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산업 기반은 국가의 경쟁력이 된다. 지역으로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업종을 불문하고, 지역에 뿌리내린 건실한 기업 하나가 곧 지역의 경쟁력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네이버 등 굴지의 대기업부터 내실 있는 중소 규모 기업까지 국내 사업체의 22.3%(2019년 기준)가 밀집한 경기도의 산업 인프라가 주목받는 이유다. 경기도는 이처럼 풍부한 산업 자원을 '관광'에 접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 각광 받던 한국의 '의료 관광', '뷰티 관광' 등과 비슷한 맥락이다. 경기도의 일차적인 목표는 특정 산업에 관심을 가진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해 관련 산업체를 탐방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주변 관광지와 맛집, 숙박 업체 등과 연계 프로그램을 만들어 단순 탐방에만 그치지 않고,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게 최종 목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네이버 등 사업체 도내 밀집 고양 일산 '현대 모터스튜디오' 2019년 30만명 발길 글로벌 기업 현대자동차가 고양시 일산서구에 연면적 6만3천861㎡로 건립해 운영 중인 '현대 모터스튜디오'가 좋은 사례다. 지난 2017년 개관한 현대 모터스튜디오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이전인 2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다. 부산하면 해운대가 떠오른다. 전라도는 식도락의 대명사다. 휴양의 성지로는 제주도가 있다. 그렇다면 경기도와 인천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 혹은 테마는 무엇일까. 머릿속에 여러 가지가 맴도는데, 단번에 대답하긴 어렵다. 경인 지역 관광산업이 직면한 현실이다. 경기도와 인천의 관광 인프라가 부족한 탓일까.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관광 장소 및 시설' 등을 포함한 전국 관광 자원 3천239개 가운데 451개(13.9%)는 경기도에 위치한다. 인천은 92개(2.8%)로, 경인 지역에만 15% 이상 몰려 있다. 적어도 '볼 게 없는' 지역은 아님을 의미한다. 전국 관광자원 15% 이상 있지만 한번에 떠오르는 '이미지' 없어 오히려 경인 지역에는 옛것과 새것의 정취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볼거리가 많은 편이다. 경기도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수원화성과 남한산성부터 DMZ(비무장지대)라는 대표적인 안보 관광지를 보유하고 있다. 개항장으로서 인천은 근대 문화유산뿐만 아니라, 168개 섬을 포함한 다양한 해양자원을 가졌다. 관광지로서 경인 지역의 일차적인 장점은 '다채롭다'는 데 있다. 요식업에 비유하면 양질의 다양한 음식을 대
여행은 낯선 곳에서 맞이하는 아침이다. 자신이 머물던 공간, 자신이 소속된 사회에서 벗어나 색다른 '낯설음'을 만나는 행위다.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곳의 정치·경제·역사·문화를 온몸으로 맞이하는 것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탐험가가 아니라도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 설렘이 여행의 매력이고, 관광산업의 원동력이다. 경기와 인천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을 둘러싼 수도권이다.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역사와 문화가 농축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국내·외 여행객들에게 매력적인 곳으로 꼽히지 못한다. 방문객 집계 통계만 봐도 금방 드러나는 현실이다. 출국 어려워져 국내로 '발길' 변화한 삶 맞춰 혁신 불가피 내국인들의 당일치기 여행은 잦지만, 외래 관광객(외국인)의 한국 여행에서 경기도와 인천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인천은 인천국제공항이 관문의 역할을 할 뿐이고, 경기도는 서울에서 숙박과 관광을 즐기는 외국인들이 잠시 들렀다 되돌아가는 미약한 '경유형 관광지'다. 바꿔 말하면, 여행객을 붙잡아 머물게 할 매력과 상품성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경기·인천 관광산업이 살기 위해서는 이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코로나19는 삶을 바꿔 놓았다. 전 세계를 덮친 전염
