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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100년 전으로 떠나는' 수원 인문기행

대한민국 근대사가 만든 길 '수원을 걷다'

 

 

화성행궁광장서 출발하는 3.9㎞ '신작로'
혜경궁 홍씨 회갑연 준비 '한데우물' 지나
일제 농업침략 건축물 '구 부국원'도 볼거리
'협궤선 증기기관차용 급수탑' 국내 유일


수원시가 최근 강력 추천하는 관광 코스는 '인문기행'이다. 100년 전 수원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와 문화를 담은 하나의 코스를 조성한 것.

화성행궁광장에서 출발해 수원역 급수탑까지 3.9㎞. 신작로라 이름 붙여진 이 길은 100년 전 조선 말·일제강점기 시절 새로운 문물의 유입이 활발했다. 4년에 걸쳐 완성한 '신작로, 근대를 걷다'란 수원 인문기행을 글로 만나본다.

■ 행궁광장부터 수원 구 부국원까지

행궁광장에서 나오면 '수원의 인사동' 공방거리가 보인다. 아기자기한 공방들이 먼저 눈에 띈다.

 

 

색다른 보도블록을 걷다 보면 '한데우물'이 나온다. 한데우물은 정조대왕이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준비할 때 물을 길어 사용했던 곳으로 전해지는 곳이다. 1980년대에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됐지만 지난 2008년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복원됐다.

공방거리를 빠져나오면 팔달사가 나온다. 남문로데오거리 빌딩 사이에 위치한 한옥 사찰인 팔달사에는 방문객을 위한 쉼터도 있다. 용화전 측면에 '담배 피우는 호랑이와 시중드는 토끼 두 마리'가 해학적인 벽화로 남아 있어 잠깐 들러 보기 알맞다.

대한성공회 수원교회도 빠뜨릴 수 없다. 1905년 수원지역에서 시작된 성공회는 브라이들(Bridle·부재열) 신부가 지금의 위치에 자리를 잡아 1908년 설립한 '성스데반 성당'인데, 팔달산 비탈에 붉은 벽돌의 독특한 외관을 지니고 있다.

■ 수원 구 부국원부터 수원시민회관까지

향교로 입구부터 시작하는 2차 코스는 '구 부국원'에서 시작한다. 1923년 일본의 주식회사 부국원이 종자와 종묘 등을 판매하기 위한 본거지로, 독특하고 이질적인 모양으로 눈에 띈다. 권업모범장과 함께 일제의 농업침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이어 보이는 곳은 수원시가족여성회관이다. 1956년 7월26일 준공된 이 건축물은 이전엔 수원시청사로 사용됐다. 이어 수원시 규모가 커지면서 1987년부터 권선구청으로, 2007년 9월 이후부터는 수원시가족여성회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마당 모퉁이엔 3층 높이 벽돌건물이 있다. 1920~1930년대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일제강점기 금융지주회사였던 조선중앙무진회사 사옥으로 시작해 한국 전쟁 이후 수원시청 별관 등 다양한 용도로 쓰였다.

수원 향교는 1789년 만들어졌다. 붉은색 홍살문과 말에서 내려야 한다는 뜻을 새긴 하마비가 이곳이 조선시대 향교임을 알린다. 수원 향교는 공자를 비롯한 유교 성인과 우리나라 유학자들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대성전과 인재 양성 공간인 명륜당으로 구성돼 있다.

■ 매산초등학교부터 수원역 급수탑까지

마지막 코스의 시작은 기와지붕을 얹은 '매산초등학교'다.

 

 

1900년대 일어를 가르치던 일어화성학교가 일본인 소학교로 바뀌며 수원거류민립소학교가 됐고, 지금의 매산초 자리로 이전해 수원공립국민학교까지 수차례 이름이 바뀌었다. 이후 일본 패망과 함께 폐교됐지만 광복 이후 1945년 매산국민학교로 다시 태어났다.

이어 '인쇄소 골목'이 나온다. 이 일대는 근대 인쇄산업의 중심지였다. 1918년 일본인들이 설립한 수원인쇄주식회사를 시작으로 1920년대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인쇄소도 등장했다.

골목 끝엔 수원역이 있다. 일제가 대륙침략을 목표로 철도를 만들면서 애초 예정 노선은 지지대고개와 화서문 외곽, 팔달산 기슭을 통과하는 것이었지만 수원사람들의 끈질긴 반대로 지금의 노선으로 확정돼 1905년 1월1일 개통했다.

 

 

수원역 광장에서 병점 방향으로 내려가면 그 시절을 엿볼 수 있는 급수탑이 있다.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던 시설인 셈이다.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급수탑은 국내에서 유일한 '협궤선 증기기관차용 급수탑'이다.

옆의 시멘트로 만들어진 급수탑은 광궤철도에 급수하던 시설이다. 수인선과 수여선이 지나는 곳으로, 소금과 쌀을 수탈하던 일제의 운영 목적이 분명히 드러난다.

/이원근·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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