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강릉 1.3℃
  • 서울 3.2℃
  • 인천 2.1℃
  • 흐림원주 3.7℃
  • 흐림수원 3.7℃
  • 청주 3.0℃
  • 대전 3.3℃
  • 포항 7.8℃
  • 대구 6.8℃
  • 전주 6.9℃
  • 울산 6.6℃
  • 창원 7.8℃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순천 6.7℃
  • 홍성(예) 3.6℃
  • 흐림제주 10.7℃
  • 흐림김해시 7.1℃
  • 흐림구미 5.8℃
기상청 제공
메뉴

(대전일보) [문화의 향기] 다양한 창작물 예술가와 관객 잇다

대전시립미술관 '페르소나: 나 아닌 모든 나'
관객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작품 의미 찾는 과정서 영감
회화·설치·영상으로 미래도시 '대전' 다양하게 연출

 

예술가들은 늘 대화 상대를 찾는다. 수많은 존재가 모여 도시가 이뤄지듯, 작품의 의미는 그들이 보내는 메시지, 그리고 그것을 읽는 우리들이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대전시립미술관 기획전 '페르소나: 나 아닌 모든 나'가 오는 7월 22일까지 중구 대흥동 시립미술관 창작센터에서 펼쳐진다. 이번 전시는 여러 개의 표정으로 예술가와 관객을 이어주는 창작물의 특성을 '페르소나(Persona)'로 해석, 그 의미와 본질을 모색한다.

이번 전시는 도시 속 존재들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설치·회화·미디어 등으로 풀어내 자유와 공감문화가 어우러지는 미래도시의 모습을 표현한다. 오르한 파묵의 소설 '내 이름은 빨강'에서 쓰인 서술방식을 차용해 도시를 떠도는 기억과 헌 책방의 거울, 무너진 건물, 흐르는 물, 개와 고양이 등의 시점에서 바라본 이야기로 구성했다.

 

 

그래픽 디자이너 듀오 장영웅과 박수연은 도시의 반대편에 주목한다. '떠난 자가 기억하는 것들은 유령이 된다'는 설정 아래 대전 원도심 일대 폐허와 거리 곳곳에 출몰하는 유령들을 소개한다. 가상 인터뷰집과 구글 유령지도를 이용해 관람객이 유령들의 여정을 따라가며 기억을 공유하는 과정으로 완성된다.

현대무용가 안남근은 유년시절을 보냈던 대전 유천동을 배경으로 자신의 기억과 달리 변해버린 공간을 직관적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작곡가 김명순이 현대적 해석을 더한 바로크풍 음악에 발레와 그로테스크한 움직임이 더해졌다.

박미라는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두 개의 애니메이션 드로잉을 통해 타자에 의해 변화하는 감정에 주목한다. 특히 '스위치 온'은 '밤'이라는 시간성에 주목해 빛의 부재에 따른 감정·상황의 변화를 표현하고, 시청각의 변화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감각을 이야기한다.

손주왕은 도시를 떠도는 비둘기와 리어카, 바닥에 흩뿌려진 대출 전단, 명함을 입방체의 조형과 섬으로 재현해 노멀과 뉴노멀 사이의 미묘한 경계를 드러낸다.

이영진은 비둘기와 고양이, 개의 시점에서 바라본 대전역을 그린 작품을 선보인다. 화면은 과장스러운 크기의 동상과 사람들, 포장마차와 간판으로 채워지며 파랑과 노랑, 회색이 주를 이룬다. 이를 통해 각자가 인식하는 것을 진실이라고 믿는다면, 진실은 하나로 규정될 수 없음을 말한다.

 

 

아케임은 일상 속 기억에 동화적 상상력을 더한 회화·설치작업을 펼친다. 이번엔 대전 중앙시장에 위치한 고승당에 걸린 거울에서 영감을 받았다. 고가구와 고서를 파는 고승당 주인이 수집과 거래를 위해 전국을 떠도는 사이 거울은 수십 년 동안 가게를 지키며 먼지 쌓인 책과 손님들을 지켜본다는 설정이다.

전시를 기획한 우리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작가들은 각자 타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이야기하지만, 작품들은 결국 그들이 지향하는 세상과 가치를 반영한다"고 감상 포인트를 밝혔다.

이태민 기자 e_taem@daej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