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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흑두루미 반기던 순천시 ‘AI 딜레마’

서식지 조성·먹이주기 등 노력에 일본 등서 1만 여마리 찾아와
폐사체서 고병원성 확진…AI 확산 진원지·집단 감염 반복 우려

 

순천만에서 잇따라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인 흑두루미의 폐사체가 발견되고, 이 중 일부에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항원까지 검출돼 방역당국에 비상에 걸렸다.

특히 순천시는 지난 수년동안 순천만에서 흑두루미 서식지 조성 사업을 해 왔던 터라 더욱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4일 순천시에 따르면 지난달 13일부터 이날까지 순천만에서는 흑두루미 50여마리가 폐사했으며, 이 중 8마리에게서 고병원성인 H5형 AI 항원이 검출됐다.
 

올해 순천만에는 이례적으로 예년의 3배에 달하는 흑두루미가 찾아와 우려를 키우고 있다. 순천만에는 매년 3000∼4000마리의 흑두루미가 찾아와 겨울을 나는데, 올해는 지난달 21일 기준 9800여마리가 찾아왔다.

전문가들은 흑두루미 세계 최대 월동지인 일본 가고시마현 이즈미 시에서 최근 고병원성 AI가 확산하자 이를 피해 흑두루미들이 순천만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즈미시에서는 최근 AI 확산으로 1000마리가 넘는 흑두루미가 폐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순천시는 지난 2009년부터 흑두루미 집단 서식지를 조성하겠다며 ‘철새지킴이’ 활동을 해 왔던 터라 이번 AI 확산으로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순천시는 흑두루미 먹이인 친환경 쌀을 순천만 곳곳에 살포하는 등 방법으로 이곳을 매년 3000~4000마리의 흑두루미가 찾아오는 월동지로 만들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순천만이 흑두루미 집단 서식지로서 국내 AI 확산의 진원지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순천시는 당장 5일에도 순천만 일대에서 흑두루미 먹이 주기 활동을 할 계획이다.
 

또 흑두루미가 앞으로도 해마다 순천만으로 몰려든다면 AI 집단 감염이 매해 반복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이에 순천시는 “흑두루미는 AI를 전파하는 매개체가 아니라, AI 감염을 피해 순천만으로 도망쳐 온 피해자에 가깝다”며 “흑두루미가 찾아오는 것은 순천만 갯벌의 생태적인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순천시는 오히려 순천만이 흑두루미의 활동 반경을 좁혀 전국적인 AI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순천만에서 월동하는 흑두루미는 갯벌과 인근 농경지를 오갈 뿐 다른 곳으로 떠나지 않으므로 다른 곳으로 AI가 확산할 우려를 오히려 줄인다는 것이다.

또 갑자기 먹이 주기 활동을 멈춘다면 AI에 감염된 흑두루미가 먹이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AI를 추가 전파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순천시는 “혹시 모를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달 13일부터 순천만 탐조 코스, 체험선 코스 등 출입을 통제하고 방역·소독을 강화했다”며 “현장 예찰을 강화해 이상 증세를 보이는 흑두루미를 빠르게 포획하고 검사하는 등 AI 확산 방지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류 전문가인 이기섭 박사(한국물새네트워크 상임이사)는 “AI는 철새들이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을 마시면서 감염·전파되는 경우가 많은데, 순천만은 물이 자주 순환되는 갯벌이라 AI가 대량 전파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순천만 내 AI에 오염된 물이 있진 않은지 지속 체크하고, 오리나 갈매기 등 다른 종과 서식지가 겹치지 않도록 관리해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