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을 방문한 유력 대선후보들이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에 이어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전북도민의 50년 숙원사업인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면서, 도민들은 어렵사리 본궤도에 오른 새만금 국제공항 사업이 탄력을 잃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과거 김제공항 무산이란 통한의 역사를 겪은 도민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하는 분위기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7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만금 국제공항은 도민들의 충분한 동의 하에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새만금 국제공항 반대 입장을 표출한 것이다.
심 의원은 “새만금 국제공항은 이미 국토교통부 사전타당성 용역 결과에서 경제성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군산공항의 운항 편수가 적은 것도 실수요가 없는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무엇보다 새만금의 마지막 천연 갯벌인 수라갯벌의 파괴가 우려되는 만큼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은 숙고를 거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전북도의회를 찾은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홍준표 의원도 새만금 국제공항에 대해 “조금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홍 의원은 전국 4대 관문공항(인천국제공항, 전남 무안국제공항, 가덕도신공항, TK신공항)을 주장했다. 당시 그는 “새만금 국제공항은 호남 전체의 구도로 봐야 한다. 호남의 대표적인 공항을 무안공항으로 해야 한다”며 “새만금 국제공항을 만드는 게 과연 옳은지 국가 전체적인 측면에서 시뮬레이션을 다시 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선후보들의 이 같은 발언은 전북도민의 오랜 염원을 짓밟는 행태로 해석된다. 전국 도 단위로 볼 때 국제공항이 없는 곳은 전북과 충남뿐이다. 특히 전북은 20년 전, 김제공항이 백지화되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이 때문에 이번 대선후보들의 새만금 국제공항 발언에 대해 도민들이 느끼는 상실감과 소외감은 더 크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여당 차원에서 새만금 국제공항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 논란을 종식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새만금 국제공항이 찬반 논란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는 것. 그동안 “새만금 국제공항과 관련한 문제를 제기하고, 논란을 촉발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일”이라고 밝혀왔던 전북 정치권의 역할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한편 새만금 국제공항은 지난 2019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에 포함됐다. 지난해 6월부터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하고 있다. 올해 말에는 기본계획을 확정·고시할 예정이다.
문민주 moonming@jj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