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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5개월 만에 대면 면회 허용…광주 노인요양시설 가보니

코로나 음성 확인·백신 접종기록 확인 뒤 부모 만나
안부 물으며 울고 웃는 동안 30분 면회 시간 ‘훌쩍’
예약 못한 가족들 입구에서 ‘찰나의 만남’ 갖기도

 

“아버지, 잘 지내셨어? 누가 왔는지 봐요. 아버지 딸이 왔어요.”

1일 오전 11시께 요양시설 대면 면회가 가능해진 광주시 북구 신안동 동행요양병원 1층에 있는 2개의 천막 면회실에는 부모를 직접 만나기 위해 찾아오는 자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남편, 아들과 함께 80대 아버지를 찾은 신희숙(57)씨는 아버지의 양손을 꼭 붙잡고 “너무 보고싶었다”면서 반갑게 안부를 물었다. 신씨 가족 손에는 아버지가 좋아하는 반찬과 젤리 등 간식과 고생하는 간병인과 병원 종사자를 위한 수박까지 선물이 한 아름 들려 있었다.
 

예약한 시간보다 일찌감치 면회실에 도착한 이들은 준비해 온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를 통해 ‘음성’을 확인하고, 코로나19 백신 접종 기록을 의료진 앞에 보여준 뒤에야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

신씨는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의 다리와 어깨, 목 등을 마사지해주며 “전화는 왜 잘 안받느냐”, “식사는 얼마나 하시느냐”, “먹고 싶은 건 없으시냐”고 밀린 질문을 쏟아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아버지 신영균(85)씨가 “밥도 잘 먹고 있고 가져다 준 반찬도 맛있게 먹고 있어”라고 답한 뒤에야 딸은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딸은 손주를 가리키면서 누구인지 알겠냐고 물었고 아버지가 손주라고 답하자 울먹였다.

이에 앞서 홀로 어머니를 찾은 50대 여성 A씨는 대답을 잘 못하는 어머니께 “엄마 딸이 왔어요. 대답 좀 해줘요”를 수십 차례 외쳤다.
 

그런데도 어머니가 대답을 하지 못하고 간신히 손을 들어 보이자 연신 울음을 터뜨렸다. A씨는 같이 오지 못한 가족들과 영상통화까지 하면서 어머니의 안부를 전했다.

이날 동행요양병원에서 대면 면회는 총 14팀이 진행됐다. 면회 한 건당 최대 4명에 시간은 30분으로 한정됐지만 이조차 예약이 쉽지 않다.

대면 면회를 예약하지 못한 자식들은 이날 오전에도 병원을 찾아 반찬과 간식거리를 병원에 전달하고 입구에서 받아가는 부모를 먼발치에서 나마 보기 위해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병원도 대면 면회에 분주하게 대응하고 있었다. 한 팀의 면회가 끝날 때 마다 병원 관계자들은 면회실 의자와 테이블을 소독하고, 일정시간 환기를 시키는 등 구슬땀을 흘렸다.

 

 

 

정부가 가정의 달을 맞아 지난 30일부터 오는 5월 22일까지 3주간 한시적으로 요양병원·시설에 대한 접촉 면회를 허용함에 따라 광주시도 지난해 11월 10일부터 시작된 면회 금지조치를 풀고 5개월여 만에 요양병원과 노인요양시설의 대면 면회를 허용했다.

이로써 광주의 요양병원 59곳, 노인요양보호시설 93곳 등 총 152곳에서 닫혔던 대면 면회의 빗장이 풀리게 됐다. 지난 29일 면회가 허용된다는 정부 발표가 나오자 마자 대면 면회 예약이 가득찼다. 동행요양병원의 경우 29일 하루만에 오는 8일까지의 예약이 모두 찼다.

우선 이미 확진된 입원환자·입소자, 면회객은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면 접촉 면회가 가능하다. 미확진자의 경우 입원·입소자는 4차 접종, 면회객은 3차 접종까지 마쳐야 한다. 17세 이하의 면회객은 2차 접종만 완료하면 된다.

또 최근 자가격리 해제 3일이 경과하고, 90일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접종과 무관하게 접촉 면회가 허용된다. 면회는 기관별로 사전예약을 통해 실시하며, 입원환자·입소자 1인당 최대 면회객은 4명까지다.

면회객은 48시간 이내에 받은 PCR검사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음성결과가 있어야 한다. 사전 검사가 어려울 경우 현장에서 자가검사키트를 통해 음성 판정이 나오면 된다.

면회는 독립된 공간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진행하며, 음식물·음료 섭취는 금지된다.

김미혜 동행요양병원 총괄이사는 “오랜만에 어르신들과 가족들이 안전하게 접촉 면회를 진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찾아주시는 가족 분들도 마스크 착용 등 면회 수칙을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