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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한발, 한발… 안전과 멀어지는 대한민국 [사라진 총·탄·(1)]

총기안전국은 옛말

선수용 실탄·총기 산 남성들 수사
지자체 체육회 사격감독이 빼돌려
소지면허도 없이 밀렵용도로 사용
진종오 의원 “100여정·2만발 풀려”
유출·밀수 등 경로조차 파악 안돼

총과 실탄이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언제, 어디에서, 얼마나 시중에 퍼졌는지 알 길이 없다. 개인이 쉽게 만들 수 있는 사제총은 어떤가. ‘인천 송도 총기 살인’ 등 인명을 살상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더 이상 총기 안전지대가 아닌 대한민국의 현실과 관리·제도상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테러처럼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치달을 가능성을 막을 대안을 모색한다.

 


사격 선수용 실탄 수백 발과 개조된 총기를 2년여 전 사들여 사냥에 사용한 남성들이 최근 뒤늦게 적발됐다. 실탄 구매부터 미허가 총기 사용까지 모든 과정이 불법이었지만, 수사기관 단속과 법망을 피한 것이다. 불법 총·탄이 시중에 퍼져 있고 사제 총기로 인한 사건이 한국 사회에서도 끊이지 않는 만큼, 총기 안전관리 체계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북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70대 남성 A씨와 40대 남성 B씨를 불구속 상태로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2023년 초 프로 사격 선수들이 주로 쓰는 22구경 실탄(지름 약 5.6㎜) 수백 발씩과 개조 총기 1정씩을 유통업자 C씨로부터 각각 불법 구매해 소지한 혐의다.

 

A씨와 B씨 범행은 C씨가 경찰 수사로 구속되면서 드러났다. 경찰은 올해 1월 ‘불법 유통된 22구경 실탄이 유해조수 사냥에 쓰이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 선수용 실탄을 빼돌린 한 지자체체육회 소속 실업팀 사격감독과 함께 중간 유통책 C씨 등 여러 명을 구속했다.

 

이어 C씨의 통화·문자 내역을 통해 그가 구매자들과 거래한 정황을 포착한 뒤 경북 예천군과 수원시에 각각 주거지를 둔 A씨와 B씨를 지난 9월과 10월 차례로 검거했다. 경찰은 이들이 불법 구매해 소지한 총기와 실탄 수백 발도 압수했다. 지인 관계인 두 사람은 수렵용 등의 총기 소지 면허도 없이 총기와 실탄 일부를 밀렵 용도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경찰 수사로 검거된 이들 외에 불분명한 유통경로로 전국에 퍼져 있는 불법 총기·실탄 숫자와 소지자의 규모를 가늠하기 조차 어려운 데에 있다.

 

실제 사격 국가대표 출신인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제 총 100여 정과 실탄 2만발 이상이 시중에 풀린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유출된 실탄의 전체 규모가 파악되지 않기 때문에 진상조사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경기북부청 관계자는 “(진 의원이)언급한 실탄 유출분은 거의 회수했고, 수사를 통해 계속 찾고 있다”면서도 “(시중에)얼마나 유출된 지는 알기 어렵다”고 했다. 사격장 유출이나 밀수 등 여러 경로를 거쳐 오랜 시간 퍼진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치명적인 위력을 지닌 선수용 총·탄의 불법 유출 사례뿐 아니라 지난 7월 발생한 ‘송도 총기 사건’ 등 개인이 손쉽게 만든 사제총으로 인한 강력사건이 이어지는 만큼, 총기가 집단테러 등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의 도구가 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호원대 법경찰학부 교수)은 “사격용 총과 실탄이 오랜 시간 은밀하게 거래돼 왔고, 최근 온라인 등을 통해 누구나 제작할 수 있는 사제 총으로 인한 사건 등을 봤을 때 한국 사회가 ‘총기 안전국’인가 따져봐야 한다”며 “총기 테러와 같은 잠재적인 위험 상황을 막기 위해 총기 관리 체계 전반을 다시 정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