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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커피 한 잔 호록 마시면서 ‘초록 재충전’

일상 속에서 힐링을 즐길 수 있는 식물 카페들
수경재배, 실내 정원, 대형 온실 등 다양한 매력

 

“당신이 늘 피곤한 진짜 이유는 자연 결핍 때문이다.” 식물 기반 공기정화시스템을 개발한 노르웨이 공학자 예른 비움달은 책 <식물 예찬>에서 이렇게 진단을 내렸다. 고대 로마인들도 도시와 마을의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에서 멀어지자 피로감을 호소했다고 한다. 생활 반경이 도시로 바뀌면서 휴식을 위해 녹지를 여행하려는 충동을 느꼈다는 것이다. 자연 결핍의 증상은 두통,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무거운 느낌, 피로, 호흡기 자극.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식물 가까이 하기’를 권한다.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가까운 식물 카페에서 결핍된 ‘초록’을 재충전하는 건 어떨까.

 

 

■수경재배 식물공장과 카페의 맛나는 만남

 

‘초록나비’(부산 수영구 좌수영로83번길 12-1)는 카페와 식물공장이 결합한 이색적인 곳이다. 초록 식물이 가득한 테라스를 지나 카페 안으로 들어서면 내부도 온통 초록 세상이다. 가장 먼저 눈길을 잡아끄는 것은 카페 안쪽 식물공장.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창 너머로 식물들이 푸릇푸릇 자라고 있다. 워터그린팜 조원술 대표가 직접 만든 식물재배기로 채소류를 키우고 있는 곳이다. 새싹인삼, 버터헤드, 카이피라, 로메인, 적치커리, 루꼴라 등 모두 12종류라고 한다.

 

 

 

이렇게 식물공장에서 직접 키운 채소는 카페 메뉴로 재탄생했다. 여러 채소가 들어간 샐러드와 샌드위치, 새싹인삼을 활용한 새싹인삼꿀라테와 새싹인삼아인슈페너, 새싹인삼차가 그것. 눈으로 싱싱한 초록을 바라보면서 입으로 건강한 초록을 맛볼 수 있다. 카페 안에 진열된 모든 식물은 판매도 하는 것들이다. 벽에 걸린 벽면정원, 물·빛 공급을 자동 설정할 수 있는 수직정원, 물로 키우는 수경화병은 물론 토경화분까지 다양한 재배 형태를 만날 수 있다. 마음에 쑥 들어오는 식물이 있다면 운명처럼 반려식물을 들이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이곳에서 재배한 새싹인삼과 새싹인삼 키우기 KIT도 살 수 있다. 식물 관련 교육과 체험도 하고 있다.

 

초록나비의 옥상 정원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주위 높다란 빌딩숲 아래 푸른 인조잔디가 깔린 예쁜 옥상에 있으니 나 홀로 딴 세상에 있는 것 같다. 옥상에는 샤인 머스캣 포도, 블루베리 나무, 미국 갈대인 팜파스 그라스, 찔레꽃 등 갖가지 식물이 자라고 있다. 또 인근 주민들과 함께 가꿔 나갈 텃밭상자도 도시농업의 분위기를 더한다. 최근 진주에 같은 콘셉트의 ‘진경커피’가 문을 열었다.

 

■도심 건물에서 만날 수 있는 초록 오아시스

 

‘보타닉 아덴’(부산 남구 전포대로 133 ifc몰 지하 1층)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규모가 컸다. 도심 건물 지하에 이렇게나 넓은 식물 카페가 있으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주차 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입구에 들어선 순간부터 초록 세계에 들어선 기분이다. 어디선가 콸콸 물소리까지 들려오니 작은 정글 속 같다.

 

평일 점심시간 즈음, 카페인 재충전을 위해 찾은 직장인들이 많았다. 삭막한 사무실에서 벗어나 초록 오아시스에서 즐기는 잠깐의 시간은 남은 하루를 버티게 해 줄 것이다. 지하 1층에는 실내동물원 ‘캐니언파크’가 함께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들도 눈에 띈다. 좌식 자리에 편하게 앉은 엄마와 아기의 모습이 평화롭다.

 

 

콸콸 물소리의 주인공은 작은 인공폭포였다. 폭포에서 떨어진 물은 졸졸졸 계곡처럼 흘러 작은 연못에 모인다. 진짜 자연을 닮은 소리가 힐링을 선물해 준다.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예쁜 꽃들은 이름난 포토존이다. 이곳은 공간이 넓은 만큼 다양한 분위기의 좌석이 있다. 폭포수 근처 동굴 안에 비밀스럽게 숨겨진 곳, 이국적인 분위기의 야자수 아래, 식물과 눈맞춤하도록 테이블 가운데 자리한 화단,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는 창가, 신발 벗고 편히 앉을 수 있는 평상까지 그야말로 골라 앉을 수 있다.

