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이 9월의 시작과 함께 춤과 음악으로 물들고 있다. 9년 만에 대전에서 열린 제34회 전국무용제가 한창 진행 중이며, 대전시립교향악단의 챔버 시리즈와 대전국악방송 개국 8주년 기념 공연도 잇달아 준비돼 있다. 전통과 현대, 무용과 음악, 전문 예술과 시민 참여가 교차하는 무대들이 이어지면서 대전은 도심 곳곳이 예술적 호흡으로 살아나는 현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대전의 문화예술을 채우는 무대들을 소개한다. ◇ 제34회 전국무용제: 전통과 창작 무대, 대전서 꽃 피워 지난 5일 개막한 제34회 전국무용제가 15일까지 대전 전역에서 이어진다. 9년 만에 대전에서 개최된 이번 무용제는 '대전, 춤으로 미래를 만나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단순한 무용 경연을 넘어 한국 무용예술의 현주소와 미래를 탐색하는 종합 예술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행사의 시작은 대전시립미술관 분수광장에서 열린 개막식이었다. 오프닝 공연과 개막 선언을 통해 축제의 막을 올렸고, 이어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는 대전시립무용단과 대한민국 무용대상 수상팀 린킨아트가 무대에 올라 축하 공연을 선보였다. 시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을 넓힌 개막식은 대전이 문화도시로 지향하는 '열린 예술 공간
한 여름 정점에 선 이즈음, 대전의 문화예술 무대는 더위에 지친 일상에 신선한 숨을 불어넣는다. 국악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개량 피리의 무대부터, 시대의 흔적을 오롯이 담아낸 첼로의 멜로디, 차이콥스키가 전하는 숙명의 선율. 실험과 형식의 경계를 허문 연극 축제까지, 도심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네 개의 공연은 관객의 오감과 사고를 동시에 자극한다. 다채로운 무대들은 시민들의 감성을 일깨우고, 예술이 일상에 스며드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여름, 감각과 사유를 자극할 네 개의 예술 무대를 소개한다. ◇ 국악의 변주, 피리로 엮어낸 여름 아침의 선율 이달 30일 오전 11시,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작은마당에선 기획시리즈 K-브런치콘서트 '우·아·한(우리의 아침을 여는 한국음악)'의 전반기 마지막 공연이 열린다.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음악 여행의 주인공은 피리 연주자 이영훈이다. 장새납과 대피리 등 개량 악기 연주에 독보적 존재감을 가진 이영훈은 전통 피리 음악에 현대적 감각을 더해 국내외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 무대에선 재즈피아니스트 송지훈, 타악 수석인 이승호, 더블베이스의 최규원이 함께해 이색적인 앙상블을 구성한다. 프로그램은 민족적 서정이 담긴 '임
대전 현대미술의 시작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대전시립미술관은 올해 하반기 첫 기획전으로 '비상 飛上;'을 통해 지역 원로작가 4인의 예술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지역미술 조명사업'의 두 번째 장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단순한 회고전이 아니라, 수집과 연구, 전시와 교육을 아우르는 '시립미술관 의의'를 재확인하는 실천이기도 하다. 영원한 깨달음과 진정한 미술관의 존재 이유를 묻는 이번 전시를 소개한다. ◇ 발전적 해체: 한국화의 뿌리를 다시 짚다 1-2전시실에서의 첫 번째 섹션 '발전적 해체'는 대전 한국화의 기틀을 닦은 세 명의 원로 화가 박승무, 조평휘, 민경갑의 예술세계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전통 수묵화의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시대 변화에 맞춰 새로운 표현을 시도한 화가들이다. 박승무는 충북 옥천 출신으로, 근대 동양화단의 중심에서 활동하다 1957년 대전에 정착했다. 은둔적이고 탈속적인 삶을 살며 오롯이 작품에 몰두한 그는 부드럽고 섬세한 필치로 설경과 산수의 고요한 정취를 표현했다. 남종화풍의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안개 낀 산과 점묘식의 표현을 통해 자신만의 정서를 담아낸 작업은, 대전 한국화의 정신적 원류로 평가된다. 조평휘는 1932년 태어나
