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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힌남노] 140분 머문 ‘힌남노’에 부산 해안가 초토화(종합)

송도해수욕장 인접 횟집 큰 피해
가게 물벼락 파손·도로 산산조각
태풍과 만조 겹쳐 폭풍해일 일어
민락어촌계 어구·그물 가라앉아
상인·어민 “추석 대목 앞두고 막막”

 

 

“가게 입구에 모래주머니를 쌓았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태풍 ‘매미’ 때만큼 큰 피해를 봤습니다.”

6일 오전 10시께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 인근에서 가게 앞까지 밀려온 진흙을 연신 퍼내던 상인들은 여느 태풍 때보다 피해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30년째 횟집을 운영해 온 노순남(70) 씨는 “냉장고 5대가 전부 물에 젖었고 수조도 전부 고장 나 버려야 할 판이다”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새벽 시간 휩쓸고 지난 부산 해안가는 구름이 걷힌 이날 오전에도 조각난 아스팔트 도로와 어디서 날아왔는지 알 수 없는 파편이 뒹굴어 아수라장이었다.

 

이번 태풍은 해안과 인접한 상가를 유독 강하게 할퀴고 지나갔다. 특히 바다와 상가 거리가 비교적 가까운 해수욕장 일대에 피해가 집중됐다. 태풍이 부산에 상륙한 시간과 해수면이 높아지는 만조가 겹치면서 10여m 높이 폭풍해일이 일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상청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5~10m 높이 파도가 일었다.

 

이날 〈부산일보〉 취재진이 찾은 송도해수욕장 일대 횟집은 수조가 바람에 뒤집히고 가게 내부는 물벼락을 맞아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어촌계 해녀 탈의실과 회를 팔던 가건물도 파도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해녀 홍태육(84) 씨는 “거센 파도가 의자, 탁자 등 물건들을 모두 쓸어갔다”며 “남은 건물도 부서지고 훼손돼 말 그대로 풍비박산 났다”고 말했다.

 

해수욕장 인근 고층 건물 주민들도 물난리를 겪었다. 송도 힐스테이트 이진베이시티 아파트 1층과 지하 주차장도 물바다가 됐다. 주민 윤 모(71) 씨는 “사방으로 파도가 들어와 물이 발목까지 잠길 정도”라며 “다음에 올 태풍을 대비해 방파제를 높게 세우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과 민락수변공원 일대도 상인들과 공무원들이 태풍으로 쑥대밭이 된 피해 현장을 수습하느라 분주했다. 파도가 높게 일며 해수욕장 앞 왕복 2차로 도로를 덮친 탓에 모래가 밀려와 모래사장의 경계를 확인하기 힘들 정도였다. 대리석 벤치가 완전히 부서지거나, 방파제 위 펜스가 떨어져 나뒹굴기도 했다.

어민들도 태풍 피해를 수습하려면 추석 대목에도 조업은 어렵다고 고개를 저었다. 김복준 민락어촌계장은 “선박 60척 중 4척은 파도에 휩쓸렸다”며 “어구나 그물도 바닷속에 가라앉아 중장비를 동원해 끌어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낮 12시께 해운대구 마린시티 한 상가 1층에서는 가게 통유리와 문이 통째로 날아가 쑥대밭이 된 가게 내부가 훤히 보였다. 식탁이나 의자 등 가게 집기가 전날 태풍을 막기 위해 설치한 합판과 함께 바닥에 짓이겨져 나뒹굴었다. 한 가게 주인은 “모래주머니와 합판으로 완벽하게 차벽을 설치했다고 생각했는데 한순간에 날아갔다”면서 “복구 자체도 추석 이후가 돼야 가능하다고 해 막막하다”고 밝혔다.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과 청사포 일대에서도 모래가 쓸려 오거나 강한 바람에 날린 시멘트 블록으로 상가가 파손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반면 비교적 해수욕장과 상가 거리가 먼 해운대해수욕장은 백사장 옆 산책로에만 모래가 침범하는 등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선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송정해수욕장이 피해가 비교적 심해 자원을 총동원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안중배 교수는 “기후온난화로 인해 해수면 높이가 10년에 3cm 정도 상승하고 있다. 해수면이 상승할수록 태풍으로 인한 해안 지역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며 “미국의 경우 기후 변화에 대비해 방파제를 다시 쌓고 있는데 우리도 이에 맞는 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해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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