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명작들이 20일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관람객들은 37세로 요절한 천재의 붓질을 지근거리에서 감상하며, 그의 생애와 예술적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2025 세계유명미술특별전-불멸의 화가 반 고흐(반 고흐 특별전)'가 오는 25일부터 6월 22일까지 대전시립미술관에서 90일간 휴관 없이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네덜란드 크륄러 뮐러 고흐 컬렉션 중 유화 39점, 드로잉 37점 등 총 76점이 최근 도착, 이날부터 미술관에 설치되기 시작했다. 관계자들은 추정 작품가 총액이 1조 1600억 원에 달하는 작품들을 전시장에 미리 둔 방탄 소재 상자로부터 밀봉된 작품을 꺼내 포장을 벗기고 손상된 부분이 없는지 세심하게 살폈다. 이후 작품에 따라 높이와 간격을 조정해 배치했다. 또 작품 보호 등을 위해 구조물도 사전 설치했다. 대전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유화의 경우 최대 80㎝까지 접근이 가능하도록 설치, 관람객들의 접근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전시장은 고흐의 생애와 예술적 변화에 따라 네덜란드, 파리, 아를, 생레미, 오베르 쉬르 우아즈 시기로 구분했다. 시기별 대표 작품들을 감상하며 자연스럽게 고흐의
"당신은 지금 어디에서 봄을 기다리고 있나요?" 누군가는 꽃 피는 거리를 걷고, 누군가는 따스한 햇살을 창문 너머로 바라본다. 하지만 이곳 경북 영양군 죽파리의 자작나무숲에서는 계절이 조금 다르게 흐른다. 겨울의 마지막 눈이 수피(樹皮)에 내려앉아 있고, 봄의 첫 기척이 바람 끝에 머물고 있다. 그리고 이 숲은 아무 말 없이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며 당신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제 그 고요한 순백의 숲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30년 기다린 숲…꽃말 '당신을 기다립니다' 봄은 아직 머뭇거리지만, 숲은 먼저 계절을 품기 시작했다. 영양 자작나무숲에는 겨울의 마지막 숨결과 봄의 첫 기척이 동시에 머물고 있다. 경칩(만물이 잠에서 깨는 시기, 3월 5일)이 지났지만 자작나무숲 곳곳엔 소복한 눈이 아직 녹지 않았다. 그러나 그 위로 내리쬐는 햇살은 분명히 말하고 있다. 봄이, 지금 이 숲으로 향하고 있다고. 숲에 발을 들이는 순간 한 편의 동화 속으로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하얀 자작나무들이 쭉쭉 뻗은 채 하늘을 향해 자라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이다. 수피에 햇살이 닿을 때마다 은빛이 번쩍이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가지마다 걸린 눈꽃은 아직 겨울의
“어린 시절 동네 형들을 따라 제일극장에서 본 ‘십계’가 처음 본 영화였습니다. 당시 티켓값이 100원이었죠. 십계, 벤허, 타이타닉…. 세월이 흘러도 그 아름다움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매표소 앞에 길게 늘어선 줄, 영화 속 배우와 닮은 듯 닮지 않은 듯 강렬함이 전해지던 극장 간판, 어둑한 상영관과 어디선가 풍겨오는 달콤짭짤한 냄새, 작은 몸을 압도하는 대형스크린…. 지역민들을 웃고 울리던 영화의 추억들이 가득 담긴 광주의 극장들. 그러나 지역의 극장들은 시대 흐름과 함께 새롭게 생겨나고 변화하고 사라져갔다. 광주 극장들의 역사를 담은 책이 발간돼 눈길을 끈다. 광주시 동구가 엮은 ‘동구의 극장과 사람들’은 영화계 원로들이 전하는 광주 극장들의 흥망성쇠에 관한 이야기이다. 위경혜 전남대 연구교수가 책임과 감수를 맡았으며 임인자 독립책방 ‘소년의 서’ 대표, 윤연우 시각예술작가가 연구원으로 참여했다. 1917년 일제강점기 광주 최초의 극장 ‘광주좌’가 황금동에 자리잡은 이후 동구는 광주의 영화산업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해방 이후 무등극장과 광주극장 등 충장로와 금남로, 광주천변을 중심으로 영화관들이 차례차례 생겨났다. 하지만 TV와 비디오의 보급으로 극장
