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시래기를 하찮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시래기는 땅 가장 바깥에 서서 무를 키워내고 낡아가며 깊어진다. 세찬 바람과 눈을 맞고 몸에 있는 수분을 보내며 오랜 시간을 나면서도 몸속에 영양분을 축적한다. 이처럼 양구는 비무장지대와 마주하며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을 지켜내면서도 생명력을 키워가고 있다. ■양구 DMZ펀치볼둘레길, “평화” 되뇌며 16.2㎞=하얗게 피어난 별 같은 감자밭을 따라 난 구불구불한 농로를 지나가면 금세 산길이 나온다. 이곳이 본격적인 ‘DMZ펀치볼둘레길'의 시작이다. 둘레길은 총 4코스로 이뤄져 있는데, 모두 미확인 지뢰지대가 있어 인터넷을 통해 예약한 뒤 숲길등산지도사의 안내에 따라야 한다. 상징성이 가장 강한 코스는 먼멧재길이다. 지뢰지대임을 알리는 빨간 역삼각형 경고판과 군데군데 놓여 있는 군사시설이 분단의 현실을 다시 한번 알려준다. 산길을 따라 15분 정도 올랐을까. 양구 해안면과 인제 서화면을 가르는 경계가 등장한다. 전쟁 이후 철책으로 덮이고 불편한 교통 오지로 전락한 마을에서 주민들이 산을 가로질러 이웃 마을로 향하던 길이다.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을까. 그 시절 주민들의 마음을 생각해보는 사이, 급격한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동대문 밖 제일가는 시장 250년 역사 자랑하듯 규모만큼 인정 넘쳐나 몸 녹일 화롯불 내어주고 마음 배불리는 먹을거리 “뻥이요!” 구수한 외침은 팍팍해진 우리네 삶 위로 ‘뻥이요!' 하는 외침과 함께 뻥튀기 기계 위로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깜짝이야.” 순간 튀어나온 한마디에 뻥튀기 파는 어르신은 피식 웃으며 “‘뻥이요' 라는 말 못 들었어요?” 천연덕스럽게 말을 건넨다. 고소한 냄새를 풀풀 풍기는 뻥튀기 가게 뒤로도 상인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이다.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는 더덕부터 임금님 진상품으로 알려진 횡성쌀, 각종 산채나물이 즐비해 입이 떡 벌어진다. 횡성 전통시장은 옥수수 튀기는 소리만큼이나 놀라운 규모와 역사를 자랑한다. 상설 시장을 중심으로 5일장이 열려 횡성에서 생산되는 곡물과 채소뿐 아니라 어류, 해산물, 의류 등 온갖 물품을 볼 수 있다. ‘동대문 밖에서 제일가는 시장', ‘성남 모란시장의 더덕 값은 횡성시장이 결정한다'는 옛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컸다. 이 정도면 한번에 다 둘러보기도 어려울 만큼 상인들이 빼곡히 들어찼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19 여파와 추운 겨울 날씨로 외지 상인들이 이날 많이들 안 온