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의 경계가 사라졌다. 전통적인 수묵 작품은 물론이고, 창의적으로 해체되고 재해석된 작품들은 ‘수묵’이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지난 9월1일 개막해 종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2021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오채찬란 모노크롬-생동하는 수묵의 새로운 출발’(예술감독 이건수·31일까지)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다채로운 작품 세계를 펼쳐보였다. 하지만 대규모 미술행사인 비엔날레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실험적인 작품들이 다소 적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메인 전시관인 목포문화예술회관은 열악한 전시 환경으로 작품의 존재를 부각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퇴색시켜버리는 데다 예술감독이 기획 의도를 구현하며 공간을 구성하기도 어려워 향후 전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묵 없는 수묵(無墨水墨), 수묵은 도처에 있다’를 주제로 구성된 비엔날레 1관(목포문예회관)은 모두 7개 전시실에서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보석이 박힌 왕관을 쓰고 있는 호랑이의 모습을 채색으로 담아낸 김지희 작가의 ‘포장된 미소’는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오며, 숯가루로 작업한 이재상의 ‘달빛’, 천경자·박수근 등 근대 화가 50여명의 얼굴을 담아낸 윤석원의
‘미술관 투어’로 유명한 방탄소년단(BTS)의 RM(본명 김남준)이 최근 전남도립미술관에 다녀간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RM은 지난 5일 BTS 공식 트위터에 전남도립미술관 건물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평소 미술 애호가로 알려진 그는 전국 방방곡곡의 미술관을 찾아다니는 ‘전시장 투어’를 하며 김환기, 유영국 화백의 작품을 관람한 것으로 전해진다.이번 전남도립미술관 방문 또한 9월 1일부터 진행 중인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 고귀한 시간, 위대한 선물’전을 관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네티즌들은 “RM이 전남도립미술관에 다녀갔구나”, “남준이 언제 왔다 갔어” 등 예상치 못한 소식에 놀란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한편 전남도립미술관이 고(故)이건희 삼성 회장의 소장품 21점을 기증받아 구성한 특별전에는 김환기·천경자·오지호 등 전남 출신 거장들의 작품과 유영국·박대성·김은호 등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 총 19점이 전시 중이다. 전국적인 ‘이건희 컬렉션’ 열풍 속에 전시 개막 첫 주말에만 2000명 이상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전시는 11월 7일까지 열리며, 개관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김미은 기자 mekim@kwan
“와, 고래다. 그런데 뭐로 만들었지?” 김상연 작가의 작품 ‘우주를 유영하는 고래’를 본 아이들이 탄성을 지른다. 빨레 세제 용기 등 폐품을 이용해 만든 작품을 신기한 듯 바라보고 사진촬영을 하며 즐거워한다. 노진아 작가가 자신의 엄마를 모델링해 얼굴을 제작하고, 기계를 통해 인간의 표정을 학습하게 한 작품 ‘나의 기계엄마’ 앞에서는 발길을 뗄 줄 모른다. ‘진짜 사람 얼굴’같은 작품이 관람객을 따라한다는 안내자의 말을 듣고선 여러가지 표정을 지어보이며 서로 질문하느라 바쁘다. 30일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전시관은 동산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의 즐거운 예술체험 현장이었다. 지난 9월 1일 광주시 북구 용봉동 비엔날레전시관에서 개막한 2021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10월 1일 반환점을 돈다. 30일까지 전시장을 다녀간 관람객은 모두 1만 9000여명. 코로나 19로 예년처럼 관람객이 많지는 않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들은 차분히 전시관을 둘러보며 흥미로운 시간을 보냈다. 또 SNS 등에 작품과 함께 한 다양한 인증샷을 올리며 자신만의 디자인비엔날레를 즐기는 모습들이다. 특히 1일부터는 디자인비엔날레 공식홈페이지에 5개 전시관·전시 콘텐츠를 재현한 온라인 전시관도
