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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북극을 가다] 동화 속 얼음왕국 같은 세계 첫 얼음호텔

세계서 가장 큰 이글루 연중무휴…매년 3월 트로네강 채취 천연 얼음 사용
객실 내 온도 영하 5도 유지

안용모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 북극의 얼음왕국 유카스야르비

 

키루나에서 아침 첫 버스를 타고 동화 속 얼음 성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는 얼음호텔이 있는 유카스야르비(Jukkasjarvi)로 향했다. 눈발이 날리고 길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쌓인 눈 위로 버스는 거침없이 달린다. 해가 짧은 북극극야의 어둠이 지배할 것만 같았던 그 곳은 여행자가 접하기 어려운 눈 세상이 전하는 아름다운 풍경의 향연으로 가득하다.

 

두려움 없이 떠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자들을 위해 북극의 오로라만이 전부가 아니라며 뽐내듯 핑크와 블루의 콜라보레이션을 이루며 펼쳐진 하늘. 땅에는 상고대와 눈꽃들로 뒤덮인 나무들과 작은 마을은 마치 겨울요정들의 세상처럼 흰 눈 속 온기 가득한 풍광이다. 수북이 눈을 덮어쓴 나무들과 세상이 하얀 풍광만으로도 북극에서 불과 200km 떨어진 얼음호텔이 그려지는 듯하다.

 

 

스웨덴의 북단 유카스야르비에서 상상 속의 눈꽃 마을을 만났다. 아! 저기 이글루가 보인다.

 

하얀 눈이 덮인 넓은 들판에는 아치형의 대형 이글루들이 환상의 성처럼 늘어서 있다. 얼음호텔이다. 온통 눈으로 덮인 얼음호텔은 세계에서 가장 큰 이글루다. 눈의 나라 스웨덴 북부지방 작은 마을인 유카스야르비는 만남의 장소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얼음호텔로 가는 길은 키루나에서 버스를 타면 30분 정도에 도착할 수 있다.

 

북극의 얼음왕국 마을이라고 불리는 작은 마을은 주민이 900여 명밖에 안 되지만 매년 7만 명이 넘는 여행자들로 붐빈다. 한밤중의 태양이 여름에는 빛나고 겨울에는 2주 동안 지평선 위로 떠오르지 않는 곳. 일년중 8개월 동안 눈이 내리고 북극광이 밤하늘을 밝히는 곳이다. 유카스야르비는 얼음왕국 마을로서 최고의 백미는 세계에서 가장 추운 겨울왕국의 실사 판이라는 얼음호텔이 여행자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마을에는 빙하기 말 내륙의 얼음이 사라지면서 생긴 토르네(Torne)강이 흐르고 있다. 유럽에서 마지막으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강 중 하나인 토르네 강은 깨끗한 자연의 얼음을 아낌없이 빌려준다. 봄에는 태양이 예술 작품을 녹이고 강에서 가져온 얼음을 다시 강으로 돌려준다.

 

 

◆ 세계최초 최대의 스웨덴 랜드마크 얼음호텔

 

1989년에 지어진 얼음호텔은 세계 최초의 얼음호텔이자 세상에서 가장 많은 눈과 얼음으로 만든 마법의 호텔로 진화했다. 요즘은 세계 각지에 얼음호텔이 생겼지만 이곳 얼음호텔이 시초다. 대부분 얼음호텔은 겨울에만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유카스야르비 얼음호텔 역시 초반에는 겨울에만 운영했지만 현재는 1년 내내 운영한다. 태양광 에너지를 동력으로 활용해 여름에도 온도 유지가 가능하다. 얼음호텔을 유지할 수 있는 냉장 공장은 태양전지 패널의 에너지로 구동된다. 이전에 얼음예술을 녹인 태양은 이제 일년내내 얼음호텔을 경험하게 한다.

 

처음 이 지역에서 열린 눈 축제를 기념해 초청한 프랑스 조각가 자노 데리(Jannot Derid)가 얼어붙은 토르네 강의 빙판 위에 이글루를 지어 전시회를 열자, 관람객 중 한 부부가 그 이글루 안에 순록 털을 깔고 침낭 속에서 하룻밤을 보낸 것이 아이스 호텔의 시초란다. 매년 3월마다 토르네 강에서 채취한 얼음블록을 냉동 창고에 넣어두었다가 그해 겨울 얼음호텔을 짓는 데 사용한다.

 

 

세계 최초의 얼음 호텔이라는 명성답게 로비, 객실, 복도, 레스토랑과 바, 교회 등에는 모두 얼음 조각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디자인하고 완성한 조각품이 전시되어 있다. 얼음호텔은 아트 스위트, 전용 욕실이 있는 디럭스 스위트, 아이스 갤러리 등 얼음호텔의 상징적인 아치형 건축 양식과 전통적인 이글루 건축 방식이 결합되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룬다. 긴 얼음복도를 따라 양쪽으로 하얗게 도열해 있는 객실들은 세계에서 온 예술가들이 꾸민 창작 작품이다. 스위트룸은 낮에는 미술 전시회를 하고, 밤에는 숙박시설로 변신한다. 보기만 해도 온몸이 얼얼한 기분이 든다.

