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스타트업의 돈줄로 불리는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대전기업금융중심은행 추진에도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대전기업금융중심은행의 롤모델이 실리콘밸리은행인 만큼 이번 파산에 따라 운영 구조에 대한 안전성과 수익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성이 제기되면서다.
지난 40년간 실리콘밸리를 지원하며 270조 규모의 은행으로 성장한 실리콘밸리은행이 지난 10일(미국 현지시간) 갑작스레 문을 닫았다. 미국에서 파산한 은행으로는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실리콘밸리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에 대응하고자 매도할 수 있는 채권 210억 달러를 내다 팔아 이로 인해 18억 달러의 손해를 봤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 뒤 실리콘밸리은행 주가는 60%가량 폭락했고, 뱅크런이 잇따라 약 40시간 만에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일각에선 이번 파산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으나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내 금융시장은 실리콘밸리뱅크와 다른 사업 모델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오히려 이번 사태가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제한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파산 사태에 대해 "미국 은행 등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사업이자 대전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전기업금융중심은행의 지향점이 실리콘밸리은행이라는 점이다. 대전기업금융중심은행은 실리콘밸리은행과 마찬가지로 벤처 투자 및 육성에 방점을 찍고 있는데 이번 파산에 따라 맞춤형 벤처투자 전문금융기관의 안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대전기업금융중심은행은 지방은행의 성격을 띄고 있고, 최근 은행 독과점 문제 등에 따라 공공성 강화에 나서고 있어 수익성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투자 과정에서 벤처 잠재성 평가에 대한 비중이 높아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금리에 예민한 기관투자자 비율이 높아 뱅크런에 휘말릴 가능성도 높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미국 경제계 또한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을 두고 투자 비중이 IT와 바이오 스타트업 등 특정 분야에 지나치게 쏠렸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벤처투자 전문금융기관의 특성상 대형은행처럼 다양한 사업 모델을 갖추지 못해 위기 대처가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전기업금융중심은행 설립 구체화 과정에서 안전성 등을 고려한 로드맵 수립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파산이 벤처투자 전문금융기관을 넘어 다양한 사업모델을 갖추는 충청금융지주의 당위성 확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 대전기업금융중심은행의 로드맵은 투자청 설립 등 밑그림 단계에만 머물러 있다. 용역을 맡은 EY컨설팅은 기업금융 특화 특수국책은행 신규 설립안과 시중은행, 지방은행, 인터넷은행 등 일반은행 신규 설립안, 공공기관 특수은행화 검토안, 현 시중은행 기반 활용안 등 네 가지 방안을 은행 설립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