마산의 한 건물, 무당집 문을 열고 3층으로 올라오면 장두루(25) 작가의 ‘신당’ 같은 작업실이 나온다. 왜 신당이냐, 장 작가는 작업실에 여러 신들을 모시고 있는 듯하다. 하느님, 부처님, 알라님까지는 아니옵고 어디선가 잊히고 있는 신들이다. 쓰임을 다하고 버려진 물건에 혹은 공기 중에, 흔들리는 나무 속에, 설화 속에, 그림 속에도 들어 있다. 그래서 그의 작업실은 재밌다. 잊히는 신들처럼 잊히는 이야기가 다시 그려지는 공간이다. -이번이 첫 작업실이라고. △2023년 가을 즈음 들어오게 됐다. 사실 옛날에 우리 가족이 살았던 집이다. 2층에 집주인인 이모가 살았고, 3층에 가족과 살다가 제가 8살 즈음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 그다음 이사 오신 분이 오래 살다가 이사를 가셨는데, 이모 배려로 제가 청소를 하면서 이곳을 쓰기 시작했다. -작업실로 올라오는 길에 물고기 벽화를 봤다. 작가님이 그린 것인지. △중학생 때 사촌언니랑 같이 그린 벽화다. 건물이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이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건물도 많이 낡았고, 동네 자체가 환하진 않아서 어두운 느낌을 없애고자 이모가 부탁해서 그렸다. 안으로 좋은 기운이 들어오게 헤엄쳐 올라오는 물고기들을
독창적인 채색으로 제주의 자연을 따뜻하게 그려내는 고은 화가의 제16회 개인전 ‘제주의 풍경’이 지난 15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제주국제평화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제주의 시골 풍경과 숲, 바다를 주제로 제주의 정서를 그대로 담아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표현한 고은 화가의 작품 25점과 드로잉이 선보이고 있다. 고 화가는 제주의 정경을 장지위에 분채로 표현하는 채색화 작품을 고수하고 있다. 전통채색 방법과는 다르게 한국화의 전통 방식인 수묵화의 필선에 채색화를 접목시켜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어냈다. 제주의 정서를 독창적인 조형언어로 표현한 작품에 작가의 따뜻한 감성이 더해진 것들이다. 하계훈 미술평론가는 “작가는 화면 밖 관찰자의 위치에서 작품을 제작하면서 동시에 화면 속에서 생활하던 과거의 작가 자신으로 소환돼 화면에 암시적으로 등장하기도 한다”며 “고은의 작품 속 평상과 집, 꽃밭이 있는 마당은 온갖 사건들의 희로애락을 겹겹이 담고 있는 우리의 서사이고 작가의 경험과 추억이고, 그럼으로써 자연스럽게 창작의 모티브를 제공해 주는 원천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고 화가는 제주대와 성신여대 대학원을 졸업한 후 제주에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가끔 진행되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조사를 보면, 빈센트 반 고흐는 늘 빠지지 않는다. 그의 진품을 볼 수 있는 내한 전시는 10년에 1번 정도로 드물게 열리고, 유럽과 미국 유명 미술관이 소장한 그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기회는 한정적이다. 그럼에도 고흐와 연관된 전시도, 그의 작품을 활용한 아트 상품은 여전히 막강한 대중성을 가지고 있다. 미술과 여행 분야를 오래 취재한 덕분에 미국, 유럽에서 고흐의 그림들을 직접 마주할 기회가 많았다. 유명 작품을 실제로 보면, 의외로 “생각보다 평범하네” “책에서 본 그대로다”라는 느낌이 많다. 아마도 학창 시절 화려한 형용사로 묘사한 그림에 관한 설명이 선입견을 만들었던 것 같다. 다행히 고흐의 그림은 볼 때마다 놀라웠다. 그만의 독특한 기법으로 그린 정물, 풍경, 인물화는 신기하고 신비했다. <천문학이 발견한 반 고흐의 시간>은 사실 반 고흐라는 단어에 꽂혀 읽기 시작했다. 직업, 전공과 관계없이 평소 인문학 철학 예술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그 분야 전문가를 능가하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라 저자가 천문학자라는 사실이 특이점으로 생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천문학적 지식과 배경을 바
실내악단 i-신포니에타는 오는 29일 오후 6시 인천 중구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화안에서 ‘화안 콘서트 - 박보라 바순 독주회’를 개최한다. 이번 공연에선 바수니스트 박보라가 중후한 음색을 가진 목관악기인 바순 연주를 들려준다. 바순은 오케스트라에서 테너와 베이스 음역을 담당하는 목관악기다. 음색이 부드럽고 풍부한 악기다. 박보라는 캣 스티븐스의 ‘Morning has broken’을 시작으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을 바탕으로 만든 ‘God loved The world’, 이흥렬 작곡의 ‘섬집아기’, 리차드 막스의 ‘Now and forever’, 비틀즈 ‘Let it be’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i-신포니에타 객원 연주자로 활동 중인 박보라는 한양대학교 음악대학과 독일 카를스누에 국립음대를 졸업하고, 독일 로스톡 국립음대 ‘최고 연주자 과정’과 독일 만하임 국립음대 ‘오케스트라 솔리스트 과정’을 마쳤다. 현재 법무부 한국사법교육원 교화 음악과 교수로 활동 중이다. 이번 독주회에서는 i-신포니에타 수석 피아니스트 안지연이 반주를 맡는다. 또 아마추어 남성중창단 ‘화안중창단’이 프린지 무대를 선보인다. 화안중창단은 노래를 좋아하는 중년 남