표본 100개중 88개 플라스틱류 냉장고 흔해 '어선서 폐기' 의견도 바다에는 별의별 쓰레기가 다 있다. 육지에서는 쓰레기로 아무렇게나 나뒹굴 수 없는 오래된 가전제품부터 폐유가 가득 찬 녹슨 드럼통까지 상상을 초월한다. 친환경 사회 인식이 강해진 요즘은 카페에서 갖고 나온 일회용 플라스틱 컵조차 길거리에 함부로 버릴 수 없지만, 또 길에 버려진 쓰레기는 금방 치워지지만, 바다에서는 예외다. 경인일보 기획취재팀은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인천 옹진군 백령도와 굴업도·강화도와 한강 하구·영종도 마시안해변과 왕산해수욕장·한강 지류인 굴포천을 뒤지고, 인천시가 운영하는 해양환경정화선 '씨클린호'에 탑승해 해양쓰레기 주요 발생 지역을 점검했다. 해양쓰레기의 대부분은 플라스틱이다. 취재팀이 발견한 수백 개의 쓰레기와 쓰레기 더미를 성상별로 분류하고 중복된 것을 제외해 자체적으로 표본 100개를 추렸는데, 이 가운데 88개가 플라스틱이다. 이어 고철류 6개, 유리류 3개, 나무 2개, 종이류 1개 등으로 분류됐다. 지난 12일 굴업도에서 발견한 온통 녹이 슨 냉장고는 그리 특이한 해양쓰레기가 아니다. 해양환경정화선 씨클린호의 김근도 선장은 "많을 때는 바다에 떠다니는
굴업도 해변에 알갱이 빼곡히… 해초에도 덕지덕지 2018년~2020년 해안발견 쓰레기의 82.9% '플라스틱' 비닐 등 미세조각 바다생물 먹이로 섭취 생태계 위협 태평양 한가운데를 떠다니는 섬 하나가 있다. 한반도(22만㎢)가 7개나 들어갈 수 있는 155만㎢ 면적에 달하는 이 섬은 약 1조8천억개, 무게 8만t에 달하는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로 이뤄진 'GPGP(Great Pacific Garbage Patch)'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떠다니는 바다는 마치 '플라스틱 수프'(Plastic soup)로 보인다. 우리나라 해양쓰레기도 대부분 플라스틱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18~2020년 우리나라 해안에서 발견된 쓰레기 9만4천750개 중 플라스틱은 7만8천626개로 전체 82.9%를 차지한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양 생태계와 빼어난 지질·경관의 보고(寶庫)인 인천·경기해역(경기만)마저 덮치고 있다. 경인일보 기획취재팀이 지난 한 달 동안 훑어본 인천·경기 앞바다 또한 플라스틱 수프처럼 변하고 있었다. 지난 12일 오후 인천 옹진군 굴업도 목기미해변에는 해초 등이 밀물과 함께 끊임없이 밀려왔다. 바닷물이 모래사장에 닿으면서 생
서해 최북단 백령도, 외부 쓰레기에 몸살 중화동 해변 등 중국어 페트병·부표 점령 주민들 "많은 날 50ℓ 자루 20~30개 수거" 우리나라 해양쓰레기 발생원은 크게 '육상기인' '해상기인' '해외기인'으로 나뉜다. 공교롭게도 인천·경기 앞바다는 세 가지 발생원을 모두 가지고 있는 데다 원인별 발생량 또한 가장 많다. 섬과 해수욕장 등 해양 관광지를 찾은 사람이 직접 버리는 쓰레기도 만만치 않게 많다. 인천·경기 앞바다 지도를 펼쳐 주요 발생 지역을 이어보면 우리 앞바다가 쓰레기에 포위된 형국이다. 경인일보 기획취재팀이 현장에서 만났던, 바다를 터전으로 사는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고통을 호소한다. 중국 쓰레기가 점령한 백령도 중국·북한과 접한 서해 최북단 백령도는 외부에서 밀려오는 쓰레기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4일 찾은 백령도 서남쪽 중화동 해변은 크고 작은 몽돌과 파도가 부딪치는 청아한 소리가 귀를 즐겁게 두드렸지만, 해변을 점령한 쓰레기가 눈을 어지럽혔다. 중화동 해변에는 중국어가 쓰인 생수나 녹차 페트병이 어림잡아도 100개 넘게 널려 있었다. 농구공 크기의 검은색 원형 부표 3개 모두 중국어가 적혀 있고 고리가 한쪽 방향에 나란히 달린 중국산이었
10가구 남짓 조용한 섬 굴업도 밀려온 외부쓰레기 가득한 해변 '한국의 갈라파고스' 명성 무색 인천 옹진군 덕적면 굴업도는 천혜의 경관과 생태계를 품어 한국의 갈라파고스라고 불린다. 여의도 면적의 절반이 조금 넘는 1.71㎢ 면적에 10가구 남짓 사는 작고 조용한 섬은 최근 몇 년 사이 백패킹족(배낭 하나로 캠핑하는 사람)의 '성지'로 불리고 있다. 코로나19 발발 이전 주말마다 200명 넘는 인파가 굴업도로 몰려들었다. 경인일보 기획취재팀은 주말 직후인 지난 12일 오후 굴업도를 찾았다. 기상 악화로 주말에 배가 뜨지 않아 섬에 머문 외부인은 없었다. 그사이 섬은 조금이라도 쉬었을까. 이 잠깐의 기대는 '내가 가져온 쓰레기를 되가져 갑시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걸린 선착장을 지나 다다른 목기미해변에서 곧 무너졌다. 해변은 거대한 쓰레기장이었다. 각종 스티로폼 조각과 페트병이 해변을 따라 길게 널려 있었다. 섬 방문객이 현지에서 버린 쓰레기와 외부에서 밀려온 쓰레기가 뒤엉킨 듯 보였다. 한자가 적힌 술 32병이 담긴 하늘색 플라스틱 궤짝 2개는 중국산 쓰레기란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게 해줬다. 일본어가 적힌 초록색 페트병도 밟혔다. 녹슨 냉장고와 '대우전