 

호텔 내부에 특별한 아이스 바도 있어 얼음 잔에 술을 따라 마시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아이스 바와 얼음호텔은 모든 감각을 자극하는 완전한 얼음 체험이다. 벽, 바, 가구, 예술품, 술잔 등 모든 인테리어는 토르네 강에서 채취한 천연 얼음으로 만들어졌다. 녹아내리는 수정 같은 얼음 잔을 들고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아이스 바는 매년 50만개 이상 얼음 잔이 나갈 정도로 인기다. 얼음으로 만든 안락의자에 앉아 다정한 연인과 칵테일을 즐기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몽환적이다.

 

 

얼음호텔에는 객실마다 디자인한 예술가의 사진과 설명이 함께 적혀있어 객실 자체가 작품이 되는 것 같다. 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제안 받아 실제 호텔 스위트로 변환할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다. 얼음호텔의 제작자는 해마다 바뀌지만 스위트룸을 만드는 것은 진정성 있고, 극도로 터프하고, 마술적이며 동시에 절대적으로 아름답다. 예술은 몇 달 동안 벽에 보존되어 서서히 녹아내리는 여행자의 흔적이 되기도 한다.

 

 

◆ 북극탐험의 버킷리스트 엘사처럼 얼음호텔에서 하룻밤

 

세계최초이자 가장 유명한 얼음호텔에서의 하룻밤은 북극탐험의 버킷리스트 필수품이다. 스웨덴의 랜드마크가 매년 겨울 시즌마다 창의적으로 재설계되고, 다시 태어난다는 사실은 진정으로 오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진정한 경험은 여기서 밤을 보내는 것이다. 얼음으로 지어진 방에서 잠을 자는 자신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차가운 얼음으로 감싸 안고 보호받는 느낌이 주는 포근함을 느끼는 건 또 뭘까? 거기서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면 믿을까? 여행자는 강력하게 추천한다. 얼음 위에서 잠을 자는 일생일대의 경험을 할 준비가 되었다면 얼음예술 공간에서 밤을 보내자.

 

객실은 아이스 룸과 아트 스위트로 나누어지며 침대와 의자 형태로 조각된 얼음조각으로 채워져 있다. 천정부터 두꺼운 벽과 바닥은 물론 모든 가구와 장식품은 오직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기만 해도 온몸이 얼얼한 기분이 든다. 아름다운 얼음 조각 사이를 거닐고 객실에서 마법 같은 신선한 환경을 경험해 보자. 낮에는 얼음호텔이 일반에 공개된다. 당일 방문객과 투숙객은 예약된 디럭스 스위트를 제외한 모든 객실을 볼 수 있다. 이것은 투숙할 여행자가 오후 6시에 룸을 체크인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얼음호텔의 객실 내 온도는 영하 5도를 유지한다. 룸에는 얼음침대가 있고, 침대 위에는 순록 모피가 깔려있어 잠을 잘 때는 발열 침낭 안에서 자야 한다. 호텔이라기엔 극한 체험인 것 같기도 하지만 정말 이색적인 경험이다. 극한의 온도를 테스트한 원정대 스타일의 침낭을 제공하므로 보온, 모자, 따뜻한 양말 정도만 있으면 괜찮다.

 

얼음호텔 내에는 레스토랑이 두 곳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레스토랑에서 음식 또한 얼음 접시에 제공된다. 사실 얼음 접시를 사용하면 음식이 얼음에 붙거나 얼기 때문에 밑에 젤리나 샐러드 같은 것을 깔아준다. 얼음 접시가 녹기 시작하면 음식이 미끄러질 수 있기 때문에 대두젤리를 위에 덮어 음식을 고정 한다. 하지만 셔벗과 같은 차가운 디저트를 담을 땐 녹지 않아 오히려 좋다고 한다. 얼음 접시에 담긴 음식은 과연 어떤 맛일지 궁금해졌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세계 곳곳에서 기후 재난이 빈번한 요즘, 앞으로도 얼음호텔을 오래 보고 싶다면 우리의 작은 실천과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벽을 가득 메운 얼음 조각 장식품은 물론 조명, 침대에 이르기까지 겨울 왕국에서 특별한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면 얼음호텔이 제격이다. 환상적인 오로라의 모습을 얼음으로 지어진 얼음호텔에서 두 눈에 담을 수 있다면 그 순간을 평생 추억할 수 있지 않을까.

 

얼음호텔은 보기만 해도 온몸이 오그라들지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기에 더없이 좋다. 안락하고 편안한 호텔을 두고 여행자들은 왜 얼음으로 만든 추운 호텔에 올까? 얼음호텔의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기발한 발상이 통했다는 것이다. 한 해 평균 8천명의 여행자들이 묵어가지만. 다소 비싼 객실료를 내고 평생 잊지 못할 얼음호텔에서의 1박을 추천한다.

 

안용모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 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