‘2025 강원연극제’에는 돌봄, 가족해체, 성(性) 등 사회적 화두 담은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무대와 삶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들은 공감과 위로의 예술을 전한다. 오는 23일 무대에 오르는 하늘천땅지(속초)의 ‘이름을 찾습니다’는 성매매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인적이 드문 작은 섬마을에 모여 살던 성매매 여성들. 작품은 그들이 여느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오늘을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이들임을 말한다. 27일 공연되는 극단 신예(삼척)의 ‘오리지널사운드트책-숨바꼭질’은 살인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 강력1팀의 모습을 따라 사회의 어두운 민낯을 조명한다.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는 가족의 모습도 그려진다. 28일 공연되는 극단 백향씨어터(강릉)의 ‘조선간장 기억을 담그다’는 안부보다 돈 이야기가 먼저인 자식들이 부모님의 사랑을 알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29일 열리는 극단 파·람·불(속초)의 ‘양덕원 이야기’는 아버지의 임종 30분 전 모인 가족의 이야기다. 마지막 숨을 놓지 못하는 아버지 곁을 지키는 가족들의 모습은 팍팍한 삶 속 잊고 있던 가족의 의미를 되짚는다. 연극적 상상력으로 사랑의 가치를 회고하는 작품들도 눈에 띈다. 30일 열리는 극단 동그라
왕권은 신으로부터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절대적이며, 신하나 국민은 이에 간섭할 수 없다는 절대왕정의 시대였던 조선. 이런 시대에 인간은 노비에서 왕까지 모두가 평등하며 임금의 자리도 능력 있으면, 누구나 오를 수 있다는 사상을 펼쳤던 정여립이 마지막 숨을 거뒀던 진안. 임진왜란 때에는 이복남을 비롯한 의병이 웅치(熊峙)에서 용담 · 진안을 거쳐 전주를 공략하려던 왜병을 격퇴하고 진안읍 죽산리 어은동(魚隱洞) 골짜기에서도 왜병과 혈전을 벌였던 생생한 역사의 현장이다. 이곳에 자리하고 있는 수선루는 자연 상태의 암굴을 적절히 이용한 독특한 건축물이다. 절벽 가운데 지어진 독특한 모습과 주변에 아름다운 풍경이 잘 어우러져 마이산과 함께 진안의 최대 명소다. 최근 인기드라마 연인과 옥씨부인전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드라마가 종영한 이후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으며 그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조선 숙종 12년(1686) 연안송씨 네 형제가 선대의 덕을 추모하고 도의를 연마하기 위해 건립한 누각이며 1984년 4월 1일 전북특별자치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가 2019년 12월 30일 대한민국의 보물로 승격했다. 자연 상태의 암굴을 적절히 이용해 2층으로
봄은 남도 끝자락에서 시작된다. 갯버들이 하얀 속살을 삐쭉 내밀면서 뽀송뽀송한 솜털로 방긋 인사를 하면 겨우내 얼었던 도랑이 금세 쏴 쏴 소리를 내면서 바위에 물을 끼얹는다. 땅이 서서히 녹으면서 흙내음이 코를 간질일 때쯤, 거제나 여수의 동백이 봄의 전령사로 꽃봉오리를 힘차게 밀어 올린다. 봉긋한 꽃이 인사를 하면 “진짜 봄이 왔구나”하는 신호는 벚꽃이 쏘아 올린다. 물을 잔뜩 머금은 잎이 연노란 잎을 하나둘씩 쏙쏙 보여주는 녹차도 봄의 전령으로선 뒤지지 않는다. 하동의 봄은 벚꽃과 녹차가 만들고 그 깊이는 여름, 가을, 겨울로 이어지며 지리산의 눈이 끝점을 찍는다. 둘을 더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하동 ‘최참판댁 한옥호텔’이다. ■ 한옥호텔 특징 = 느림, 한옥이 주는 첫 느낌이다. 잠깐 졸아도 다음 역에서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이나 초조함이 없다. 무궁화호가 주는 여유를 닮았다. 슬쩍 건너뛰거나 딴전을 피워도 흐름을 이해하는데 아무런 방해가 안 되는 멜로 영화처럼. KTX나 비행기에서는 얻을 수 없는 편안함이자 여유다. 여기에 호텔 같은 편안함을 더했다. 최참판댁 한옥호텔은 여기에 스토리텔링까지 갖췄다. 박경리 선생의 소설 ‘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