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른쪽 어깨에 테왁망사리를 걸친 여인이 환하게 웃고 있다. 그녀의 얼굴에 거친 파도를 헤치며 생업을 이어온 해녀의 강인한 삶이 느껴진다.
배 위에서 수경을 머리 위로 제친 후 웃음꽃을 피우고 있는 해녀들은 목표치보다 많은 소라와 전복을 잡아 너무 기쁜 나머지 카메라 앵글을 의식하지 못했으리라.
제주 여인들의 삶을 주제로 50여 년 가까이 흑백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는 현을생 사진작가가 사진전을 연다.
현 작가는 오는 10일부터 21일까지 제주시 산지천갤러리에서 열리는 사진전 ‘나의 어머니, 제주해녀’를 준비하기 위해 1980년대와 1990년대 찍은 네거티브 흑백필름을 정리해 수천 컷의 필름 중 54점을 가려 뽑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당시 물질할 때 쓰던 도구인 태왁, 대바구니, 불턱의 모습, 이동의 수단 등 삶의 모습과 해양문화의 모습 등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작가가 가장 왕성하게 작업을 하던 20대와 30대 찍은 사진들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사진 작업을 정리한다는 마음으로 50여 년 전 기록해 둔 흑백 필름들을 꺼내 새로운 기술로 다시 저장하고 인화하는 작업을 했다.
현 작가는 “하루 물질 끝에 등이 휘도록 해산물을 잡고 집으로 향하는 발길은 세상을 다 안은 듯 가벼웠을 것”이라며 “깊은 바닷속 물살을 이겨내기 위해 두통약에 의지해야 했고, 오늘 이 물길이 마지막이 아니길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에서 해녀들의 숙명적 삶을 보았다”고 말했다.
작가는 전시를 마친 작품을 제주해녀박물관에 기증할 계획이다.
한편 현 작가는 1974년 제주도 지방공무원 9급으로 공직에 입문해 제주시 문화산업국장, 자치행정국장, 제주도 정책기획관, 제주도 세계환경수도추진본부장을 거쳐 2014년 7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서귀포시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