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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통큰기사-아이를 위한 도시는 없다·(上)] 육아고통의 끝 학대·방임

현실에 눌린 모정, 엄마에 찔린 아이

 

 

서윤아(가명·32)씨는 두 아이의 엄마다. 지난 2013년 결혼한 서씨는 슬하에 7살, 6살 연년생 남매를 뒀다. 그는 결혼생활 5년 만인 2018년 남편과 돈 문제로 갈등을 겪다 별거를 시작했다. 남편에겐 사채 빚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부터 서씨는 두 아이를 홀로 키워야만 했다. 서씨 가족의 보금자리는 원룸이었다. 그는 물류센터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벌고 엄마만 애타게 바라보고 있는 어린 자녀들까지 돌봐야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나빠졌다. 월세를 제때 내지 못해 서씨 가족은 원룸에서조차 쫓겨날 처지에 내몰렸다. 

 

서씨, 흉기로 6살 아들에 상처
살인미수 기소 1심서 징역 4년


서씨는 6살 아들의 가슴을 흉기로 찌른 범죄자다. 그는 지난 2월 두 아이와 함께 오산시로 여행을 떠났다. 아이들에게는 여행이라고 말해뒀지만, 실상은 자신과 아이들의 생을 마감하기 위한 여정이었다.

그는 숨바꼭질을 하자며 아들을 화장실로 유인했고, 미리 준비한 흉기로 아들의 가슴을 두 차례 찔렀다. 정신을 잃은 아들을 침대에 눕힌 서씨는 곧이어 자신의 복부를 흉기로 한 차례 찌른 뒤에 쓰러졌다.

사건을 목격한 딸이 모텔 관리인을 방에 데리고 왔고, 관리인은 즉시 119에 신고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모자는 다행히 목숨을 구했다.

홀로 아이 키우려 노력했지만
한순간에 잔인한 엄마로 전락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서씨는 지난 5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을 맡은 수원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이규영)는 판결문을 통해 서씨의 범행을 강하게 꾸짖었다.

재판부는 "우리 사회는 그동안 이 사건과 같은 유형의 범죄에 관하여 '부모가 오죽했으면'이라는 온정적인 시각으로 '동반자살'로 미화해왔으나, 이 사건과 같은 범죄는 자녀를 보호 양육해야 할 책임이 있는 부모가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는 그릇된 인식과 자신이 죽은 후의 자녀의 삶이 불행할 것이라 단정하고 책임진다는 잘못된 판단만으로 아무런 죄도 없는 자녀를 살해하려 한 것에 불과하다"고 적었다.

재판부의 판단처럼 서씨의 범행은 '선의로 포장된 극단적 형태의 아동학대'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사회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중범죄다. 그런데 법원은 서씨가 처했던 상황을 양형에 참작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2018년경부터 남편과 별거하며 홀로 두 자녀를 양육하다가 월세를 내지 못해 살던 원룸에서 쫓겨날 처지에 몰리자 생활고와 양육의 부담, 언니들과의 갈등 등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로 어리석은 판단을 하게 된 점, 평소 피해 아동을 학대한 정황이 없으며 앞으로 피해 아동을 잘 돌보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 등을 열거했다.

선의 포장 극단적 아동학대…
국가·지자체 아무 책임 없을까


서씨는 범행을 저지르기 전까진 홀로 두 아이를 키우던, 사실상 한부모 가정의 가장이었다. 범행 이후에는 자식에게 흉기를 든 비정한 엄마가 됐다. 서씨를 설명하는 표현을 범행 이전과 이후로 분리한 이유는 각각의 상황에 인과관계를 부여하지 않기 위함이다.

서씨와 비슷한 상황에 놓였더라도 그와 같은 선택을 하는 부모는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범행 이전 서씨의 삶도 부정하긴 어렵다. 서씨가 수년간 홀로 두 아이를 키우고,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고꾸라진 출산율을 높이려고 정부나 지자체는 늘 '육아는 국가 책임'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서씨 가족의 비극에도 국가 책임이 일부 있진 않을까. 이런 의문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

글 : 손성배, 배재흥기자
사진 : 김금보기자
편집 : 김동철, 장주석차장
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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