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조유나(10·5학년)양 일가족 3명의 시신이 29일 완도 앞바다에서 인양된 차량에서 수습되면서 경찰의 실종자 수색 작업은 막을 내렸다.
경찰은 일단 금융거래 내역 등에 대한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극단적 선택 배경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제적 곤란’이 이들 가족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가족이 살던 광주시 남구 백운동 아파트 우편함에 각종 미납고지서가 수북이 쌓인 사실이 앞서 확인된 데다, 조양 부부가 지난 5월까지 휴대전화로 인터넷 포털에서 코인, 루나 코인 등 가상화폐를 수차례 검색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양 부친이 과거에도 코인 투자 실패를 겪고서 사업체를 정리했다는 주변인 증언까지 나오면서, 기존에 쌓인 부채에 코인 투자 실패까지 더해지면서 가족이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린 게 아니냐는 것이다.
조양 부친이 컴퓨터 관련 매장을 운영하면서 인연을 맺은 한 지인은 광주일보에 조양 부친이 지난해 코인 투자로 적지않은 손해를 봤다고 전했다. 이 지인은 “조양 부친은 2017년부터 2021년 3월까지 컴퓨터 관련 매장을 운영해왔다. 사업체 정리 전 코인 투자를 했다가 적지않은 돈을 잃었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당시 상황으로 보건대, 그때 코인 투자 실패만으로 극단적 상황에 내몰렸던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며 “벌이와 비교하면 씀씀이가 적지 않으면서 생겨났던 기존 부채에 더해 올해 들어서 코인 투자 등 뭔가 새로운 경제적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이 지인의 전언대로 조양 가족은 최근 2년 사이 줄곧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태에 놓였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가족의 잦은 이사와 폐업, 쌓인 독촉장 등에서 그 흔적이 확인된다. 일반적으로 학령기 자녀를 키우는 가정은 경제적 형편이 나아질수록 학교 근처로 집을 옮기는 경향이 있는데 조양 부부는 되레 학교에서 멀어졌다.
조양은 광주 서구 모 초등학교 입학 당시 화정동에 살았으나 2020년 동구 용산동으로, 2021년 남구 백운동으로 이사했다. 마지막 백운동 집은 매매가 1억2000만원 수준으로 월셋집이었고 이마저도 월세가 수개월 밀렸던 사실이 경찰 행적 조사로 드러났다.
또한 경찰이 압수수색영장 집행 전 미납고지서 등으로만 줄잡아 채무액을 집계한 결과 1억원을 웃돌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양 집 현관에 법원이 모친을 수신인으로 하는 카드사용료 지급명령 우편물 안내문을 붙인 것을 볼때도 적지않은 카드 사용료가 미납된 것으로 보인다.
경찰 안팎에서는 조양 부모 휴대전화 검색 내역에서 확인된 ‘루나 코인’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루나의 경우 지난 5월 1주일 사이 97%가 폭락하면서 국내외에서 피해자를 양산한 코인이다. 루나 코인은 애플 엔지니어 출신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개발한 암호화폐로, 회사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지만 한국인 대표의 기업이 발행한 코인이라는 점에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높았다.
한편 경찰은 한 달 가까이 시신이 바닷속에 있어 부패가 심했으나 조양 일가족의 강력 범죄 피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는 육안 검시 결과를 이날 오후 내놨다. 조양 부모의 지난 5월 휴대전화 검색 기록 확인 결과, 인터넷 검색 목록에 ‘코인’ ‘루나 코인’ 뿐 아니라 ‘수면제’ ‘완도 물때’ 등이 올라와 있던 점도 경찰의 이런 판단에 영향을 줬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완도=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