전설이 된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대전 시민과 함께한 90일간의 여정을 마쳤다. 지난 3월 25일 막을 올린 특별전 '불멸의 화가 반 고흐 in 대전'은 지난 22일 폐막하며 대전 미술 전시 역사상 최다 관람 기록이라는 성과를 남겼다. 전시 기간 동안 대전시립미술관은 물론 인근 한밭수목원까지 관람객들로 붐볐고, 반 고흐의 작품은 세대를 넘어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예술과 일상, 미술관과 도시, 시민과 거장이 함께 만든 90일의 기록을 돌아본다. ◇국내 최초 지방 개최 반 고흐 단독 회고전 '불멸의 화가 반 고흐 in 대전'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방 공공미술관에서 열리는 반 고흐 단독 회고전이었다. 주관사인 서울센터뮤지엄과 대전시립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네덜란드 크뢸러 뮐러 미술관과 수년간 협업을 이어왔고, 유화와 드로잉 총 76점을 국내로 옮기기 위한 보험, 운송, 환경 조성 등 철저한 기준을 충족해 전시를 성사시켰다. 전시작들의 보험 가액만 1조 원 이상에 달하며, 미술계에서도 보기 드문 대규모 회고전으로 평가받았다. 윤의향 대전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지역 미술관의 한계를 뛰어넘는 첫 도전이었다"며 "대전시민과 지역 예술계가 함께 만든 성과"라고
남도 외딴섬의 마지막 해녀들과 뉴욕 맨해튼에서 살아가는 한국계 이민자 극작가. 이들의 서로 다른 삶의 교차를 무대로 풀어낸 연극 엔들링스(Endlings)가 대전을 찾는다.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13-14일 이틀간 공연되는 엔들링스는 두산아트센터, 제주아트센터, 대전예술의전당이 공동 제작한 연극이다. 서울 초연 당시 개막 전부터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엔들링(Endling)'은 한 종의 마지막 생존 개체를 뜻하는 생태학 개념이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각본상 최종 후보에 오른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의 감독이자 극작가 셀린 송(Celine Song)의 대표 희곡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오프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절묘하게 풍자적이고 신선하다는 극찬을 받았다. 이번 연극은 해당 개념을 바탕으로 지역성과 이주, 정체성과 소속의 문제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한국 남도의 가상 섬 '아일랜드오브만재'에서 살아가는 마지막 해녀 세 명과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캐나다인 극작가 하영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방식이다. 사라져가는 존재와 삶의 방식에 대한 성찰을 전한다. 연출은 2022년 동아연극상에서 작품상과 연출상을 동시에
6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지역 문화예술계가 고민에 빠졌다. 대통령 선거로 시민들의 관심이 정치에 집중되며 공연·예술행사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선거운동으로 인한 거리 현수막은 물론 정당 상징 색깔 등 정치적 오해를 배제하기 위한 디자인 등 행사 홍보조차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달 '가정의 달'을 맞아 지역에선 크고 작은 공연, 전시, 문화예술 행사가 대거 예정돼 있다. 대전예술의전당, 시립연정국악원, 대전시립미술관, 대전시립박물관 등 공공기관에서만 수십 건의 정기 공연과 전시가 줄을 잇는다. 이들 기관의 한 관계자는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공휴일이 많아 가족 단위 관객이 몰리는 시기"라며 "오랜 기간 준비해온 행사들이 빽빽하게 포진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화예술계 내부 분위기는 기대감 보다는 긴장감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코로나19 여파와 경기 침체로 수년간 위축됐던 공연계가 어렵게 회복세에 접어든 가운데, 갑작스러운 조기 대선 일정이 다시 한번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내달 공연을 앞둔 기획자 A 씨는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면 시민들의 관심은 정치와 사회 이슈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며 "뉴스는 물론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