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둘러싸고 실효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유가 부담 완화를 위해 국민 70%에 현금성 지원을 지급하는 방안이지만 정작 주유소에서 사용이 제한되면서 정책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22일 지자체 등에 따르면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소득 하위 70% 국민에게 1인당 최대 60만 원을 지역사랑상품권 형태로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소비 진작과 서민 부담 완화를 동시에 노렸지만, 사용처 제한이 정책 효과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평가다.
현행 제도상 연매출 30억 원을 초과하는 사업장은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에서 제외된다. 이 기준에 따라 상당수 주유소가 사용처에서 빠지면서, 고유가 대응 정책임에도 유류비 결제에는 사실상 활용이 어려운 구조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이 전국 17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전국 1만 752개 주유소 중 지역사랑상품권 가맹 주유소는 4530개로 가맹률은 42.1%에 그쳤다. 전체 주유소의 절반 이상에서 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는 셈이다.
천 의원은 "고유가 피해 지원금인데 주유소에서 사용할 수 없는 구조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주유소에 한해 매출 기준 예외를 적용하는 등 현실에 맞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충청권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전의 경우 가맹 주유소 비율이 약 26% 수준에 머물러 10곳 중 7곳 이상에서는 지원금 사용이 어렵다. 특히 충청권 외곽이나 농촌 지역은 주유소 수가 적은 데다 주요 주유소 상당수가 매출 기준을 초과해 체감 효과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정책 설계에 대한 불만이 크다. 서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이모 씨는 "고유가로 손님 부담이 커졌는데 정작 지원금을 주유소에서 못 쓰는 경우가 많다"며 "차라리 유류세 인하나 직접 보조가 더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연매출 30억 원 이하' 기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물가 상승 압력도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잠정)는 125.24(2020년=100 기준)로 전월 대비 1.6% 상승하며 4년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도 4.1% 올라 상승세가 이어졌다. 특히 중동 지역 전쟁 여파로 석탄 및 석유제품 가격이 31.9% 급등하면서 공산품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
생산자물가는 통상 1-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향후 물가 상승 압력이 소비자 가격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단기 현금성 지원만으로는 구조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지역 경제계 한 관계자는 "현재 방식의 지원금은 단기 소비를 자극하는 데는 의미가 있지만, 고유가로 직접 피해를 보는 계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며 "단기 처방을 넘어 유류세 조정, 물류비 지원, 취약 업종 선별 지원 등 구조적 대응이 병행돼야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