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 전 시장 “지선 승리 걸림돌 되지 않겠다” 후보 등록 0명
민주당 추가 공모·전략 공천 등 고심…이광재 의원 차출 촉각
지난 12년간 강원도정을 집권해 온 더불어민주당이 강원도지사 선거 후보자 공모에 나섰으나 단 한 명도 신청하지 않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 구도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
그동안 6·1 지선 강원도지사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인물들이 대선 이후 자취를 감췄고 예비후보로 나 홀로 등록했던 원창묵 전 원주시장마저 등록 마감일인 7일 오후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이날 오후 6시 광역단체장 공천 신청 접수를 마감한 결과 강원도지사 공천 신청자는 ‘0명'으로 집계됐다. 원창묵 예비후보가 공천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접수 마감 직전인 이날 오후 5시께 “도지사 선거 후보 공모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당원 및 지지자, 지역주민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지방선거는 도지사 후보가 총사령관의 역할을 하며 당의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데, 오히려 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오늘 강원도지사 공천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본보와의 통화에서도 “도지사 선거는 혼자 치르는게 아니다. 내 욕심만 바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나 때문에 좋은 후보가 있음에도 선뜻 나서지 못하게 만드는 것도 도리가 아닌 것 같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선 내가 물러서 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지도가 상승세를 탄다면 충분히 해볼만하고 내가 당과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선거가 한참 진행됐는데도 오르지 않았다”며 “이광재 의원의 지지율은 내 기록의 세 배 정도 높게 나왔다. 다른 후보에게 내가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원창묵 전 원주시장마저 강원도지사 선거를 포기하면서 민주당은 비상이 걸렸다. 자연스럽게 이광재 국회의원의 차출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광역단체장 공천 신청을 마감한 더불어민주당은 후보 신청 결과를 토대로 공관위원회 회의를 열고 재공모 기간 등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천 신청자가 없기 때문에 당헌당규에 따라 추가 공모를 하게 되고, 추가 공모를 통해서도 신청자가 없으면 전략공천위원회에서 후보자를 찾는 과정이 진행될 예정이다.
허영 민주당 도당위원장은 “앞으로 추가 공모와 전략공천 등 여러 절차가 남아 있다. 도지사 공천권은 중앙당에 있고, 당이 승리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면서 “중앙당과 협의해 다음 주 중에는 어떻게 하든 결론을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역대 민주당에서는 제1회, 2회 지방선거를 제외하고 3회부터는 도지사 선거 후보를 계속 공천해 왔다. 2010년 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은 이광재 전 지사에 이어 최문순 지사가 당선돼 5, 6, 7대 도정을 맡아 왔다.
이하늘·원선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