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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가요 속 강원도]경춘선 기차·북한강 경치…이곳의 일상은 그저 노랫말

(9)7080 낭만의 고장 ‘강촌'

 

 

나훈아 노래 ‘강촌에 살고 싶네'
그시절 청춘 대표 여행지로 기여


강촌에 살고 싶네. ‘국민가수' 나훈아가 1968년 발표한 노래다.

 

이 노래는 경춘선을 타고 가던 중 무작정 내리게 만들 정도로 아름다운 강촌의 절경을 가득 담고 있다. 지극히 평범한 농촌의 일상이지만, 나훈아의 감정을 타고 흐르면서 눈을 지그시 감게 만든다. 7080세대 추억과 낭만이 서려 있는 ‘해방구' 강촌이라는 공간의 아름다운 전원풍경과 황홀경이 가사 곳곳에 알알이 맺혀 있다.

“날이 새면 물새들이 시름없이 나는/ 꽃피고 새가 우는 논 밭에 묻혀서/ 씨 뿌려 가꾸면서 땀을 흘리며/ 냇가에 늘어진 버드나무 아래서/ 조용히 살고파라 강촌에 살고 싶네.”

경춘선 강촌역에서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봄내길 2코스로 명명된 ‘물깨말구구리길'과 마주하게 된다. 물가에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로, 말 그대로 ‘강촌'이다. 이 노래의 배경이다.

귀경길에 오르던 설강 김성휘가 산 중턱에 걸려 있는 강촌역에 반해 경춘선에서 내려 배를 타고 북한강을 건너 여인숙에 당도했다 한다.

그곳에서 그는 무엇을 보았을까. 어둑어둑한 밤하늘을 유유하게 날면서 북한강을 집 삼아 노니는 물새들의 평온함, 바람에 산들거리는 버드나무의 유유자적함, 모두가 잠들 즈음 산에서 들리는 뻐꾸기 소리, 아스팔트가 아닌, 흙으로 덮인 도로와 전깃불은 고사하고 등잔불로 방을 밝혀야만 하는 농촌의 일상…. 이 모든 게 노랫말이 된다.

우리 대중가요를 산맥으로 표현한다면 하나의 큰 산맥은 나훈아라는 이름이 붙는데 어느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으리라 본다. 이런 나훈아의 목소리를 타고 알려진 강촌의 일상은 이곳을 낭만을 대표하는 고장으로 변모시키는 데 기여했다.

강촌역은 2010년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으로 춘천 남산면 방곡리로 이전했다. 현대식으로 지어져 편리하다. 하지만 강촌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하염없이 북한강의 출렁이는 물결을 바라보던 작은 사치는 더 이상 누리기 힘들어졌다. 아쉽다.

허남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