걷기 좋은 가을 날, 싸목싸목 동네 산책하며 둘러보기 좋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오는 10월3일까지 광주시 서구 청춘발산마을에서 열리는 ‘나는 청년예술가입니다’전이다. 광주시가 주최하고 아트컴퍼니모이모 주관, 사)아시아문화가 후원하는 이번 전시는 지역 큐레이터들의 추천을 받은 12명의 작가가 참여, 50여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참여작가들은 회화, 설치, 사진, 조각,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자신들만의 개성을 발현중이다. 청춘발산마을은 아기자기한 공간들이 눈에 띈다. 다양한 재생 사업들이 진행된 마을은 잘 정비돼 있어 이곳 저곳 골목길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번 전시는 모두 6개의 공간에서 열려 젊은 작가들의 개성이 담긴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와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는 즐거움도 함께 준다. 28일 청춘발산마을 공용주차장 인근 ‘독립창작공간’에서부터 그림여행을 시작했다. 누군가의 거실처럼 꾸며진 이곳에서 작품을 전시하는 작가는 이정은·정유승이다. 정 작가는 ‘야쿠르트’ 등 자신의 작품 가격을 산정한 근거를 담은 ‘명세서’를 작품에 함께 부착해 유쾌함을 자아낸다. 대인예술시장 묘수 입주작가인 이정은 작가는 일상의 풍경을 담은 ‘쉬는 시
‘청년작가들의 재기넘치는 작품을 만나다.’ 젊음의 기운이 가득한 광주시 서구 청춘발산마을 일대 문화공간이 예술의 현장으로 변신한다. 젊은 패기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찾아가고 있는 청년작가들의 ‘현재’를 만날 수 있는 ‘나는 청년예술가입니다’전이 25일부터 10월 3일까지 열린다. 광주시가 주최하고 아트컴퍼니모이모 주관, 사)아시아문화가 후원하는 이번 전시에는 모두 12명의 작가가 참여, 5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쟁 피난민들이 모여 살았던 광주의 대표적인 달동네 발산마을은 1970~80년대 방직공장이 들어서면서 전국에서 몰려든 여공들로 한 때 활력이 넘치는 공간이었다. 세월이 흘러 쇠락해가던 마을은 지난 2015년 현대자동차그룹과 공공프리즘의 ‘청춘발산마을’ 사업을 시작으로 다양한 문화공간과 시설들이 조성되면서 문화와 예술이 마을에 조금씩 스며들고 있다. 특히 BTS 제이홉의 벽화는 전국적인 핫스팟이 됐다. 문화예술 공간으로 서서히 자리매김해가고 있는 발산마을과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막 만들어가는 청년작가들이 만나는 전시는 안성맞춤이다. 전시 참여작가는 지역에서 다양한 전시회를 기획한 큐레이터들의 추천을 받아 선정했다. 작가들은 회화, 조각, 도예, 설
미술관 안으로 무등산이 가득 들어왔다. 이제 단풍이 들기 시작하면 미술관 로비에서 바라보는 무등산은 가장 아름다운 한 폭의 가을 풍경화를 연출할 터다. 국립공원 무등산 자락, 의재미술관(관장 이선옥)이 1년 8개월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조성룡 건축가와 김종규 교수가 공동 설계한 미술관은 자연과 어우러진 건물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2001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했었다. 하지만 개관 20년이 넘어가면서 시설이 노후화돼 전시 등에 애를 먹었고 국비와 시비를 들여 리모델링을 진행, 최근 새롭게 관람객을 맞기 시작했다. 올해는 미술관 개관 20주년, 의재 허백련 탄생 130주년을 맞는 해여서 새롭게 단장한 미술관이 더욱 의미있게 다가온다. 미술관으로 들어서면 탁 트인 공간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매표소와 다양한 문화상품을 판매하는 코너를 지나면 넓은 유리창 너머로 푸른 나무와 파란 하늘이 한 눈에 보이는 로비가 나타난다. 다양한 색감의 옻칠로 제작한 탁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멋진 공간이다. 이번 공사를 통해 비어 있던 지하를 전시장으로 활용,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을 확장했다. 또 의재 관련 영상과 미디어아트 작품 등을 상영하는 영상전시실도
관람객 이정아씨는 ‘Peace of mind’ 작품을 통해 오늘 작곡가가 됐다. 몇개의 간단한 코드를 입력하고 몇 초가 지나자 그가 입력한 코드가 아름다운 멜로디로 변환돼 피아노로 연주되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 AI 작곡가 ‘이봄’ (카이스트 안창욱 교수 연구팀) 덕이다. 피아니스트 없는 피아노가 ‘홀로’ 연주하는 모습에 다른 관람객들은 신기한 듯 영상 촬영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전익관의 ‘자연을 찾아가는 캠퍼’는 여유로운 자연 속 캠핑 현장에 온 듯한 기분이 드는 작품이다. 관람객들은 캠핑카 안에 들어가 이모저모를 살피고 작가의 오토바이에도 올라 타 본다. 지난 1일 광주시 북구 용봉동 비엔날레전시관에서 개막한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첨단기술과 아날로그적 풍경이 어우러진 전시 현장이다. 