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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73년 소방역사 상 첫 여성 소방준감에 올라 '제주여성 파워' 과시

고민자 광주광역시 소방안전본부장, 해녀의 딸로 강인함과 근면함 몸소 실천
2019년 4월 강원 대형 산불 당시 중앙119 상황실장 맡아 이틀만에 진화
전국 소방관.소방차 강원 집결...지방직이던 소방관 국가직 전환 계기 마련

 

"어렵고 힘이 들지만 코로나19는 극복할 수 있습니다. 척박한 환경을 슬기롭게 대처하며 고난을 이겨낸 제주도민들의 강인함은 감염병 위기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고민자 광주광역시 소방안전본부장(56)은 해녀의 딸로서 강인하고 근면한 제주여성의 모습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고 본부장은 지난 2월 우리나라 소방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소방준감에 올랐다.

여성이 소방준감(3급)에 오른 것은 1948년 정부 수립 당시 내무부 산하 소방과가 설치된 이후 73년 만에, 여성이 소방직에 진출한 1973년 이후 48년 만이다.

소방준감은 소방총감(소방청장), 소방정감, 소방감에 이어 소방조직에서 네 번째로 높은 계급이다.

전국 5만7748명의 소방공무원 중 여성은 9.8%(5649명)에 머물고 있으며, 소방준감은 30명뿐인데 여성은 그가 유일한다.

고 본부장은 여성으로는 전국 두 번째 서장에 이어 중앙119구조본부에서 첫 여성 상황실장을 맡기도 했다.

고 본부장은 “여자라고 하지 못할 일은 없고, 맡지 못할 업무는 없습니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 과장 당시 중앙부처(소방청) 근무를 지원했는데 심사에 통과해 중앙119구조본부 상황실장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2019년 4월 4일 강원도 고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인제·속초·강릉·동해 등 강원도 전역을 집어 삼켰다. 당시 중앙119 상황실장인 그는 전국에 비상동원령을 발령했다.

서울·경기·충북는 물론 강원도에서 멀리 떨어진 전남·경남에서도 소방인력과 소방차가 출동했다. 전국 소방관 3251명과 872대의 소방차가 산불 현장으로 달려가면서 이틀 만에 불길이 진화됐다.

강원 산불 진화에 대해 전권을 위임받은 그는 단일 화재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전국 소방력을 동원시켰다.

그는 “불이 진화될 때까지 이틀간 한숨도 자지 못했다. 전국의 소방차가 어둠을 뚫고 달려오면서 고속도로는 온통 빨간 경광등으로 물들어 있었다. 기적이 일어난 것 같았다”며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국가직 경찰관과 달리 전국 17개 시·도의 소방관은 지방공무원이었다. 그래서 관할 지역을 벗어나 타 지방의 산불 현장에 출동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강원도를 뒤덮은 산불 현장에 전국 각지에서 온 소방관들이 힘을 합쳐 불을 끄는 모습이 생중계되면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에 불씨를 당겼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 달라는 요청이 봇물을 이뤘다.

그는 “2017년 소방청 개청 이래 대형 재난은 관할 지역 구분 없이 국가 차원에서 총력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협조가 가능해졌다”며 “강원도 산불 진화를 계기로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이원화됐던 소방공무원은 2020년 4월 1일부터 모두 국가직으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고 본부장은 소방관들은 인명 구조를 위해서라면 타오르는 불길 속을 망설임 없이 뛰어들지만, 내면적으로는 심성이 여리고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37년간 소방생활을 한 것에 대해 보람과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또한 기회가 주어지면 마지막 임기는 고향과 도민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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