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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당신이 모르는 엑스포 스토리 ⑨] 포드·GM, 엑스포 통해 ‘미래 자동차 시대’ 선보였다

 

 

1915년 샌프란시스코 엑스포. 세상을 바꿔놓을 또 한 명의 발명가가 등장했다. 바로 헨리 포드(Henry Ford)다. ‘포디즘(Fordism)’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그가 20세기 산업계에 미친 영향은 지대했다.

 

포드는 월드엑스포와 함께 성장한 기업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서른 살에 열린 1893년 시카고 박람회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고, 발명가이자 사업가로서 엑스포와 함께 성장을 거듭했다.

 

포드, 차량 대량 생산 시스템

1915년 샌프란시스코서 구현

전시 기간 4000대 제작 ‘탄성’

자동차 대중화 시대 활짝 열어

GM, 1939년 뉴욕 전시 ‘대박’

집 50만 채와 자동차 수만 대

거미줄처럼 엮인 영상 ‘화제’

당시 ‘자율 주행 차량’ 현실화

 

포드는 샌프란시스코 엑스포 전시장에 디트로이트 공장의 자동차 생산라인을 그대로 옮겨 놓은 ‘모델 공장’을 선보였다. 컨베이어 벨트 대량생산 공정에 따라 93분 안에 ‘모델T’ 자동차 한 대씩, 하루에 18대를 생산하는 현장을 관람객에게 보여준 것이다. 포드가 최초로 고안한 이 생산 방식은 엑스포 기간 동안 4000대 남짓한 모델T 자동차를 만들어 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컨베이어 벨트에 제품을 올려놓고 생산하는 방식이 지금은 구시대의 유물처럼 들리지만, 당시로선 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나 다름없었다. 대량 생산이 가능해 지자 자동차 가격은 미국 중산층이 자동차를 살 수 있을 정도로 내려갔다. 이 덕분에 미국은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자동차 대량 생산국으로 굳건하게 자리를 잡았고, 산업 생산 모든 분야에 대량 생산을 지향하는 포디즘이 빠르게 퍼져 나갔다.

 

이런 포드의 자동차 공장과 전시장은 엑스포에서 기업 독립 전시관이 자리를 잡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전에도 소규모 기업 전시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포드 전시장의 성공은 미국 상업주의와 맞물려 대기업이 거금을 투자한 대규모 독립 전시관이 경쟁적으로 엑스포 부지에 들어서게 하는 전환점이 됐다.

 

 

포드 사의 경쟁자 제너럴 모터스(GM)라고 이를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었다. 1933년 시카고 엑스포의 GM 전시장에는 당시로선 혁신적인 안내 로봇이 등장했다. 이름은 ‘폰티악 추장’. 관람객을 안내하는 로봇은 간단한 질문에 답을 할 수도 있었다. 이때 GM은 제품 공정을 보여주려고 포드가 창시한 자동차 생산 라인을 그대로 전시장에 갖다 놓았다. 이후 GM은 그 유명한 폰티악 시리즈 자동차를 선보이게 된다.

 

경제 공황 속에서도 대성공을 거둔 시카고 엑스포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제안으로 이듬해 연장 개최가 결정됐다. 1934년 시카고 엑스포에서는 GM에 주도권을 빼앗겼던 포드가 다시 등판했다. GM이 자동차 생산 라인을 전시를 선점하자 전시관 건설을 포기했던 포드는 이를 만회하려고 500만 달러를 투자한 대규모 전시관으로 승부를 걸었다. 포드는 여기에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고대 이집트 2륜 전차부터 현대의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47종에 달하는 교통수단을 전시했다. 또 대형 공연장까지 건설해 디트로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열기도 했다.

 

 

1939년 뉴욕 엑스포에서 GM의 반격이 이어졌다. GM은 미래 세계를 보여주는 ‘퓨처라마(Futurama)’로 대박을 터뜨렸다. 하루 평균 2만 7500명이 전시장을 찾았다. 회전의자에 앉은 관람객의 눈앞에 1960년대 미래 도시 풍경을 묘사한 대형 디오라마 영상이 펼쳐졌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50만 개에 달하는 작은 집과 수 만대의 자동차가 거미줄처럼 드넓게 엮인 고속도로를 달렸다. 영상의 마지막에 사물들은 실물 크기로 커졌다. 지금은 흔한 대도시 풍경이지만, 고속도로 시스템이 바꿀 첨단 도시 풍경에 모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전시장을 나선 관람객 앞에는 GM이 생산한 최신형 자동차가 전시돼 있었고, 당장 GM의 쉐보레 자동차 타고 미래 도시를 달려야 할 것만 같은 충동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퓨처라마가 보여준 풍경처럼, 이후 미국은 집집마다 자동차 2~3세대를 가진 그야말로 ‘자동차 대국’이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퓨처라마 속에는 손과 발을 갖다 대지 않아도 스스로 운전하는 자동차가 등장했는데, 80여 년이 흐른 이제서야 현실이 되어 실물 자동차에 접목되고 있다.

 

뉴욕 엑스포에는 포드 사도 참여했는데, 관람객들이 나선형 시험 도로에서 직접 최신 자동차를 운전해 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포드의 아이디어로 회전하는 원형 무대 위에 신차를 올려놓고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자동차 전시가 처음으로 시작됐다. 이때도 철판 제작 단계부터 차를 완성하는 과정을 모두 관람객에게 보여주었다.

 


 

1964년 뉴욕에서 다시 열린 엑스포에서 GM은 ‘퓨처라마 시즌2’를 선보였다. 인간이 우주를 지배하는 세상을 그린 것이었다. 2021년에 일부 극소수 부호들의 우주 관광이 드디어 현실이 되었지만, 일반인의 일상적인 우주 생활은 먼 미래의 이야기로 여전히 남아 있다.

 

2030 부산월드엑스포를 성공적으로 유치한다면, 어떤 혁신 기업들이 2100년을 향해 달려갈 미래 세대들이 영위할 새로운 퓨처라마를 부산에 펼쳐놓을지 기대하며 지켜볼 일이다.

 

※ 공동 기획 : (사)2030부산월드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회


박세익 기자 r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