또 환경과 생태 문제, 기계와 인간의 관계 등 현재 우리가 맞닥뜨린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예술가들의 해답을 만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직접 참여하고,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다. 넉넉히 시간을 갖고 관람하면 즐거움이 두배다. 첫 일요일인 5일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는 가족, 연인 등 다양한 연령층의 관람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자신들만의 추억을 만
전시장에 들어서면 식료품 가게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냉장고와 바구니엔 브로콜리, 당근, 토마토, 블루베리 등 알록달록 과일과 채소(모형)들이 가득하다. 바닥에는 인조 잔디를 깔아 마치 채소가 자라는 농장에 놀러온 느낌도 갖게 된다. (주)라운드 크랙의 전시 ‘그로서리 팜업 스토어’ (Grocery farm-up store)전은 젊은이들의 톡톡 튀는 감성이 돋보이는 기획이다. 오는 15일까지 광주시 동구 충장로 1가 입구 ‘커피빈’ 3층 빈 점포를 임대해 열리고 있는 이번 프로젝트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공감하는 키워드와 채소가 갖고 있는 효능, 싱그러움을 결합해 재미난 전시로 구현해냈다. 이번 기획전은 전시 공간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상큼한 기운을 받는다. 색깔을 테마로 꾸며진 공간은 흥미롭고, 각각의 테마에 맞는 작품들을 배치해 즐거움을 더한다. 또 바스켓에 고민을 적은 볼풀 던져넣기, ‘대인관계 체크리스트’, ‘우정고사 문제지’ 등 재미있는 설문에도 참여할 수 있다. 전시 공간은 채소의 색깔로 구분했다. 붉은 색의 ‘토마토’존은 ‘건강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전시물은 가게에서 사용하는 ‘냉장고’에 담겨 있다. 보라색 가지는 ‘스트레스 극복’에
과거, 현재, 미래를 만나는 디자인 놀이터. 수천송이 꽃이 쏟아지는 듯한 종이꽃 터널을 지나 이팝나무에서 추출한 오월의 향기를 만난다. 어디선가 들리는 새소리를 따라 들어선 식물정원에선 다양한 식물과 함께 스탠드 불빛 아래 놓인 식물책을 읽는다. 나의 움직임에 따라 화면에선 대나무 숲이 흔들리고, 인공지능 음악가 ‘이봄’이 연주하는 음악을 들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1일 광주비엔날레전시관에서 개막한 2021 광주디자인비엔나레는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부터 AI, 메타버스 등 최첨단의 기술이 디자인과 어떻게 조우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지 펼쳐보인 장이었다.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 맡는 오감을 통해 디자인을 탐지하고, ‘광주’의 다양한 이미지를 재해석한 작품들도 눈길을 끌었다. 또 플라스틱, 지구환경 문제 등 사회가 안고 있는 난제에 대한 예술적 해답들도 만날 수 있다. 특히 코로나 19로 한계가 있기는 했지만, 관객들이 참여하는 작품도 많아 참여형 비엔날레를 구현한 점도 특징이다. 전시 주제 ‘디-레볼루션’은 ‘디자인’(Design)과 ‘레볼루션’(Revolution)의 합성어로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이끈다는 뜻을
첫 작품 김환기의 ‘무제’(121x86㎝)를 접하자 마자 작은 탄성이 터져나왔다. 화면을 가로지는 십자 형태의 조형성과 한국 전통 오방색이 어우러진 작품은 오묘한 느낌을 전한다. 뉴욕 시기의 작품으로, 그의 화폭에 자주 등장하는 달항아리나 대표작인 전면점화(全面點畵)와 달리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화면 구성이 눈길을 끄는 이 작품은 대범한 선과 여백, 화폭에 번지듯 스민 다채로운 색채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인상적이다. 지난 30일 광양 전남도립미술관(광장 이지호)에서 만난 김환기 화백의 작품은 단 1점이었지만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다가왔다. 지난 4월 전남도립미술관이 기증받았던 이건희 컬렉션을 만나는 ‘고귀한 시간, 위대한 선물’전이 1일 개막해 오는 11월7일까지 열린다. 이건희 컬렉션은 화제의 중심에 있다. 기증 소식이 알려진 후 도립미술관에는 전시 소식을 묻는 전화가 끊이지 않았고, 최근 전시를 끝낸 광주시립미술관에는 코로나 19 상황에서 최대 관람 가능인원인 1만 3000여명이 다녀가는 등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번 전시에는 김환기·천경자·오지호·임직순 등 4명의 지역 작가와 유영국·박대성·김은호·유강열 등 한국 근현대 미술을 장식한 거장 8명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