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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경인 Pick] 힘차게 뻗은 붓글씨… 손바닥 주름도 선명한 ‘안중근 유묵’

경기도박물관서 첫 공개

‘장탄일성 선조일본’ 특별전 진행
한자로 적은 ‘동양지사’ 표현 유일
道 ‘독립’ 내년초 반환 목표 협상

21일 용인시 경기도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동양지사, 안중근-통일이 독립이다’에서 관람객들이 안중근 의사의 유묵 ‘장탄일성 선조일본(長歎一聲 先弔日本)’을 살펴보고 있다. 2025.12.21 /연합뉴스

 

곧고 힘차게 뻗은 붓글씨에서 기개가 느껴진다. 누렇게 색이 바랜 명주천 위 글귀, ‘長歎一聲 先弔日本(장탄일성 선조일본)’. 글귀 왼편에는 손바닥 주름까지 보이는 선명한 손도장과 한자로 적힌 ‘동양지사 대한국인 안중근’ 글씨가 눈에 띈다.

 

‘큰 소리로 길게 탄식하며, 일본의 멸망을 미리 조문한다’는 뜻인 안중근 의사의 유묵 ‘장탄일성 선조일본’이 지난 20일 대중에 처음 공개됐다. 경기도가 이날부터 내년 4월 5일까지 경기도박물관 기증실에서 여는 특별전 ‘동양지사, 안중근 - 통일이 독립이다’에서다. 안 의사가 순국한 시기인 1910년 3월에 쓰인 해당 유묵은 그가 스스로를 ‘동양지사’라고 표현한 유일한 유묵으로 알려져 있다.

 

21일 경기도 용인시 경기도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동양지사, 안중근-통일이 독립이다’에서 관람객들이 안중근 의사의 유묵 ‘장탄일성 선조일본(長歎一聲 先弔日本)’을 살펴보고 있다. 2025.12.21 /연합뉴스

 

■ 국내 첫 전시… ‘손바닥 주름’까지 보여

 

‘장탄일성 선조일본’이 국내에 전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유묵의 존재가 알려진 지난 2000년 이후 국내로 반환되기까지 25년이 걸렸다. 폭 41.5㎝, 길이 135.5㎝에 이르는 명주천에 적힌 붓글씨는 한치의 흐트러짐 없었고, 안 의사의 손도장도 손바닥 주름까지 보일 정도로 선명했다. 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은 “지금까지 안 의사의 유묵 34점의 실물을 갖고 전시하면서 다 대조해 봤는데 이 유묵의 손바닥 장인이 가장 선명하다”고 설명했다. 손도장 위쪽에는 한자로 ‘1910년 3월’, ‘동양지사’라 적힌 것이 눈에 띈다. 당시 중국 뤼순 감옥에 수감돼 있었던 안 의사는 1910년 3월 ‘동양지사’의 자격으로 이 유묵을 일본제국 관동도독부(여순감옥과 재판부를 관장)의 고위 관료에게 건넸다. 이 관장은 “조국을 위해 죽은 충신은 많지만, 나라를 초월해 동양의 평화를 위해 죽은 사람은 안 의사가 유일무이하다”고 했다.

 

이번 전시회에선 ‘장탄일성 선조일본’뿐 아니라 안 의사가 ‘조일(일본을 조문)’한다고 했던 그 배경과 결과, 그리고 과제가 여러 작품과 함께 차례로 소개된다. 이 관장은 “지금까지 안 의사 관련 전시는 모두 안 의사에 국한돼 있었는데 이번 전시는 역사적 맥락에서 ‘장탄일성 선조일본’이 그 당시, 그리고 오늘날 갖는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까지 엮은 전시”라고 말했다.

 

■ 아직 돌아오지 못한 ‘獨立(독립)’

 

21일 경기도 용인시 경기도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동양지사, 안중근-통일이 독립이다’에서 관람객들이 안중근 의사의 유묵 ‘장탄일성 선조일본(長歎一聲 先弔日本)’을 살펴보고 있다. 2025.12.21 /연합뉴스

 

경기도가 광복 80주년을 맞이해 광복회 경기도지부와 함께 추진한 ‘안 의사 유묵 귀환 프로젝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탄일성 선조일본’과 함께 귀환이 추진됐던 ‘獨立(독립)’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독립’의 영인본(원본을 사진 등으로 복제한 인쇄물)이 대신 전시돼있다. 앞서 이번 전시회에도 ‘독립’을 임대해 함께 전시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협상이 길어지며 우선 영인본을 전시했다. 도는 내년 초에 원본을 가져오는 것을 목표로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 박래혁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독립’의 임대 협상은 계속 하고 있다. 내년 초에는 전시회에서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한 김동연 도지사도 “‘독립’은 아직 완전히 확보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빠른 시간 내에 어떤 형태로든지 실물로 공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 의사 고향인 황해도 해주와 가장 가까운 파주 임진각에 안중근평화센터를 건립해, 안 의사를 기리는 일들을 하겠다”는 점도 다시금 강조했다. “독립의 가치, 평화의 사상, 나아가 통일까지 이르는 길에 있어 경기도가 최선을 다하겠다”는 취지다.

 

김 지사는 “안 의사는 30년 정도의 짧은 인생을 사셨는데, 그 인생 이야기는 이렇게 100여 년이 훌쩍 넘어서도 감동이고 오늘과 같은 뜻깊은 자리를 만들었다”며 “안 의사뿐만 아니라 조국의 독립과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한 애국지사들을 다 같은 마음으로 기리고 계승하고 존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개막식과 더불어 ‘안중근통일평화포럼’이 열렸다. 김영호 동북아평화센터 이사장의 ‘안중근 동양평화론의 현재적 의미’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김광만 윤봉길의사기념센터장의 ‘장탄일성 선조일본의 발굴 경위와 소장 내력’, 이희일 국제법과학감정원장의 ‘안중근 의사 지문·장인 분석’, 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의 ‘장탄일성 선조일본의 작품 분석과 특질’ 강연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