 

커피 원두는 매장에서 직접 로스팅한다. 사이폰과 핸드드립으로 추출하는 프리미엄 커피도 있다. 베이커리는 그날그날 직접 만들어 판매한다. 시그니처인 크로와상과 긍정빵, 크로플, 빨미까레, 치아바타, 케이크, 샌드위치 등 고르기가 힘들 만큼 종류가 많다.

 

 

■꽃과 나무가 가득한 식물원에서 쉼표 찍기

 

‘파우제앤숨’(경남 김해시 대동면 동남로41번길 94)의 첫 느낌은 ‘여긴 진짜 식물원이구나’였다. 초록 식물이 가득 자라고 있는 실내 식물원이 카페 입구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촉촉한 공기가 기분 좋게 코에 와닿는다. 커피 등 음료는 입장할 때 주문해야 한다. 음료를 받는 곳은 본관동. 실내를 직진으로 쭉 지나쳐서 야외로 나가면 예쁜 2층 건물의 본관이 나온다. 본관 1층에서 주문한 음료를 받을 수 있고 베이커리도 이곳에서 살 수 있다.

 

본관으로 가기 전 실내를 둘러보며 앉을 자리를 골라도 좋고, 음료를 받아들고 마음에 드는 자리를 탐색해 봐도 좋다. 실내 정원의 테이블은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식물이 내뿜는 푸른 공기를 실컷 들이켜면서 커피도 함께 마시는 기분이다. 식물이 둘러싸고 있는 자리에 앉으면 다른 테이블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좌석 간 거리도 멀고 자연 속에 파묻힌 것 같다. 키가 큰 노란색 봄꽃 애니시다가 한창 피어 있어 보는 맛을 더한다.

 

 

 

 

아늑한 느낌을 주는 본관 안 테이블에 앉으면 창밖으로 초록뷰를 즐길 수 있다. 이곳의 또 다른 힐링 포인트는 야외 정원. 산책로와 초록 나무, 조형물, 화분 등이 아기자기 잘 어우러져 있다. 날씨가 맑은 날이라면 지금 딱 야외 정원을 즐기기에 좋은 계절이다.

 

파우제앤숨은 전체가 노키즈존은 아니지만 안전 문제로 본관 2층과 ‘식물원2’는 노키즈존이다. 식물원2는 입구동 중간쯤에 연결된 온실이다. 노키즈존이 있는 대신 아이들만을 위한 즐거운 키즈존도 있다. 야외 정원 한쪽에 놀이터와 모래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아이들과 어른들 각각의 즐거움을 탐닉할 수 있는 카페다.

 

 

■진해 앞바다를 내려다보는 산 중턱 수목원 카페

 

진해보타닉뮤지엄(경남 창원시 진해구 진해대로1137번길 89)을 처음 찾아간다면 내비게이션을 의심하지 말고 믿고 가야 한다. 진해구청 뒤편 장복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어 ‘이런 데 카페가 있다고?’ 싶다. 산길을 오르는 시간이 길지는 않다. 진해만생태숲 학습관 바로 옆이다. 이곳은 경남 제1호 사립 수목원이다. 교목 800그루, 관목 3000그루, 야생화 2000여 종이 심겨 있다.

 

이곳은 카페라기보다는 커피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수목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입장료가 성인 6000원, 소인 3000원인데 요금에는 각각 아메리카노와 쿠키가 포함돼 있다. 다른 종류의 음료를 마시고 싶다면 주문할 때 추가 금액을 더 내면 된다. 음료를 주문하는 매점에서는 디저트류도 판다.

 

 

 

 

실내에서 음료를 마시고 싶다면 카페테리아 건물이 있다. 진해 앞바다를 바라보는 자리도 있고, 이색적인 이끼 정원을 바라보는 자리도 있다. 이끼 정원은 우리나라 산맥을 이끼로 재연해 놓은 곳으로 변산바람꽃, 흑난초 등 산맥별로 자생하는 식물이 자라고 있다.

 

지금과 같은 봄날이라면 음료를 들고 야외로 나가면 ‘초록 고속충전’이 가능하다. 야외 곳곳에 테이블이 있고 인공폭포도 있다. 온실 ‘꽃들의 집’에선 화려한 색색 꽃과 푸른 식물이 가득하다. 중앙 분수대의 경쾌한 물소리가 힐링 음악처럼 깔린다. 돌계단을 따라 위쪽으로 오르면 야생화 정원이 있고, 산 쪽으로 이어진 계단을 따라 더 올라가면 마치 산림욕장에 들어선 듯 초록 자연이다. 이름도 낯선 희귀식물들이 많아 색다른 초록을 즐길 수 있다. 정해진 관람 동선이 있지 않으니, 발길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나만의 힐링 시간을 가지면 된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