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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그들의 죽음 위에 우리의 삶이

[문화의 향기] 대전예당-지역대학 창작오페라 '레테(The Lethe)'
대전 지역 이슈·정체성 녹인 '브랜드 창작 오페라'
재난로봇 폐기 과정 통해 삶과 죽음 사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전 세계는 재난 지역에 사람을 대신해 들어갈 로봇을 개발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감정이나 생명이 없다는 이유로 치러지는 로봇의 '희생'에 인간은 어떤 죄의식도 느낄 필요가 없는 것일까? 내달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열리는 대전예당과 지역 대학(충남대·한밭대·목원대) 창작 오페라 '레테'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 로봇의 시대를 상상하며 '우리의 삶은 누구의 죽음 위에 서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번 공연은 대전예술의전당과 지역 대학들이 연계하여 대전의 이슈를 다룬 한국오페라를 창작·공연함으로써, 지역 공연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향후 대전브랜드 오페라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를 두고 제작됐다.

 

지금으로부터 멀지 않은 미래, 자신의 할 일을 다 하고 폐기를 앞둔 재난로봇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재난로봇에 붙여지는 이름 '레테'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망각의 여신으로부터 따 왔다. 이전의 재난을 모두 잊고, 새로운 출발을 가능케 하는 재난로봇이라는 의미로 붙여졌다. 아무나 건널 수 없는 망각의 강 같은 곳을 자유롭게 넘나든다는 뜻도 담고 있다.

 

이 작품에는 재난로봇 폐기장에서 일하는 사람, 폐기될 재난로봇, 그리고 재난로봇을 폐기하는 재난로봇 등이 등장한다. 폐기장 안에서 대부분의 재난로봇은 순순히 폐기되지만, 죽음을 거부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그 이면의 모습과 삶과 죽음에 대해 사유할 수 있다.

 

이번 공연은 '과학도시'라는 지역의 이미지와 연계되면서 어른들뿐 아니라 어린이들에게도 흥미를 줄 수 있는 소재로 기대감을 자아낸다. 특히 오페라 분야에서 왕성히 활동하는 대전 지역 젊은 예술가들의 역량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작품으로, 각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합창단, 연극단, 무용단 등으로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

 

여기에 작품을 관통하는 스타카토와 이야기를 빠르게 전개시키는 3박자 진행, 극적 긴장감과 이완을 표현하는 잦은 전조와 화성 변화 등으로 음악적 완성도를 높였다는 점도 주목할 요소다.

 

전정임 예술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AI시대 로봇에 대한 인류의 윤리 문제를 이슈화하고, 전쟁과 재난, 평화, 사랑 등의 주제를 가족오페라 차원에서 제공하고자 한다"며 "학습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배워가는 로봇과 인간 사이의 미묘한 심리적 갈등에 초점을 두고 공연을 관람한다면 보다 흥미진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창작오페라 '레테'는 평일은 오후 7시 30분, 토요일은 오후 3시와 7시에 관객들을 찾을 예정이며, R석 3만 원, S석 2만 원이다.

 

이태민 기자 e_taem@daej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