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지난달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 신청을 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참혹한 전화에 휩싸인 우크라이나가 현실적으로 엑스포를 치를 여건이 될지는 불투명하지만, 만약 전쟁이 이른 시일 내 끝날 경우 전후 재건을 지원하려는 서방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와 경쟁하는 부산으로선 대형 변수를 만난 셈이다.
외교부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지원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당초 불투명했던 우크라이나(오데사)도 지난 9월 세계박람회기구(BIE)에 유치계획서를 제출하면서 경쟁국이 부산, 사우디(리야드), 이태리(로마) 등 4개국이 유치 경쟁을 벌이게 됐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현재까지 유치전 상황과 관련, “한국과 사우디의 적극 교섭으로 지지 표명 국가들도 일부 나타나는 중이나 대부분의 국가들은 현지 실사 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가능성이 없다고 봤던 우크라이나가 월드엑스포 유치에 가세하자 부산 유치가 한층 힘들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우선 제기된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 자유주의 국가들의 전폭적인 후방 지원 아래 전후 재건을 기치로 엑스포 유치를 강력하게 희망할 경우, 서방 세계가 이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서도 일부 의원들은 “사우디 한 나라도 버거운데,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동정 여론이 일면 부산 유치에 상당한 마이너스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걱정했다.이에 외교부 이도훈 2차관은 “우크라이나의 엑스포 운영 능력에 대해선 많은 사람이 의심하지만, 유럽 국가들이 단합해 동정표가 모인다는 건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유럽 표를 선점하는 방안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둘러싼 대외 여건이 급변하지만 정부는 이날 엑스포 개최 부지인 북항 2단계 재개발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시키면서 엑스포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했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 주재로 이날 열린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북항 2단계 사업의 예타는 B/C(비용/편익) 분석에서 0.88로 통과 기준인 1에 미치지 못했지만, 경제성·정책성·지역균형·기술성 등을 반영한 종합평가결과인 AHP는 0.561로 통과 기준을 초과했다.
해수부는 “북항 2단계 사업의 착공에 필요한 각종 행정절차를 2024년 초까지 조기에 완료함으로써 박람회의 유치와 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또 박람회 외부 지원시설이 배치되는 1단계 구역의 경우 올해 말까지 부지 조성을 완료하고, 박람회장과 주차장 등으로 활용되는 2단계 구역에 대해서는 2027년 상반기까지 부지 조성을 완료한다는 계획표를 특위에 제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다음 달 말 프랑스 파리 BIE에서 열리는 3차 경쟁 발표(PT) 전략도 일부 공개됐다. 이번 PT는 정부나 재계 총수의 중량감보다는 젊은 감성으로 가자는 콘셉트에 따라 당초 검토했던 엑스포 공동유치위원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연설이 빠지고, 엑스포 홍보대사인 BTS(방탄소년단)이 영상으로 출연해 PT 전반의 흐름을 끌고 갈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연말부터 군 입대를 하는 BTS가 멤버들의 의지에 따라 군 복무 중에도 엑스포 유치 홍보대사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국토교통부는 이날 “가덕신공항 건설사업은 2030년 개항을 지향해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