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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아파트 매물 넘치는데…청년들 “내집은 어디에”

세금 부담에 물량 늘어도 천정부지로 솟구친 집값 감당 못해
광주 매물 증가율 1위에도 내집 마련 어려워 허탈·한숨 가득

 

광주시 북구에 사는 30대 후반 직장인 김모씨는 1년 뒤 결혼을 계획하고 신혼집 마련에 나섰다. 손에 쥔 돈은 10년간 직장 다니며 모아둔 1억원. 광주에 매물이 쌓이고 있다는 지인 말을 듣고 ‘대출을 끼면 웬만한 집은 사겠지’라며 발품을 팔았지만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온·오프라인 부동산중개소마다 지인 말처럼 매물은 넘쳐났지만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광주시 서구에 사는 30대 초반 회사원 박모씨는 내 집 마련을 위해 시골 부모님께 손을 벌리기로 했다. 안 먹고 안 쓰고 모아둔 돈으로 20평대 신축 아파트를 알아봤지만, 2억원이 모자라 대출을 알아봤다가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가파른 금리 인상 시기에 덥석 은행 돈으로 집을 샀다간 화근이 될 것 같아서다. 박씨는 “결혼을 앞두고 내 집 마련을 해보려 했지만, 천정부지로 올라버린 집값에 한숨만 나온다”며 “광주에 매물은 쌓이고 있다지만 내 집은 없는 것 같다”고 하소연 했다.
 

광주지역 20~30대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하나둘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모이는 월급보다 집값 오르는 속도가 가파르고 기성세대보다 경력이 적어 신용대출도 한계가 있다는 건 20~30 세대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정작 광주 청년들이 아파하는 부분은 매물이 전국에서 가장 가파르게 쌓이는데도 내가 살 수 있는 집은 없다는 데 있다. 청년들 말대로 광주에는 아파트 매물이 엄청난 속도로 쌓이고 있는 게 수치로 드러난다.
 

부동산 빅데이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광주 아파트 매물(전·월세 포함)은 지난 3월 6일 7623건(누적)이던 것이 한 달이 지난 4월 6일 기준, 1만3601건으로 78.4%나 폭증했다.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매물이 쌓이는 속도는 광주가 1위다.

서울 등 일부 지역이 새 정부 보유세 완화 기대감에 매물을 거두어들이는 것과 달리, 광주는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팔자 행렬’이 줄을 잇고 있지만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청년들 표현처럼 시장에 매물이 쌓여 넘치고 있지만 20~30세대들이 손을 뻗어 닿을 수 있는 곳은 아니라는 것이다.

시장 상황은 여전히 청년들 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매물이 이례적으로 쏟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 조정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금리 인상과 세금 부담에 다주택자들이 보유세 부과 기준일인 6월 1일 이전에 물건을 상당수 내놨고, 올봄 입주 물량이 2000가구 이상 쏟아지면서 물량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집값이 기대만큼 떨어질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규조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광주지부 북구지회장은 “매물이 쌓여가고 일부 지역에선 아파트 미분양도 발생하고 있지만 당장 가격 조정 징후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금리 부담도 있어 자산이 적은 20~30 세대들의 내 집 장만이 쉬운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광주시 문길상 토지관리팀장(주택동향)은 “올 2~4월 매물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지만 3월 발표된 지난 2월 한 달 광주 아파트 거래 건수는 1684건에 그친다. 주택시장이 활발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가격이 갑자기 내려갈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