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도 지키는 사람도 없다. 심지어 작품명도 없다. 전시장 내부는 조명 없이 자연채광만을 사용한다. 오직 그림만 걸려 있을 뿐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선입관 없이 자기 나름대로 작품을 감상하게 하려는 의도다. 무인갤러리 바인딩(BINDING) 정진경 대표는 경남도립미술관 예술강좌를 통해 알게 된 독일 인젤 홈브로이히(Museum Insel Hombroich) 미술관을 잊을 수 없었다. 당시만 해도 예술을 어떤 정체성으로 이끌어가야 하나 고민하던 시기였기에, 미술관의 취지가 유난히 와 닿았다. 작품과 관객의 간극을 메우기 적합한 문화공간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의 취지는 사람들에게 관람에 대한 자율권을 주는 거예요. 관람 예의를 스스로에게 요구하는 거죠. 이런 전시공간을 시도해봐야지 결심했지만 걱정되더라고요. ‘작품이 상하면 어쩌지’ ‘작가를 어떻게 설득하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막상 문을 여니, 관람객들이 더 조심할 뿐만 아니라 작가들이 오히려 이 공간을 신선하게 바라봐주시더라고요. 관람 예절과 문화 의식은 제재 속에서 배워지기보다 자발적 인식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걸 알게 됐어요.” 간판도 없는 ‘무인갤러리’ 오픈 사람
객석엔 의자가 없다. 집으로 초대된 관객들은 바닥에 앉으면 그만이다. 벽에 기대든 다리를 쭉 펴든 상관없다. 연주자의 땀과 몸짓, 관객의 나지막한 숨소리까지 한데 어우러지는 공간. 음악이 주는 선물 이지현(43) 대표는 그때 본 하우스 콘서트장을 잊을 수 없었다. 음악이 주는 선물은 부산 출신인 이 대표가 결혼 후 김해 대청동으로 오면서 2011년 문을 열었다. 대학교서 작곡을, 대학원서 공연기획을 전공하며 자연스레 음악이 주는 삶에 스며들었다. “음악이 주는 선물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바라던 느낌을 묻어내려 지은 이름이에요. 기본적인 가치라던지 목표를 상기시키기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음악을 함께하는 제자들도 그 영향을 받았으면 했거든요. 음악이 주는 선물을 지금껏 받아왔는데, 망각한 채 지나왔더라고요.” 음악이 주는 선물은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 처음엔 음악학원으로 운영했다. 문화공간이 된 건 그로부터 4년 후의 일이다. 아이에게 양질의 문화를 가까이서 경험할 수 있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커지면서다. 그러던 중 10년 전 서울에서 하우스 콘서트를 여는 ‘더 하우스 콘서트’ 박창수 대표의 모습을 떠올렸다. 음향 기기 하나 없는 집에서 플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