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노동자, 담배 바꿔 피우고 '초코파이' 건네며 안부인사도 한때 이념 넘어 '통일 시험무대' 2016년 '폐쇄'… 하루만에 퇴거 '평화의 싹' 신기루처럼 사라져 지난 2008년부터 8년 가까이 개성을 오갔던 입주기업체 직원 김모(47)씨는 아직도 당시의 기억이 선명하다. 금단의 영역에 가봤기 때문만은 아니다. 비슷한 생김새에 같은 언어를 쓰면서도 경계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그들과의 특별한 경험은 지금도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밥을 같이 먹을 수도, 식후에 가벼운 운동을 함께 할 수도 없었다. 소소한 안부를 묻는 것 외엔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제약이 따랐다. 정치·경제 문제는 절대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함께 모여 일을 하면서도 대화의 수위를 어디까지 맞춰야 하는지 정확한 선은 아무도 몰랐다. 혼란스럽고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이들은 함께 일하는 동료였다. 이념과 규제에 가로막혀 있지만, 그들도 결국엔 사람이었다. 독한 북한 담배와 부드러운 남한 담배를 바꿔 피워보기도 하고, 초코파이와 자일리톨껌을 건네주며 묻는 "아(자식)는 말을 잘 듣습네까"라는 안부 인사에 서로 미소 지으며 거리를 좁혀갔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남과 북은 한
세계시장 점유율 30% 명성 대화연료펌프 폐쇄 이후 경영악화… 기업회생까지 겪어 협진카바링 보험금 탓 정부지원도 못받아 5개 업체 폐업… 11곳은 서류상 유지 그쳐 매출 급감에 6천여개 협력업체까지 '타격' 저마다의 꿈을 안고 개성공단에 진출했던 기업들은 공단 재개만을 기다리며 자그마치 5년을 기다렸다. 그동안 10개 이상의 기업이 경영 악화로 사실상 문을 닫았다. → 그래픽 참조 자동차 부품 전문 제조업체 (주)대화연료펌프는 지난 2004년 공단 시범단지에 입주했다. 입주기업 중 유일하게 계열사 공장을 포함해 두 개의 공장을 운영했다. 토지 매입부터 공장 신축, 설비 등 초기 투자비용만 200억원이 들어갔다. 공단 진출 이후 정부로부터 '글로벌 강소기업' 인증까지 받았으나 공단 폐쇄 이후 상황은 크게 나빠졌다. 200억원을 들인 공장을 개성에 그대로 남겨두고 온 탓에 충남 당진에 대규모 공장을 새로 마련하는 등 1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야 했다. 이후 2019년 기업회생에 들어가며 정상화에 매진한 끝에 최근에야 겨우 되살아났지만 세계 70여개국, 200여곳 글로벌 기업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며 세계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하던 강소기업의 경
月 80불 상당 급여·생필품 '北 최고 직장' 남북 한공간서 일하고 시시콜콜한 얘기도 소통공간 편의점 '잊을수 없는 전화번호' 회담 결렬 전날 '부엌서 라면' 에피소드 인터넷 안돼도 여가 즐길수있는 공간 있어 황해북도 개성시 봉동리의 아침은 여느 남쪽의 아침과 다르지 않았다. 남측의 북적이는 출근길 풍경처럼 이곳 역시 개성 시내로부터 출발한 출근버스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우르르 내려 일터로 바삐 걸음을 재촉하곤 했다. 남북 노동자들은 한 공간에서 함께 일했다. 집이 자가인지 전세인지, 자식들은 무슨 대학에 갔는지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다. 다만 식사는 함께 할 수 없었다. 약속된 사안이었다. 남측 사람들은 구내식당이나 음식점을 이용했고, 북측 사람들은 도시락을 준비해 왔다. 남측에선 국을 제공했다. 춘궁기에 밥을 싸오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질 때면 국 대신 잔치국수로 대체하는 배려도 있었다. 북한 노동자의 월 최저임금은 73.87달러였다. 연장근로수당과 야간·휴일수당을 포함하면 많게는 150달러 이상 받기도 했다. 150달러는 당시 환율로 한화 17만3천원 정도다. 농사나 장사가 주된 돈벌이 수단이었던 북한 사회에서 직장에 출근해 임금을 받는 개성
