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를 차라리 없애는 게 낫다는 '지방자치 무용론'은 지방자치 주체에게 가장 뼈 아픈 이야기다.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지 햇수로 31년이 됐지만, 여전히 지방자치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는 게 사실이다.
기초·광역·중앙정부 사무가 중첩돼있고, 한반도 반쪽에 불과한 좁은 땅에서 지방자치가 과연 뿌리를 내릴 수 있겠느냐가 지방자치에 비판적인 사람들의 주장이다.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고유 업무 외 정책 실패나 정쟁에 따른 파행으로 인해 피로감이 쌓이면, 지방자치 무용론은 재차 고개를 든다. 게다가 갑질과 비리 의혹에 휩싸이면서 대두되는 자질 부족 문제까지 불거지면, 이에 대한 여론은 또다시 들불처럼 번지기도 한다.
사무중첩·좁은 국토 '필요성 의문'
지방 정책실패·파행땐 회의론 고개
지방자치에 대한 '무지(無知)'에서 무용론이 비롯됐다는 시각도 많다. 정치와 행정에 대한 이슈가 모두 중앙에 집중되다 보니, 정작 우리 지역의 일에는 무관심하다는 것.

게다가 지방정부나 지방의회 역할 등이 '서울 이슈'에 가려질 때가 많다 보니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욕만 하는 경우도 많다. 지방정부의 권한이 부족한 것도 부정적 인식이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 지난달 발표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의 '2021 대국민 지방분권 의식조사'를 보면 국민들은 현 지방자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공무원의 의지·역량 부족'(36.2%), '지방의원의 의지·역량 부족'(31.6%)만큼 '주민의 자치의식 부족 및 무관심'(32.3%)도 주요 문제점으로 꼽히기도 했다.
지역주민도 중앙정부 이슈만 관심
갑질·비리의혹… 자질부족도 한몫
"완벽하지 않아도 직접 참여 수단"

1987년 9차 개헌 이후 30여년간 국가 기능의 한 축을 담당한 지방자치 제도는 이제 국민의 신뢰 속에 바르게 정착할 필요가 있다. 또 이러한 오해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준석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방자치제 도입 전후를 비교하면, 과거엔 정부가 주민의 목소리를 선별해서 듣는 '닫힌 사회'였다면 이후엔 완벽하지 않지만 주민의 직접 참여가 보장된 '열린 사회'로 나아갔다"며 "지방자치 제도의 문제를 보완하자는 주장엔 동의할 수 있지만, 문제가 있다고 해서 무용하다고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