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는 이재명 정부의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15일, 문재인 정부의 수요억제 정책이 연상된다는 평이 나온다. 서울과 함께 경기도 또한 집값 상승이 가파른 지역 위주로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서다. 문 정부 시절 핀셋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를 학습했던 만큼 인접한 도내 비규제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감돈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 따르면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 규제지역 지정 효력은 16일, 토허구역 효력은 오는 20일에 발효된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에선 주택 거래 시 실거주가 의무화된다. 1주택자 전세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해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갭투자’가 사실상 원천 차단됐다.
대출 한도도 줄어든다. 우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종전 70%에서 40%로 강화됐다. 예를 들어 수원에서 6억원짜리 주택을 구매할 때 4억2천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던 것이 2억4천만원으로 줄어든다는 뜻이다. 유주택자는 LTV 0%가 적용돼 아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여기에 총부채상환비율(DTI)도 40%로 감소되고, 주담대 스트레스 금리도 기존 1.5%에서 3%로 오르는 만큼 대출을 통해 주택을 매입하는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주담대 대출한도는 15억원 이하 주택만 현행 6억원 한도를 유지한다.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주택은 6억원에서 4억원으로,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줄어든다. 경기도 민간아파트 분양가를 비롯해 집값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상황 속 대출이 쉽지 않아지면서 규제지역 1주택자의 상급지로 주택 갈아타기는 물론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발표 이후 부동산 오픈 카카오톡 채팅방 등에는 규제를 비껴간 지역의 주요 아파트 리스트가 공유되기도 했다. 아파트 실거래가 앱 호갱노노에서도 화성 동탄, 안양 만안구 등 비규제 지역 아파트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 풍선효과 조짐 분위기를 풍겼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초양극화 시장 강화, 중산층 실수요자의 갈아타기 난항, 끊긴 주거사다리 등 다양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아파트 가격은 오를대로 오른 상태인데 대출마저 어려워져 진입 장벽이 더욱 높아져서다. 현금이 넉넉하지 않고서는 새집 마련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이제는 부동산으로 돈 벌지 말라, 지금 있는 집에 머물러라’는 정책 메시지”라며 “갈아타기 1주택자 수요가 사실상 차단되고 무주택 실수요자의 진입이 어려워진다. 특히 무주택자는 기준금리가 인하되더라도 스트레스 금리 등으로 금리 하락이 지연되면, 대출 가능 한도 내 매물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현금이 있는 자산층만 움직이는 시장으로 변질, 중산층의 주거 사다리 붕괴가 심화된다”고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동안 뒷북 규제가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한발 앞선 조치’”라면서도 “다만 세제 개편과 보유세 강화, 똘똘한 한 채 대책 구체화 등 보강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