중국과 싱가포르 등은 자체 경제특구를 조성해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유치 활동을 하고 있다. 규제 완화를 비롯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외국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외 국가들의 이런 노력은 우리나라 경제자유구역과 상황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 외투유치 속도 내는 '중국 선전' 광둥성·홍콩·마카오 '거대 경제권' 조성 추진 외환관리 완화 '친 외자정책' 매년 20% 성장 중국 선전은 1979년 외국인 투자유치와 기술 도입을 위한 경제특구로 지정됐다. 지정 이후 40여년간 매년 2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급속도로 발전했다. 선전은 기업 부담을 낮추기 위해 소득세 감면 등의 세제 혜택은 물론 외환관리 규제 완화 등 친(親) 외자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조건에 부합하는 민영기업에 대해 해외 상장 융자, 외국인 직접투자 심사 비준·등록 등을 지원하고, 기업 운영에 필요한 R&D 투자지원과 인재 유치·양성 지원 등을 추진 중이다. 선전의 성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선전 중국 특색 사회주의 선행 시범구 종합개혁 시범방안'을 발표해 선전에 인공지능과 무인운전 등 첨단산업에 대한 선(先) 시범 운영
평택포승 등 경기경제자유구역 일부 대기업 입주 등 성과 불구 부족한 혜택·인천과 경쟁 부담 "규모 확대보다 외자유치 필요" 해외자본과 기술유치로 환황해경제권을 아우르는 글로벌 첨단산업 거점 조성을 위해 지난 2008년 시동을 건 경기경제자유구역이 지정 십수년째 공회전만 하고 있다. 경기경제자유구역청이 최근 현덕지구 신규 사업자 선정, 배곧지구 추가 지정 등으로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와 글로벌 경기 악화 등을 이유로 추진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기경제자유구역은 기존 평택 포승(BIX)지구(2.04㎢)와 현덕지구(2.31㎢)에 시흥 배곧지구(0.87㎢)가 지난해 6월 추가돼 현재 총 3개 지구(5.22㎢)에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평택 포승(BIX)지구의 경우, 지난해 12월 개발사업 준공 인가를 마친 후 현대모비스와 스웨덴 이케아 등 국내외 대기업들이 입주하기 위해 각각 전기차 부품공장과 물류창고 등의 건축을 시작한 상태다. 초대형 차이나타운 조성사업이 무산된 아픔을 겪은 현덕지구는 전 시행사와의 기나긴 법정 소송을 끝내고, 지난해 12월 민관공동개발방식으로 경기도시주택공사와 평택도시
IFEZ 'FDI' 2014년 이후 꾸준히 감소 2019년 법인·소득세 감면 폐지 주원인 국세 인센티브는 관세 5년간 면제 유일 괄목성장 판교TV·서울 추진 마곡산단 수도 접근하기 더 좋아 경쟁력 우위에 "정주여건·저렴한 땅값 전략적 활용을" 대한민국 경제자유구역을 대표하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외국인직접투자(FDI) 감소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 신고금액은 총 5억5천170만 달러로, 전년 9억650만 달러보다 40% 가까이 감소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지난해 FDI 신고액은 전국 경제자유구역 전체 FDI 신고액의 61% 규모였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FDI 규모는 17억1천400만 달러의 신고액을 기록한 2014년 이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2018년(13억4천400만 달러)까지 10억 달러 이상의 FDI 신고액을 보였지만, 2019년 9억650만 달러로 10억 달러 미만을 기록하고 2020년엔 감소폭이 더욱 커졌다. 이런 상황은 다른 경제자유구역도 마찬가지다. 인천·경기경제자유구역은 판교나 마곡 등 국내 기업 중심의 수도권 첨단산단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대로는 단순 베드타운 신도
공유수면 매립·교통망 등 기반시설 노력 작년까지 누적 외국인 직접투자 133억弗 경기경제자유구역 새출범 '신산업' 육성 대한민국 경제자유구역의 시작은 2003년 인천이었다. "외국인 투자유치를 기반으로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며 정부가 선택한 곳이었다. 많은 외국인들이 드나들 인천국제공항 건설은 인천경제자유구역 출범의 촉매제가 됐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송도와 영종, 청라 등 209㎢ 부지(현재 122㎢ 규모로 조정)를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던 개발 초기엔 비관적인 전망이 많았다. 공유수면을 매립한 땅에 국내외 첨단 기업과 연구소를 유치하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경제자유구역 조성업무를 담당하는 인천경제청은 부지 마련을 위한 공유수면 매립을 진행하면서 아일랜드, 미국, 독일, 중국 등 해외로 나가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알리고 투자자를 찾았다. 각종 제도 개선과 국비 지원을 위해 중앙부처와 국회도 찾아야 했다. 인천지하철 1호선 송도연장선, 인천대교 등 교통망을 갖추고, 기반시설 확충을 비롯해 정주 여건을 갖추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그런 18년의 시간 동안 인천
