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강릉 20.8℃
  • 서울 27.9℃
  • 천둥번개인천 27.3℃
  • 구름많음원주 24.9℃
  • 구름많음수원 27.8℃
  • 흐림청주 26.2℃
  • 구름많음대전 28.0℃
  • 구름많음포항 23.5℃
  • 흐림대구 27.6℃
  • 구름많음전주 28.2℃
  • 구름많음울산 25.5℃
  • 구름조금창원 28.5℃
  • 구름조금광주 28.6℃
  • 구름조금부산 28.2℃
  • 구름조금순천 26.8℃
  • 구름많음홍성(예) 29.6℃
  • 구름많음제주 29.8℃
  • 구름많음김해시 29.1℃
  • 흐림구미 27.3℃
기상청 제공
메뉴

(경인일보) [이슈추적] “예산 확보 못해서”… 융건릉 소나무 복구, 손 놨던 국가유산청

작년 폭설·습설로 1천그루 손상
예산 부족 이유로 반년 넘게 방치
지자체 개입 못하는 제도도 문제

화성 융건릉 폭설 피해 소나무(7월10일자 1면 보도)의 복구가 지연된 데에는 국가유산청의 경직된 행정 절차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왕릉 유적의 절반 이상이 경기도에 집중돼 있는 만큼, 유사 사례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11월 융건릉 일대에 폭설이 쏟아지며 소나무 600주 가량이 피해를 입었다. 습기를 머금은 습설로 줄기와 가지가 꺾인 소나무를 포함해 작은 손상까지 합치면 피해는 1천주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반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복구가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14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융건릉을 포함한 조선왕릉 일대의 복구 작업과 관련해 긴급 예산 확보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폭설 당시 이미 그 다음 해(2025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해 모든 편성이 마무리된 상태였고, 긴급 예산도 조경과 수목 복구에는 즉각적으로 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정기 예산은 매년 11월에 확정되기 때문에 그 이후 발생한 재해에는 대응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융건릉 소나무 피해는 정기 예산에 반영되지 못했고, 긴급 예산도 전체 피해 규모나 다른 우선순위에 따라 배분되다 보니 일정이 늦어진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행정 절차상 불가피했다 해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기후 피해를 입고도 자연경관 복구가 예산에 반영되지 못해 반년 넘게 방치된 현실은 제도 운영의 허점을 드러낸다. 특히 기후재난처럼 발생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피해에 ‘예산 편성이 이미 끝났다’는 이유로 수개월간 손쓰지 못한 것은 문화재 보호의 기본 원칙을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관리 권한과 예산을 지닌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가유산청이 돌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는 사이, 소나무 복구가 늦어졌지만 화성시는 법적 권한이 없어 마땅히 손쓸 방법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융건릉은 ‘문화재보호법 시행령’ 제28조에 따라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궁·능’ 유산에 속한다. 이로 인해 화성시는 융건릉 소재지이지만, 긴급 상황이더라도 따로 예산을 편성하거나 현장 복구에 참여할 수 없다.

 

최종호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명예교수는 “수도권을 대표하는 세계유산이 반년 넘게 손쓰지 못한 채 방치된 건, 단순히 예산 부족 때문이 아니라 행정 체계가 기후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예산 긴급 편성이나 유연한 집행이 가능한 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며, 조선왕릉처럼 넓은 면적의 문화유산은 중앙정부가 주도하되 지자체와 협업해 복구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