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으로 일부 기능을 복원하는 내용을 담은 농촌진흥청 조직 개편이 중도에 무산되면서 경기도 상주 인력만 전북으로 유출(9월4일자 1면 보도)되는 황당한 상황을 맞이했지만, 경기도와 수원 정치권은 아무런 대응조차 못하고 있다.
전북 정치권 등의 반발로 농진청 조직 개편이 무산된 점을 고려하면, 경기도 정치권이 ‘수도권 역차별’에 무관심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1일 관련 기관 등에 따르면 수원시는 물론 경기도 역시 전북 전주에 있는 농진청의 식품 연구 부서를 수원으로 이전하는 조직개편안이 최근 사실상 무산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런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정부 부처인 농진청의 조직 개편을 지자체에서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이유에서다.
농진청의 조직개편안이 알려진 뒤 즉각 대응에 나선 전북도와 비교되는 처사다.
전북도는 농진청이 조직개편안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뒤에도, 공공기관의 조직 개편이나 조직 이동 시 해당 지역 지자체와 협의하도록 하는 법안 마련에 나섰다.
수도권 입장에서는 결국 수원 상주 인력만 전북으로 추가 유출된 데다, 조직개편이 실행됐을 경우 지역 내 식품 연구 관련 협업이 활발해질 수 있었지만 이러한 기회를 눈앞에서 놓친 셈이 됐다.
그럼에도 아무런 대응에 나서지 않아 소극행정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수도권 지자체들도 이를 인지하고 있지만, 정부의 공공기관 비수도권 이전 정책에 반하는 의견을 낼 경우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시가 공식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대응하지 않았다”며 “균형발전 때문에 수원에 있는 경기도 공공기관도 북부로 다 보내는 추세인데,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옮겨가는 것을 반대하기에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의 반응도 극명하게 갈렸다. 농진청의 조직개편안이 알려지자 전북도의회는 지난달 20일 즉시 농진청의 조직 개편안에 반발하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경기도의회나 수원시의회는 수도권 인력이 전북으로 유출된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전북 지역 국회의원들도 농진청의 조직 개편에 쓴소리를 가하며 사실상 무산시키는 데 일조했지만, 경기도 지역 국회의원들의 반응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합리적이고 효율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에도 특정 지역은 지역이기주의로 대응하는데, 수도권 특히 경기지역 정치인들은 ‘균형발전’이란 대의 때문에 눈치만 보는 경우가 많다”며 “국회의원, 단체장, 지방의원 모두 똑같다. 약간의 피해를 입더라도 함구하는 분위기여서 씁쓸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