IMF 외환위기이후 회복 계기 마련 2003년 '첫 경제자유구역' 인천에 외국기업 자유로운 활동공간 제공 혜택 축소·해외도시 부상 '시험대' "한국경제의 도약을 위한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의 핵심사업이 인천에서 시작됐다." 2003년 10월 대한민국 경제자유구역의 시작을 알리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개청식 행사에 참석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같이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성공할 수 있도록 부처 간 '합심'을 강조하며 "인천경제자유구역이 계획보다 빠르고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인천경제자유구역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강했다. 경제자유구역은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지정한 지역이다. 외국인 기업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우리나라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가 컸다. IMF 외환위기 이후 회복의 계기를 마련해야 하는 국내 경기 상황과 중국 등 주변 국가의 급속한 성장에 따른 위기감은 경제자유구역 지정의 또 다른 배경이 됐다. 그렇게 20
재생에너지·수소·에너지 IT 등 신산업 육성 방침 경기도, 친환경 교통수단 구축… 올해 로드맵 제시 인천시, 지난해 유엔 '탈석탄 동맹' 가입·사업 준비 온실가스 배출 세계 11위 한국 감축계획 불충분 비판 석탄화력발전 신규투자 등 목표 실행력에도 의문부호 "당장 해결과제 외면 장밋빛 미래…부실 계획 안 고쳐" 한국은 지난 2016년 11월3일 '파리기후변화협약(이하 파리협정)'을 비준했다. 파리협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미만으로 제한하고, 가능한 1.5℃까지 억제하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제48차 IPCC 총회를 열어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승인했다. IPCC 측은 이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사회 모든 부문에서 신속하고 광범위하면서 전례 없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는데, 전 지구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최소 45% 이상 감축하고, 2050년에 이르러서는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12월30일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
지구 온난화는 극단적 변화 유발 말라리아 등 아열대 질병 토착화 코로나 같은 변종 바이러스 우려 기온 1도 ↑ 작물 수확량 10% ↓ 난민·빈부격차 등 불평등 가속도 '자연재해가 아닌 대량 학살의 위기'. 21세기 기후재난 시나리오를 다룬 책 '2050 거주불능지구'는 지금의 기후변화 상황을 '대량 학살의 위기'라고 진단한다. 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폭염, 강설, 태풍, 홍수 등 현재 자연재해라고 느끼는 것들 대부분은 장래에 '나쁜 날씨' 수준의 일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후위기는 단순히 '지구가 뜨거워진다' 정도의 단편적인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유례없는 지구온난화 현상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인간 활동 전반에 걸친 극단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된다. 일차적으로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사망하거나 질병을 앓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서울지역에 한정된 전망치이긴 하나, 현재 추세로 감축 없이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미래에는 폭염으로 사망하는 숫자가 2배가량 증가한다. 2011년 인구 10만명당 100.6명이었던 여름철 사망률은 2040년 230.4명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52년쯤에는 경기도·인천지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