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대구를 방문해 권영진 대구시장과 홍준표 시장 당선인을 잇따라 만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인 것을 두고 정치권의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공식적인 방문 목적은 코로나19 의료봉사에 따른 감사패 수여였지만, 정치권에선 그의 '차기 당권' 도전설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안 의원과 부인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이날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코로나19 극복 범시민대책위원회에 참석해 권영진 대구시장으로부터 감사패를 수여받았다. 두 사람이 지난 2020년 대구에서 코로나19 1차 대유행이 발생했을 때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으로 찾아와 의료봉사를 한 인연이 밑바탕이 됐다.

안 의원은 감사패를 받은 뒤에는 민선8기 대구시장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이 마련된 동구 대구테크노파크로 이동해 홍준표 당선인과 회동했다.

안 의원은 홍 당선인과 10여분 가량 이야기한 뒤 "서로 당선에 대한 덕담을 나눴다. 특히 제가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할 때 축사 영상을 보내주신 데 대한 감사를 표시하는 자리였다"며 "대구에서 여러 일정이 있었는데 그럴 땐 당연히 인사드리는 게 도리다. (홍 당선인은) 정치 선배이고 여러 조언을 해주시던 분"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의 신·구 권력 두 명을 차례로 만난 안 의원의 이번 행보를 두고 차기 당권 도전설과 연관짓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은 안 의원이 당권에 도전하려면 아직은 취약한 당내 기반을 다져야만 하는데, 그러려면 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이자 당원 상당수가 자리잡은 대구경북(TK) 민심에 공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준석 당 대표의 성상납 의혹에 관해 들여다보고 있는 국민의힘 윤리위가 정치적 갈등 구도에 기반,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서도 의혹만으로 이 대표를 징계해 끌어내리려 한다는 식의 소문이 돌면서 '조기 전당대회'를 의식한 안 의원의 발걸음도 빨라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다만 일단 안 의원은 이날 당권 도전설에 관한 질문에는 "의료봉사 때문에 감사패를 주신다고 해 오게 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안 의원은 이번 대구 방문을 통해 권 시장과 홍 당선인은 물론, 현역 의원들과 당원협의회 관계자들을 만나며 보폭을 넓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