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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섬진강 따라 竹竹 이어진 섬진강대숲길서 ‘느리게 걷기’ 지리산호수공원 지리산치즈랜드 수선화에 ‘마음 활짝’

 

‘윤슬’.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이란 뜻이다. ‘윤슬은 정말 이름처럼 참 예쁘구나’라고 처음 느꼈을 때가 어린 날 섬진강을 봤을 때였다. 그때 이후로 ‘섬진강은 윤슬’로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눈부신 봄빛 아래 팔랑팔랑 떨어지는 벚꽃잎을 바라보고 있자니 반짝반짝 섬진강 윤슬이 떠올랐다. 벚꽃은 엔딩을 말하고 있지만 봄바람은 이제 시작이다. 섬진강이 흐르는 전남 구례군으로 ‘2색 즐거움’을 찾아 나섰다.

 

 

섬진강과 나란히 걷는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대숲길을 만나기 위해 굴다리로 걸어 들어간다.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가 떠오르기도 하고, 지난주 끝난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떠오르기도 한다. 캄캄한 굴다리를 지나니 왼쪽으로 초록 대나무숲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표지판에는 왼쪽과 오른쪽 길 모두 대숲길이라 쓰여 있다. 키 큰 대나무가 빽빽하게 서 있는 왼쪽으로 먼저 발길을 돌렸다.

 

전남 구례군 구례읍 원방리 ‘섬진강대숲길’은 일제 강점기 시절 사금을 채취하던 금광촌이 있던 곳이었다. 모래가 유실되고 강변이 황폐화되자 마을 주민이 이곳에 대나무를 심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나무숲은 직선거리로 600m 정도이며 숲 사이에 높인 길은 1km 정도다. 강변을 따라 쭉 이어진 평지라 걷기 편하다. 섬진강과 지리산, 사성암이 있는 오산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다.

 

푸른 대나무 숲을 천천히 걸어 본다. 댓잎이 ‘솨솨~’ 푸른 바람을 귓가에 속삭인다. 따뜻한 봄바람에 섬진강 맑은 바람이 더해졌다. 대나무 사이에 좁은 길이 나 있는 구간도 있다. 더 가까이서 푸른 기운을 받을 수 있다. 대나무 줄기 사이사이로 마른 갈대와 섬진강이 보인다. 저 멀리 섬진강벚꽃길까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자연 그대로다.

 

 

울창한 대나무 덕에 길에는 시원한 그늘이 져 있다. 햇살 아래 섬진강이 더 반짝거린다. 대나무숲 걷기의 묘미는 하늘에 있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면 댓잎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눈부시게 예쁘다. 절로 크게 숨을 들이마시게 된다. 제대로 힐링이다. 보름달과 초승달 모양의 조명 조형물이 눈에 띈다. 대숲길에 조명을 설치해 밤이 되면 별밤 산책도 가능하다.

 

대숲길의 끝은 서시천교와 이어진다. 죽림욕을 한 번 더 즐기며 시작점으로 되돌아간다. 반대쪽 길도 궁금하다. 안내판에는 ‘두꺼비 다리’까지 2km라 적혀 있다. 문척면 죽마리와 구례읍 신월리를 연결하는 보행교이다.

 

이쪽 길은 선 굵은 대나무숲은 아니다. 마디 가느다란 대나무들이다. 그 대신 다른 매력이 있다. 섬진강변으로 시야가 뚫린 곳이 많아 속이 시원해진다. 길가 풀숲은 빠르게 지나쳐 버리면 아깝다. 색색 풀꽃이 가득 피어 있기 때문이다. 진분홍 살갈퀴, 노란 갓꽃과 민들레, 붉은 자주괴불주머니, 파랑 개불알풀까지 사진 찍어 이름을 찾아보니 더 재밌다. 혼자 걸어도 누구와 걸어도 봄날 ‘초록 추억’이 쌓인다.

 

▷여행 팁 : 버스도 주차할 수 있는 넓은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굴다리를 넘어가도 주차할 수 있지만 공간이 넉넉하지 않다. 굴다리를 지나 위쪽으로 올라가면 ‘라플라타’라는 인기 카페다. 섬진강을 내려다보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수선화 노란 꽃물결 치는 ‘지리산치즈랜드’

 

활짝 핀 꽃을 보면 마음이 활짝 열린다. ‘한국의 스위스’ ‘3초 스위스’라 불리는 지리산치즈랜드에 수선화가 만개했다. 최근 SNS 핫플로 훅 뜬 곳이다. 지리산치즈랜드는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호수공원에 있다. 지리산호수공원은 구만제 일대에 조성한 곳으로 치즈랜드 외에도 캠핑장, 지리산온천, 야생화테마랜드가 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서자마자 눈앞에서 바로 노란 꽃물결이 출렁인다. 수선화의 꽃말은 ‘자기애’라는데 그럴 만하다 싶다. 파란 저수지를 배경으로 푸른 초지와 노란 수선화가 펼쳐져 있으니, 색깔 분명한 매력에 반할 수밖에 없다.

 

지리산치즈랜드는 1979년 젖소 2마리로 착유를 시작한 옛 초원목장이다. 2012년 치즈 체험목장을 지은 후 치즈 만들기, 먹이 주기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로 중단됐다. 2018년 개봉한 영화 ‘마녀’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직접 만든 요구르트가 맛있다고 하는데 빠른 시간 품절된다. 인파도 피하고 요구르트도 사기 위해 ‘오픈런’ 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찾아간 날은 평일이었는데도 꽃 보러 온 이들이 많았다. 주말 나들이로 이곳을 계획한다면 일찍일찍이 나서야 하겠다.

 

 

 

사람은 많지만 인생사진 건지기는 어렵지 않다. 꽃밭 안에 들어가지 못하게 밧줄을 쳐 놓아서 사람 배경 아닌 꽃 배경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어이 줄 안으로 들어가는 이들도 있어 눈살이 찌푸려진다. 나만 즐기고 떠나는 힐링은 이기적이다. 모두를 위해 ‘선’은 지켰으면 한다.

 

먹이 주기는 금지됐지만 귀여운 양들을 만날 수 있다. 엄마 양에 꼭 붙어 다니는 아기 양이 미소를 부른다. 양·젖소 조형물과 곳곳에 놓인 바위도 사진에 재미를 더해 준다. 인생사진 찍기에 진심이라면 예쁜 피크닉 세트를 준비해 가도 좋겠다. 치즈랜드 안에서는 돗자리가 허용된다. 꽃밭을 피해 돗자리를 펴고 여유롭게 쉴 수 있다. 초록 풀밭에 빨간 체크 돗자리를 펴고 앉은 커플이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든다.

 

꽃밭이 넓긴 하지만 꽃만 보고 간다면 치즈랜드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이다. 목장 둘레를 따라 나 있는 산책로를 걸어 보자. 꽃밭을 벗어나면 한적해진다. 멀리서 풍경을 바라보며 힐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산 쪽으로 오르면 저수지와 꽃동산이 발아래 놓인다. 이곳의 특별함은 ‘자연’이라더니 수긍이 된다. 봄꽃 보며 걷다 보면 마음이 ‘노란 봄빛’에 물든다.

 

▷여행 팁: 바로 앞에 주차장이 있지만 주말엔 꽉 찬다.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어린이(5~13세) 2000원, 70세 이상 1000원이다. 운영 시간은 오전 8시~오후 7시. 음료수와 요구르트를 파는 매점이 있다. 이곳 수선화는 4월 중순께까지 볼 수 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