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충남 아산시에 거주하는 A(40) 씨는 2017년 '적립식 후결제 방식'의 한 여행사에 가입해 남편과 같이 3만 원씩 60개월간 여행 비용을 적립했다. 이 여행사는 일반 선불제 방식과 달리 매월 3-10만 원의 일정 금액을 적립해 원하는 시기에 여행하고 여행을 다녀온 이후에 분할 납부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A 씨는 여행을 한 번도 가지 못하더라도 계약상 60개월의 만기일이 도래하면 100% 환급을 받을 수 있고 유명 연예인이 광고 모델이기에 별다른 걱정 없이 회원으로 등록했다. 이후 A 씨는 코로나19 사태로 여행을 가지 못했고 지난 3월 만기일을 채우게 됐다. 그러나 그는 B여행사 대표가 개인파산을 하면서 지금껏 납부한 348만 원의 적립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후결제 방식의 여행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중소 여행사가 파산하면서 수백억 원대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와 유사한 피해를 입은 회원만 23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사실상 보상을 받을 방법이 마땅치 않아 피해자들이 막막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피해자들이 모인 100명의 카카오톡 단톡방에서는 대전, 충청지역의 피해자가 제일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피해자들의 소송을 맡은 법률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3월 B여행사 대표가 개인 파산을 신청한 뒤 전국 각지에서 2316명의 피해자가 채권자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일부 회원들은 1인당 1000만 원에서 많게는 3000만 원까지 달하는 적립금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총 피해 규모는 최소 130억 원에서 최대 200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북 전주에 본사를 둔 B여행사는 전국 각지에 지점을 두고 있으며 현재 대표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또 여행사 공식 홈페이지는 지난해 7월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내용의 공지를 끝으로 아무런 안내가 없다가 최근 폐쇄됐다.
문제는 B여행사 대표가 개인 파산을 진행하면서 피해자들이 그동안 납부해온 적립금을 돌려 받을 길이 쉽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법률구조공단은 개인회사 대표가 개인파산 신고 시 회생절차에 따라 개인 대표의 자산이 없으면 피해자가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보상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인회사도 법인 내 자산이 없으면 피해자들은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없다. 사실상 B여행사나 대표에게 가진 자산이 없다면 100%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피해자들의 사건을 맡은 법률사무소 관계자는 "B여행사 대표가 파산 신고를 해서 그가 보유한 재산을 조사하는 중"이라며 "100% 환급은 어렵지만, 피해자들이 최대한 피해 금액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hd6244@daejonilbo.com 석지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