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부산의 번영을 이끌었던 원도심의 중심 중구 인구가 결국 3만 명대로 추락했다. 전국 특별·광역시 산하 자치구 가운데 인구가 4만 명 아래로 떨어진 곳은 중구가 처음이다. ‘지역 소멸 위기’가 부산 전체로 더욱 빠르게 확산될지 모른다는 암울한 전망이 현실화되고 있다.
14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부산 중구 인구는 3만 9936명으로 집계됐다. 중구 인구는 2008년 12월 기준 4만 9565명으로, 처음 4만 명대에 진입한 이후 14년 만에 3만 명대로 떨어졌다. 감소하는 중구 인구는 인구 구조 측면에서도 세대별 불균형이 두드러진다. 청년이 사라진 자리를 노인이 채웠다. 만 18~39세 청년 인구는 2008년 1만 5822명에서 지난달 1만 696명으로 32.4% 줄었다. 같은 기간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7147명에서 1만 1411명으로 59.7% 늘었다. 2008년 전체 인구 대비 14.4% 수준이었던 노인 인구 비율은 지난달 28.6%로 배가 됐다.
인구가 줄어드는 직접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는 중구에서 아이가 거의 태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구 신생아 수는 83명에 불과했다. 중구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38명으로 전국 228개 시·군·구 중 가장 낮았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열악한 교육 여건이다. 중구는 부산에서 여자중학교가 없는 유일한 자치구로, 원거리 통학 불편으로 인한 열악한 교육 환경은 인구 유출을 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구 감소의 여파는 다방면에 미친다. 중구는 인구 감소로 1996년 제15대 총선에서 동구와 선거구가 합쳐졌고,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는 영도구와 통합됐다. 인구 감소세가 이어져 다른 선거구와 인구 편차가 커진다면 선거구 통합 등이 다시 논의될 수 있다.
중구는 과거 부산시청 등 관공서와 금융기관 본점 등이 모여 있어 활기가 넘쳤던 곳이다. 부산 16개 구·군 중 면적이 가장 작지만 부산의 중심이었다는 자긍심을 오랫동안 간직해 온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구가 3만 명대로 추락하면서 전국에서 지역 소멸 현상을 대표하는 자치구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중구청 행정지원과 관계자는 “주거지가 고지대에 형성되다 보니 대규모 주거 단지 조성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인구 유입에 제약이 있다”며 “하지만 각종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건축물 최고 높이 상향 등이 이뤄지면 인구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부산연구원 도시·환경연구실 이동현 선임연구위원은 “인구가 줄어드는 원도심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보고 관련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