.

이 지역엔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기준 지난 31~1일 사이 94㎜의 비와 최대순간풍속 초속 10.9m의 바람이 불었다.

강한 돌풍을 동반한 소낙성 강수가 계속되면서 벼 쓰러짐 피해와 벼알이 새까맣게 변하는 흑수(黑穗)까지 함께 나타나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흑수란 어느 정도 익은 벼알이 강한 바람으로 상처를 받으면서 수일 후 검게 변하는 현상을 뜻한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수확량은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절반가량까지 줄게 돼 피해가 크다.

통상 도복과 흑수는 태풍에 의해 주로 나타나는 피해다. 태풍에 동반한 강한 바람 때문에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대기 불안정에 따른 소낙성 강수가 곳곳에서 계속되면서 돌풍 피해가 늘었다. 지표의 따뜻한 공기와 상층의 찬 공기가 만나면 따뜻한 공기는 위로, 찬 공기는 아래로 내려오며 소용돌이와 같은 순간 돌풍이 생기게 된다. 여름철 없던 현상은 아니지만 최근엔 빈도가 급격히 늘었다.

"비도 그런데… 바람이 걱정이야"
"자연현상이라 할수 있는게 없어"
해법 못찾는데… 이달 태풍 우려

 


지자체·농민도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도내 지자체 관계자는 "병충해면 방역을 해서 지원할 수 있지만 자연현상이라 지원할 수 있는 게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농민 A씨도 "두 눈 뜨고 피해를 입는 거라 제발 바람이 이쪽으로 불지 말라고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곧 태풍이 우리나라로 가장 많이 영향을 주는 9월이 찾아왔다는 점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 21개 중 9개가 9월에 집중됐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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