부천 원미┃턱없이 짧은 사업기간 마을관리협동조합 결성으로 돌파구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구현" 인천 용현2동┃'비룡공감 2080' 주민 의견 충분히 사업 반영에 공들여… "합의 이루는 과정에 집중" 부평 11번가사업┃미군 정화조부지 '혁신센터'-굴포천 '생태하천' 환골탈태 "자긍심 회복 초점" 도시재생이 법률상 용어로 등장한 시점은 2013년 12월이다.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도시재생법)이 제정되면서 도시재생은 법률에 근거한 정의를 갖게 됐다. 도시재생으로 통칭할 수 있는 국가 주도 사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컨대 노무현 참여정부의 살고 싶은 도시(마을)만들기, 이명박 실용정부의 도시활력 증진 지역개발사업이 있었다. 박근혜 정부의 도시재생 선도·일반사업은 2015년,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2018년 들어 본격화했다. 그렇게 따져보면, 도시재생은 성패를 섣불리 예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다. 주거복지의 실현과 도시경쟁력 강화, 사회통합과 일자리 창출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4대 목표다. 잃어버린 도시의 활력을 되찾는 도시재생의 길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가 몰랐던 경기도와 인천시 도시재생의 속살을 낱낱이 파헤쳐본다
로컬크리에이터 이종영씨 등 수원 향교로 인근서 의기투합 카페·빵집 등 옛 중심지 활력 '공간을 되살려 사람이 설 곳을 만든다'. 조인희(34)씨는 수원시 팔달구 매교동에서 커피전문점 '노스목위닷파'를 운영한다. 입주 건물은 3층짜리 가정집이다. 건축물대장을 보면 1974년 12월에 사용승인을 받았다. 족히 50년은 다 된 낡은 집은 한동안 아무도 살지 않는 방치된 폐가였다. 향교로에서도 골목을 찾아 들어가야 해 입지 조건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조씨는 고쳐 쓸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고 했다. 때마침 골목 경제가 화두였다. '동네 한 바퀴', '골목식당'이 주목받는 시기였다. 지역을 살리는 로컬크리에이터 주식회사 동네형의 대표 이종영(42)씨가 향교로에서 자리를 잡고 골목 상권 활성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조씨의 희망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이종영씨와 조인희씨는 영동시장 청년몰에 입주했다가 경영난을 겪은 청년 사장들에게 향교로 주변으로 모이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에 호응해 청년 사장 그렇게함박이된다(옛 시나브로카레) 김중수 대표와 미나리빵집 장예원 사장이 시장 한편에서 역사·문화가 녹아있는 수원의 옛 중심거리로 옮겨왔다. 저렴한 관리비
자족기능 부족·개발정책 후순위 너무 빠른 인구집중 부작용 낳아 열악한 곳 살리는 도시재생 이유 재생(再生)은 '죽게 되었다가 다시 살아남'을 의미한다. 그 의미 그대로 도시재생은 '생기를 잃은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하지만 도시재생의 접근 방식은 조심스럽고 느리다. 기존 틀은 그대로 유지하되, 도시에 필요한 각종 인프라를 확충하는 식이다. 그림으로 치면 원화를 살리면서 생기를 살리는 '리터치'를 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 보니 돈은 돈대로 쓰는 것처럼 보여도 눈에 띄는 확실한 변화는 찾기 힘들다. 최근에는 '대문을 고치거나, 벽화를 그리는 게 도시재생이냐'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다. 쇠퇴한 도시에 5년간 약 50조원을 투자하는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무용론'과 같은 신랄한 비판에 직면했다. 도시재생은 낙후한 도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 '헛돈' 쓰지 말라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950년 한국의 도시화율은 21.4%였다. 도시화율이란 전체 인구 가운데 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의 비율을 뜻한다. 지난해 기준 국내 인구 10명 중 8명은 도시에 살고 있다. 불과 70년 만의 일이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도시화는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