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청년 정치인들은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청년이 수단으로 소모되고 있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 이런 모순을 탈피하기 위한 해법으로는 △높은 선거 장벽 해소 △사회적 인식 변화 △청년 스스로의 변화 등을 꼽았다.
도내 각 당 청년 정치인과 지난 4일 경남신문 스튜디오에서 개최한 좌담회를 문답으로 요약했다. 이재환 국민의힘 경남도당 대변인은 ‘이’, 박준용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청년위원회 대변인은 ‘박’, 조은성 청년정의당 경남도당 사무처장은 ‘조’로 정리했다.

◇청년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
▲이= 선순환의 밑바닥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청년 때부터 양질의 사람들을 길러냈을 때 제도도 바뀌고 그 다음에 구조가 바뀌기 때문에 청년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조= 기존 청년 정책을 보면 청년이 미완성된 미성숙한 존재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시각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청년 목소리를 직접 대변할 수 있고 다양성 존중 차원에서 청년이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 청년은 각자 무언가 되고자 열심히 노력을 하고 있는 세대이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누군가는 담아야 되지 않을까. 물론 청년이라고 해서 청년의 목소리를 잘 담는 건 아니겠지만 당사자가 담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본다.
◇도당 청년 조직은 어떤 일을 하나.
▲박= 보다 더 많은 청년들이 더불어민주당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청년위원회(이하 청년위) 첫 번째 핵심 목표이다. 두 번째는 여기서 청년 정책을 많이 만들어 내고 선거에 출마하시는 분들에게 정책이 반영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신입 당원 모집, 간담회, 청년위 출마자 지원 등 역할이 있다.
▲조= 통상적 사업은 비슷하다. 특별한 것은 지난해 3월에 청년정의당이 새롭게 출범했다. 청년 정의당은 기존에 정의당 경남도당 청년위보다 더 독자적이고 자율성이 보장돼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청년위원회 소속일 때는 정의당 도당 운영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사업을 집행할 수가 있다. 하지만 청년정의당 경남도당이 이제 만들어지고 나서는 집행위원회에서 안건을 제안하면 청년정의당 도당 운영위원회에서 사업을 바로 진행할 수 있다. 청년들의 목소리를 조금 더 담아낼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다.
▲이= 어느 당이든 청년위 활동에 큰 차이가 없다. 이에 비슷한 통상적 업무는 부연하지 않겠다. 당내 청년 조직은 양질의 청년을 키우는 터가 되고 그들에게 올바른 방향성을 심어주도록 각종 사업이 전개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대한민국 정당사이다. 나쁘게 표현하자면 모든 정당이 청년들을 선거운동 조직으로만 간주하는 경우가 사실 대부분이다. 물론 국민의힘 경남도당 청년위 잘 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로드맵에 따라 청년을 양성하는 전략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정당의 청년 정치인 지원은.
▲박= 청년 후보자가 공천 심사를 받을 때는 공천 심사 비용, 경선에 필요한 기본적 비용, 당비 등을 감면해 주고 있다. 다른 당도 다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또 지방선거 기획단을 구성해 청년 정치인 우선권 부여, 청년들에게 조금 더 유리한 AI면접 등을 통한 참여 확대를 구상하고 있다.
▲이=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때 청년 후보자의 기탁금을 50% 정도 감면해 준다. 다만 이런 지원책은 모든 정당이 대동소이하다. 중요한 것은 이 혜택을 실질적인 사람들이 얼마나 볼 수 있느냐에 방점을 둬야 한다. 지원책이 현실적으로 잘 적용될 수 있게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조= 정의당도 가산점, 비용 지원 등은 기본적으로 있다. 추가로 현역 의원들의 멘토링을 해주는 교육 체계를 새로 구성했다. 현역 의원들이 의정 활동하면서 겪었던 것에 대한 조언을 비롯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도내 청년의 핵심 이슈는?
▲이= 지역사회 청년 세대 핵심 이슈는 자신의 발전이다.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는 살아남기 위해서 이다. 지역에서는 청년들이 뺨을 맞아도 기분만 나쁠 때가 많은데, 중앙에서는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의 치열함 속에서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 청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조= 창원에서 자랐다. 친구들은 학교와 일자리 때문에 수도권으로 많이 떠난 것이 사실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라 온 청년들은 지역 안에서 자신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에 국가 일자리 보장제 시스템이 도입돼야 된다고 생각한다. 국가가 기업을 지원하는 대신 청년들의 일자리를 지원하는 것이다.
▲박= ‘먹고사니즘’이다. 청년들은 자신의 가능성과 자질을 높이기 위해 혁신하고 성장하는 기업을 원한다. 경남은 아직 전통적인 제조업 사회에 머물러 있는 경향이 있으니 지금 청년들은 원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누리기 어렵다. 좋은 교육이 서울에 집중돼 있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이다. 혁신 기업이 아니라면 급여라도 높아야 하는데 창원보다 울산, 구미가 급여가 높다. 이런 복합적 한계를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에서 점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청년 정치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박= 우선 정당의 관성과 관련된 문제이다. 지역 위원회 당원 회의를 평일 낮 2시에 한다. 이 회의에서 많은 것들이 결정된다. 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 단순히 시간적인 문제 때문에 청년이 참여할 수 없으면 정당 활동에 당연히 재미를 느낄 수 없다.
다른 한 가지는 대한민국 선거가 비용적으로 너무 비대하다는 것이다. 기초의원 선거 운동에 수천만원, 도지사 선거에 1억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 유세차, 현수막, 선거사무실 없이 진행되는 선거로 바꿔서 선거비용을 700만~800만원 수준으로 확 줄여야 한다. 또 사회 경험이 있는 사람이 더 낫다는 편견도 걸림돌 중 하나이다.
▲조= 사회적 시선과 돈, 이 두 가지가 큰 걸림돌이다. 청년을 정치의 구성원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가르쳐야 되는 미성숙한 존재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아직 남아 있다. 또 청년 뿐만 아니라 당원 다수에게 선거 비용 문제가 가장 크다. 비용 장벽을 최소화해야 된다.
▲이= 두 분 말씀에 100% 공감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청년의 변화이다. 자기 스스로 노력하고 발전해서 쟁취한 청년이 아니라 기존 잘못된 인식 안에서 간택 받은 청년들이 주류를 형성해 버리면 청년의 진입을 차단해 버린다. 이런 문제가 더 많다고 본다. 기존의 그릇된 인식 하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이 바뀌어야 전체를 바꿀 수 있다. 우리 스스로가 청년 정치를 한다면서 편협한 시각을 가진 적은 없는지, 상대를 배척한 적은 없는지, 기득권 타파를 요구했지만 기득권인 척한 적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도영진·조규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