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완주 통합 논의가 지역 내부에서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내년 6월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4일 중앙정가와 지역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전주·완주 통합과 관련해 사실상 ‘방관자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한쪽의 입장에서 절차를 진행했다 불어올 정치적 역풍을 염려해서다.
정부가 행정통합과 관련해 주도적으로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통합에 대한 시선 자체가 유보적이라는 의미로도 분석된다.
실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경수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은 두 기초지자체 간 통합에 대해 ‘지역이 판단할 몫’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통합의 열쇠를 쥐고 있는 행안부와 지방시대위원회의 결론은 겉으로는 중립적이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통합반대 측에 힘이 실리는 논리와 행보다.
통합논의가 내년 지방선거에 있을 전북지사 선거에 뇌관으로 부상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유력 도지사 후보군 모두 전주·완주 통합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는 인물들인 만큼 통합과 관련한 ‘프레임 전쟁’이 결국 지사 선거에 핵심으로 작용할 것이란 의미다.
지난 3일 윤 장관은 전북을 방문한 자리에서 주민투표의 전제조건으로 찬·반 양측 모두의 동의를 내세웠다. 표면적으로는 지역 내부에서 더욱 공론화에 힘쓰라는 의미로 들릴 수 있지만, 지금까지의 논의 과정을 보면 통합 찬성 측에는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다.
통합반대 측 대다수가 주민투표 자체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행정통합 추진 절차 중단’이라는 이들의 의견이 일부분 받아들여진 것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주민투표 추진이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통합 논의 역시 장기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김 위원장의 말은 이보다 더 직접적이었다.
지난달 29일 전북대학교에서 열린 2025년 한국지방자치학회 하계학술대회 강연에서 김 위원장은 "만일 도시 간 통합이 필요한 경우라도 지역 주민들의 의사는 등한시한 채 정치적으로 통합하는 (예전 시군 통합과 같은) 그런 방식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경제권·생활권 통합이 먼저”라고도 했다. 두 사람의 발언은 통합에 반대하는 안 의원의 주장과 비슷한 맥락으로 읽히고 있다.
4일 열린 전북 국회의원과 전북특별자치도 간 조찬간담회에선 이 같은 긴장감이 은연중에 반영됐다. 이날 회의에선 통합에 대한 논의가 오고 가진 않았다. 다만 통합에 대한 각자의 생각이 엇갈리면서 향후 이것이 전북선거의 변수가 될수 있음을 짐작케 했다.
회의 참석자 김관영 전북지사와 안호영 국회 환노위원장, 이원택 전북도당위원장 등 3명은 내년 전북지사 선거의 출마가능성이 상당한 인물들로 꼽힌다. 여기에 3선 연임 제한에 걸린 정헌율 익산시장까지 포함하면 4명의 인물 모두 전주·완주 통합 이슈와 묘하게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출마설도 끊임없이 나오지만, 장관직을 너무 빠르게 던질 경우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어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김 지사의 경우 통합논의가 자신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으면서 속이 타들어가는 상황이다. 정치적 승부수로 10월 주민투표를 띄웠으나 윤 장관이 이에 호응할 가능성도 낮아졌다.
안 의원은 표정 관리에 들어간 모습이다. 통합론으로 대세가 흘러가던 중 반대 측의 강경한 입장을 전달해 궤도를 어느 정도 수정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송하진 당시 전주시장의 비서실장으로 통합 논의에 깊게 개입했던 이 위원장은 ‘통합 찬성론자’임을 분명히 하면서도 방법론에 있어서 차이를 두고 있다. 완주군민이 끌릴만한 비전을 먼저 제시하자는 것이다.
정헌율 익산시장의 경우 안 의원이 제안한 전주·완주·익산 특별지방자치단체(메가시티) 설립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